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金)보다 귀한 아이 건강, 6가 혼합백신 도입으로 ‘금(禁)줄’ 역할 기대해야
[기자의 눈] 금(金)보다 귀한 아이 건강, 6가 혼합백신 도입으로 ‘금(禁)줄’ 역할 기대해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0.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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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국 기자
이원국 기자

우리나라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대 이하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합계출산율 하락은 결국 관련 예산 축소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이다. 보건당국의 예산 및 회계연도 결산자료에 따르면 2021년 집행된 소아아 국가예방접종 지원 비용은 2017년 예산보다 약 290억원 감소했다.

소아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되는 백신은 결핵(BCG), B형간염(HepB),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등 총 17종이다. 생후 1년 이내에 최대 27번의 기초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에 많은 접종횟수와 복잡한 기초예방접종을 간소화할 수 있는 혼합백신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돼 사용 중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가예방접종사업은 강화됐다. 2021년 3월 소아군 대상의 로타바이러스백신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된 것.

사실 우리나라 소아군 대상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잘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모든 영유아 예방접종에서 96%의 접종률을 보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예방접종률인 90%를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혼합백신은 여러 감염질환을 하나의 백신으로 예방해 접종횟수를 줄여 적기 접종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 현재 국내에에는 DTap 혼합백신과 MMR 혼합백신이 사용 중이다. 이 중 DTap 혼합백신은 2012년 4가 백신이 도입됐으며 현재는 2017년 도입된 5가 혼합백신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판단되는 6가 DTap 혼합백신은 현재 유료접종대상이다.

건강보험재정은 한정돼 있는 만큼 6가 DTap 혼합백신을 바로 도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6가 DTap 혼합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할 경우 약 120억원가량의 사회경제적 비용절감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이의경, 권순홍 교수 등이 국제학술지 MDPI Vaccines 5월호에 발표한 ‘한국에서의 5가 혼합백신과 B형간염 대비 6가 혼합백신이 갖는 총 사회적 비용 추산’ 연구결과 6가 DTaP 혼합백신은 총 사회적 비용을 줄여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도움된다고 밝혀진 것. 

5가 DTaP 혼합백신과 B형간염 접종 대비 비용절감항목은 ▲보호자의 시간비용 ▲의료기관 방문에 소요되는 교통비 등이다. 이밖에도 ▲접종 오류비 ▲백신 운송비 등의 의료적 항목에서도 절감효과가 발생했다. 6가 DTaP 혼합백신 접종을 도입할 경우 가장 큰 절감효과는 교통비와 시간비용이다. 6가 DTaP 혼합백신은 5가 DTaP 혼합백신 대비 보호자의 병원 방문 등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을 영아 1인당 3만8416원, 교통비를 1만2128원 정도 절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영아용 6가 DTaP 혼합백신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6가 DTaP 혼합백신은 생후 2, 4, 6개월 영아에서 3회에 걸쳐 접종하며 예방접종을 위한 의료기관 방문은 총 3회 발생했다.

반면 5가 DTaP 혼합백신에 B형간염백신을 접종할 경우 생후 1, 2, 4, 6개월에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생후 6개월에는 5가 DTaP 혼합백신과 B형간염백신을 동시에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별도로 접종하는 경우 추가적인 5번째 의료기관 방문이 발생, 6가 DTaP 혼합백신 대비 의료기관 방문 횟수가 최대 2회 더 발생할 수 있다. 즉 6가 DTaP 혼합백신 사용 시 최대 2회의 접종횟수를 감소시킨다. 

실제로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 48개국에서 6가 DTaP 혼합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 백신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높은 접종 순응도가 확인됐다.

단 효율적인 6가 DTap 혼합백신을 도입해도 적극적인 전수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세 이하 아이 중 1만1000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제때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출생신고를 하고도 방치된 아이가 1만여명이 넘는다는 뜻이다.

우리 말에는 ‘금(禁)줄’이란 단어가 있다. 금줄은 부정한 것의 침범을 금하기 위해 문이나 길 어귀에 매는 새끼줄을 뜻한다. 예방백신은 아이들에게 금줄이다. 태어난 아이도 못 지키는 우리나라에서 효율적인 예방백신이 금줄의 역할을 하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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