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법률] 정상소견도 상세히 기록해야
[건강과 법률] 정상소견도 상세히 기록해야
  • 권은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0.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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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ㅣ정리·유인선 기자
권은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 결과 정상소견일 경우 이에 관해서는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아도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정상소견에 관해서도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

산모 A는 임신 35주 3일째 조기양막파수로 병원에 방문했고 병원 의료진은 분만촉진제 옥시토신을 투여해 질식분만(자연분만)으로 B를 조기분만했다. 그런데 B는 출생 당시 울음이 없었고 피부색이 창백해 곧바로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이송됐다. 하지만 중증의 대사성산증이 진행, 무호흡을 보여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고 그곳에서 실시한 뇌MRI검사에서 저산소성 허혈성뇌병증 등을 진단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퇴원했다. 현재 B는 저산소성 허혈성뇌손상으로 인한 인지저하 및 경직성사지마비로 보행이 불가능하고 일상생활 동작에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다.

A, A의 남편 C, B는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을 상대로 ‘병원 의료진의 분만과정에서의 경과관찰 및 처치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 등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분만과정에서 옥시토신을 사용하는 경우 자궁과다수축으로 인한 태아심박동 양상 변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고위험임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분만 1기에는 15분마다, 분만 2기에는 5분마다 태아심박동 양상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병원 의료진은 태아심박동수를 분만 1기에는 30~45분 간격으로 측정했고 분만 2기에는 15~40분 간격으로 측정하는 등 태아심박동 양상확인을 매우 소홀히 했다. 위 기준을 훨씬 넘겨 드문드문 측정한 태아심박동수가 정상범위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경과관찰의무를 다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병원 의료진이 B의 분만과정에서 태아심박동수의 측정 등 태아감시를 비롯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점은 의료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의료법인은 분만과정에서 B의 태아심박동수 및 자궁수축양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했고 그중 일부를 기록해뒀기에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법 제22조에서 의료진에게 진료기록부 등의 작성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이 환자상태와 치료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해 이를 그 이후의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아울러 다른 관련 의료종사자에게도 그 정보를 제공해 환자가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러한 취지를 고려해 볼 때 정상소견 역시 당시 환자상태 파악 및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의료인은 정상소견에 관해서도 상세히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의료인이 그의 의무인 진료기록부 등의 작성을 소홀히 한 점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환자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없다”라는 이유로 경과관찰을 제대로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8. 22. 선고 2016가단217660 판결).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관련된 모든 기록을 의료인이 직접 작성하고 보관하기에 일반인으로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의료인은 환자를 진료한 결과 이상소견뿐 아니라 정상소견 역시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록해둬야 한다. 만약 의료인이 정상소견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료결과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다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사실상 면책받는 결과가 될 것이다. 법원 역시 판결문을 작성할 때 결론이 어떠하든 그 이유를 최대한 자세하게 기재해 양 당사자에게 제시한다는 점을 보면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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