[한동하의 식의보감] ‘박하(薄荷)’로 몸은 가볍게, 머리는 맑게, 구강은 깨끗하게
[한동하의 식의보감] ‘박하(薄荷)’로 몸은 가볍게, 머리는 맑게, 구강은 깨끗하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0.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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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특정 대상의 이름을 떠올리면 그 기분까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박하가 그렇다. 박하를 떠올리면 입안이 화해지면서 상쾌해진다. 이 때문에 박하는 차로도 많이 마신다. 오늘은 박하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박하(Mentha canadensis)는 꿀풀목 꿀풀과 박하속 박하종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말로는 ‘영생이’라고 부른다. 영생이라는 이름은 요즘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한글 표기된 한의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하는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없다. 간혹 <본초정화> 등에는 ‘성질이 서늘하다’고 한 적시돼 있지만 ‘따뜻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시진은 ‘박하는 매운맛을 발산시킬 수 있고 서늘한 맛은 맑게 통리시켜서 전적으로 풍(風)을 없애고 열(熱)을 흩어 내 두통, 두풍, 눈과 목구멍, 치아의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약으로 여긴다’라고 했다. 이것을 보면 박하는 주로 두면부의 증상을 치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박하는 나물로도 많이 만들어 먹었다. <본초정화>에는 ‘나물을 만들어 오래 먹으면 사독(邪毒)을 제거하고 노기(勞氣)를 제거하며 입안에서 향기가 나고 깨끗하게 한다’고 했다. 박하를 나물로 먹으면서 몸이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박하는 땀을 내서 해독한다. <동의보감>에는 ‘여러 약들을 영위(榮衛)로 끌고 가서 땀을 내어 독을 내보낼 수 있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적풍(賊風)이나 상한(傷寒)에 땀을 나게 한다’고 했다. 즉 박하는 가벼운 감기, 두통이 있을 때 섭취하면 땀이 나면서 몸이 가벼워진다.

박하는 심장의 열을 없앤다. <동의보감>에는 ‘심열(心熱)을 없앤다. 몸의 상부를 맑게 하는 중요한 약이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상부를 맑히고 담(痰)을 삭이는데 목구멍과 흉격을 매끄럽게 하여 풍열(風熱)을 치료한다’고 했다. 특히 생박하를 짓찧어 즙을 낸 박하즙(薄荷汁)을 마시면 효과적이다.

박하는 소화를 돕는다. <본초강목>에는 ‘나쁜 기로 가슴과 배가 불러오르고 그득해지는 증상, 곽란(癨亂), 묵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하는 기운을 발산시키는 작용이 강해서 간혹 위장이 약한 경우는 속쓰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박하는 두통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는 ‘머리와 눈을 가장 시원하게 한다. 풍열(風熱)두통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풍열두통은 머리에 열감이 있으면서 나타나는 두통이다. <본초정화>에는 ‘머리가 아픈 것과 피부의 풍열을 제거할 수 있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상한(傷寒)으로 인한 두통을 치료한다’고 했다. 박하는 전체적으로 열감을 동반하는 경우에 적응증이 된다.

박하는 구취를 제거한다. <본초강목>에 ‘사람의 입에서 깨끗한 향이 나도록 한다’고 했다. 또 ‘목구멍이나 입과 치아의 여러 가지 병을 제거한다’고 했다. 박하는 그 자체로 향이 좋으면서도 동시에 구취의 원인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또 항균작용이 있어 구내염이나 잇몸질환 등에도 도움 된다. 

박하는 설염이나 구내염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혀가 헐거나 눈처럼 흰 설태가 말라서 깔깔하고 말이 또렷하지 못한 것을 치료한다. 박하 생즙과 꿀을 같은 양으로 고루 섞어서 바르면 좋다. 먼저 두껍게 썬 생강에 꿀물을 묻혀서 혀를 문질러 씻은 후 약을 바른다’고 했다. 여러 기록을 참고하면 곰팡이균에 의한 구강칸디다증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은데 박하는 항균·항바이러스·항진균 효과가 있어 구강칸디다증에도 도움이 된다.

박하는 가려움증과 두드러기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나력(瘰癧, 목의 멍울)이나 창(瘡), 개선(疥癬, 옴), 풍소(風瘙, 가려움증)나 은진(癮疹, 두드러기)을 치료한다’고 했다. 박하는 항알레르기 작용이 있어 피부가려움증, 두드러기, 비염 등에도 도움이 된다.

박하는 관절에도 좋다. <향약집성방>에는 ‘관절의 기운을 통해서 부드럽게 한다’라고 했다. 박하는 관절의 강직도가 높고 뻑뻑한 느낌의 증상에 도움이 된다.

박하는 피로를 해소한다. <본초강목>에는 ‘삶아 낸 즙을 복용하면 땀을 내게 하고 허로로 피곤한 것을 잘 풀어준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피로하고 번조한 것을 잘 풀어 준다’고 했다. 박하는 피로감이 있으면서 머리가 멍할 때 피로감을 풀고 머리를 맑게 한다.

박하의 잎과 줄기의 주성분은 주로 멘톨이다. 이밖에 멘톤, 초산 멘톨, 캄펜, 리모넨, 이소멘톤, 피넨, 멘테논, 수지 및 소량의 타닌, 로즈메리산을 함유하고 있다. 박하의 약리작용으로는 해열, 소염, 담즙분비 촉진 및 위장평활근 억제, 호흡기도의 점액분비 증가, 중추신경 흥분, 자궁수축 등이 확인됐고 항산화·항암·항알레르기·항균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박하에서 추출한 멘톨을 모아 박하뇌(薄荷腦)라고 해서 약용했다. 박하뇌(薄荷腦)는 박하나 기타 민트류의 기름에서 추출하거나 합성해 얻는 유기화합물로 이것을 알코올에 녹여 물과 혼합해 스프레이제제로 만들어 피부가려움증이나 비염 등의 코막힘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박하는 몸이 허한 경우에는 복용하지 않는다. <본초강목>에는 ‘허한(虛汗)이 멎지 않게 한다. 마르고 허약한 사람이 오랫동안 먹으면 소갈병(消渴病)을 유발하게 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습유>에는 ‘흉격을 시원하게 하거나 땀을 낼 수 있지만 허한 사람은 많이 복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식물본초>에는 ‘큰 병을 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먹지 말지니 땀이 멎지 않고 계속 나온다’라고 했다. <경악전서>에는 ‘병이 방금 나았을 때에는 금하는데 설한(泄汗)으로 망양(亡陽)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땀이 그치지 않고 계속 나면서 기운이 빠지면서 허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하를 오랜기간 복용하면 건조증과 입마름병이 생길 수 있다. 또 박하는 풍열(風熱)을 제거하기 때문에 폐의 한증(寒症)에는 복용하지 않는다. 박하는 기운이 건조해 발산하는 성질이 강한데 특히 잎보다는 줄기의 기운이 건조하다. 또 박하에는 자궁수축작용이 있어 유산위험성을 고려, 임신부는 섭취해선 안 된다.

박하와 고양이는 서로 상극이다. <본초강목>에는 ‘고양이가 박하를 먹으면 취하게 되는데 서로 감응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때문에 ‘고양이에게 물린 것을 치료할 때는 박하즙을 발라서 치료한다’고 했다. 이것은 박하의 항균·항염증작용에 의한 효과로 볼 수 있다.

박하는 이름만 불러도 가볍고 상쾌하다. 민트나 페퍼민트라는 이름도 마찬가지 느낌이다. 박하는 기운이 맑고 가벼워 위로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흉격이나 두면부, 피부의 증상을 치료하는 효과가 크다. 박하(薄荷).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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