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염증제거에 특효인 ‘용담(龍膽)’
[한동하의 식의보감]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염증제거에 특효인 ‘용담(龍膽)’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0.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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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들에서는 보라색 예쁜 꽃이 핀 풀을 쉽게 볼 수 있다. 들이 아니더라도 초가을 꽃다발 속에도 흔히 장식된다. 바로 용담꽃이다. 용담꽃의 꽃말은 ‘애수’라고 한다. 하지만 용담은 슬픔을 이겨내는 냉정함으로 화(火)를 끄고 습열(濕熱)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오늘의 용담의 효능에 대해 살펴보자.

용담(Gentiana scabra Bunge)은 용담목 용담과 용담속 용담종에 속한 여러해살이 풀로 전국 산지의 들에서 자란다. 우리말로 ‘과남풀’이라고 한다. 보통 용담(龍膽)으로 쓰이는데 칼잎용담, 큰용담 등 모두를 용담으로 보고 있다. 한자로는 초룡담(草龍膽), 용담초(龍膽草) 등으로도 표현되지만 본 칼럼에서는 주로 용담으로 칭하겠다.

용담(龍膽)을 직역하면 용의 쓸개라고 해석된다. <본초강목>에는 ‘잎은 용규(龍葵)와 같고 맛은 쓸개[담(膽)]처럼 쓰기 때문에 이름 지어졌다’고 했다. 용규는 까마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잎이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다. 어쨌든 맛이 아주 쓰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것이다.

용담은 주로 뿌리를 약용한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은 몹시 차고[大寒] 맛이 쓰며 독이 없다’고 했다. 약으로 사용할 때는 냉성이 강하기 때문에 술에 축인 후에 불에 검게 볶아서 사용한다. 하지만 약성을 유지하고 싶다면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족궐음경[간(肝)]과 족소양경[담(膽)]의 기분에 쓰는 약이다’라고 했다. 즉 용담은 간약으로 통용된다.

용담은 눈병에 특효다. <동의보감>에는 ‘눈을 밝게 하고 간(肝)을 시원하게 한다. 반드시 눈병에 쓰는 약이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눈 흰자위가 노란빛을 띠거나 눈이 벌겋게 붓는 증상, 눈동자에 살이 자라 올라와 참을 수 없는 것을 제거한다’라고 했다. <급유방>에도 ‘눈이 충혈되면서 붓고 아픈 경우를 치료한다’고 했다. 한의학에서 눈은 간의 기운이 연결된 곳으로 보기 때문에 용담은 간의 습열을 제거하면서 눈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용담은 인후통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인후통을 치료한다. 목구멍에서 열이 나고 아픈 증상에 용담을 물에 넣고 갈아서 복용한다’고 했다. 용담은 소염진통 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후염이나 편도염에도 좋다.

용담은 아이들의 경기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간담(肝膽)의 기를 돕고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을 멎게 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경간(驚癎)의 사기를 치료한다. 어린아이의 장열(壯熱)이나 골열(骨熱), 경간(驚癎)이 심에 들어간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해열작용도 강해서 일반적인 경기 외에 열성경련에도 효과적이다.

용담은 골증열(骨蒸熱)을 제거한다. <동의보감>에는 ‘골증열[骨熱]을 없앤다’라고 했다. 간혹 뼈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바로 골증열이다. 골증열은 열감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경우에 해당한다. 단순한 감기는 피부에 열감이 나타나지만 만성소모성질환이나 과로 후에는 깊은 곳에서 골증열이 생긴다.

용담은 열성 전염성질환에도 사용한다. <동의보감>에는 ‘위열(胃熱)과 전염병과 열병, 열설(熱泄), 이질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용담은 전염성질환에서 나타나는 발열과 세균이나 바이러스성 장염에 의한 설사에도 도움이 된다.

용담은 피부염이나 점막염증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창(瘡, 헌 것)과 개(疥, 옴)을 치료한다. 옹종(擁腫, 궤양이나 종기)이나 구창(口瘡, 설염이나 구내염)을 치료한다’고 했다. 피부염의 경우 특히 사타구니 백선증과 허벅지 안쪽의 피부염에 특효다. 모두 간경이 흐르는 부위이다. 용담은 일반적인 습진에도 좋다.

용담은 입이 쓴 것을 제거한다. <의방합부>에는 ‘입이 마르면서 쓰면 시호와 용담초를 달여 먹는다’라고 했다. 지나친 긴장감 상태가 지속되면 침분비가 되지 않고 입안이 마르면서 쓴맛이 느껴지는데 효과가 있다. 구고(口苦)은 기타로 위장질환, 면역관련질환, 뇌혈관질환이나 전신쇠약, 당뇨병 등에서도 나타난다.

용담이 들어간 처방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간의 습열(濕熱)로 인한 남자에게 음정종창(陰挺腫脹), 부인의 음정창양(陰挺瘡痒)이 생긴 것, 음경이 습하고 가려우며 농이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 초룡담, 시호, 택사 각 1돈, 목통, 차전자, 적복령, 생지황, 당귀(주세) 치자인, 황금, 감초 각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빈속에 먹는다’라고 했다.

용담사간탕은 남녀의 생식기 부위의 습진, 요도염, 여성의 질염, 광방염, 사타구니 백선 등에도 효과적인 처방이다. 옆구리 부위의 대상포진에도 특효다. 용담사간탕의 적응증은 바로 용담의 적응증으로 봐도 무관하다.

용담은 세코이리도이드(secoiridoid) 배당체를 함유하고 있다. 세코이리도이드는 페놀 화합물의 일종으로 항산화, 항염증, 항암 활성을 나타낸다. 올리브에도 많은 성분으로 지중해식단의 대표성분이기도 하다. 용담은 실험실 연구결과 NO생성 저해, 항염증, 위장운동기능 항진, 소화액 분비 촉진, 습진 및 피부염과 항균 및 항진균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용담은 빈속에 복용하지 않는다. 성질이 대한(大寒)해서 설사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이뇨작용이 있어 소변을 참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빈속에 먹으면 소변을 참지 못한다’고 했다. 약성이 강해 식후 30분 이내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용담은 위가 약하고 빈혈이 있는 경우는 복용하지 않는다. <본초정화>에는 ‘맛이 매우 쓰고 성질 또한 매우 차서 순수한 음(陰)에 속하는 약이다. 비록 실열(實熱)을 제거할 경우라도 위가 허(虛)하고 피가 부족한 사람은 가볍게 시험 삼아서라도 쓸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소음인에게 적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용담을 관상용 식물로만 알고 있었다면 큰 오산이다. 빨간 용담꽃도 있지만 주로 보라색을 띤다. 보라색, 푸른색 용담꽃은 마치 ‘나는 냉정하고 차갑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뿌리는 쓸개를 먹는 것처럼 쓰다. 하지만 간의 습열(濕熱)을 내리고 염증을 다스리는 데는 용담을 따를 약초가 없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말은 용담을 두고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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