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부인병 선약 ‘향부자(香附子)’, 향기만큼 효과도 탁월
[한동하의 식의보감] 부인병 선약 ‘향부자(香附子)’, 향기만큼 효과도 탁월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0.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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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바닷가나 강가의 모래사장에는 작은 갈대처럼 보이는 풀이 있다. 잡초처럼 보여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 하지만 그 뿌리는 어떤 약초 못지않은 효용성이 있다. 특히 부인의 화병과 자궁건강에 이만 한 약초도 없다. 오늘은 ‘향부자’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향부자(Cyperus rotundus L.)는 사초목 사초과 방동산이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의 뿌리를 말한다. 이 풀의 본래 이름은 모래사장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그 전초를 사초(沙草)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 해안과 제주도에 잘 자란다. 뿌리는 향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향부자(香附子)라고 한다. 또 향부자는 사초의 뿌리라고 해서 사초근(沙草根)이라고도 한다.

향부자는 작두향(雀頭香)이라고도 불렀다. <강표전>에 보면 ‘위(魏)나라 문제(文帝)가 오(吳)나라로 사신을 보내 작두향(雀頭香)을 구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때 작두향이 바로 향부자였다. 아마도 생김새가 참새 머리를 닮았고 향이 나서 붙여진 이름으로 여겨진다.

향부자는 수치하는 방법에 따라서 작용이 달라진다. <본초강목>에는 ‘생것은 흉격으로 올라가 바깥의 피부에 도달하고 익힌 것은 간(肝)과 신(腎)으로 내달려 밖으로 허리와 발까지 도달한다. 검게 볶으면 출혈을 멎게 하고, 동변(童便, 어린 남자아이 소변)에 축여 볶으면 혈분(血分)으로 들어가 허한 것을 보해 준다. 또 소금물에 축여 볶으면 혈분으로 들어가 마른 것을 적셔 주고 술에 축여 볶으면 경락으로 운행한다. 반면 식초에 축여 볶으면 적취(積聚)를 없애고 생강즙에 축여 볶으면 담음(痰飮)을 삭인다’고 했다. 향부자만큼 수치법이 다양한 약재도 드물다.

향부자의 맛은 달고 성질은 약간 차고 독이 없다. 향부자는 기와 관련된 질환과 부인병에 특효한 약재로 <본초강목>에는 ‘향부자는 기병(氣病)을 다스리는 총 관사(官司)이자 부인과(婦人科)의 주된 장수(長帥)다’라고 칭송했다. 이 때문에 기병을 치료하는 처방을 보면 향부자가 군약(君藥)으로 사용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또 부인병 처방으로는 향부자만을 단독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제향부환, 칠제향부환 등이 있다.

향부자는 온갖 기병을 치료하며 스트레스를 잘 풀어준다. <본초강목>에는 ‘온갖 기병을 치료한다. 가슴 속의 객열(客熱)을 풀고 평소에 우울하여 즐겁지 못한 증상을 치료하고 아울러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도 치료한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교감단(交感丹)이 있다. 교감단은 향부자와 복신(茯神) 단 2가지로 구성된 처방이다. <동의보감>에는 ‘여러 가지 기가 울체된 것을 치료한다. 모든 공사(公私)의 일로 답답해하고 명리(名利)가 뜻대로 되지 않아 억울해하고 번뇌하며 칠정(七情)에 상해 음식 생각이 없고 얼굴이 누렇게 되고 몸이 여위고 가슴이 막히고 답답한 여러 가지 증상 등에 신효가 있다. 수화(水火)를 잘 오르내리게 한다’고 했다.

수승화강(水升火降)이란 정상적인 생리기전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수(水)가 올라가서[수승(水升)] 화(火)를 식히면 화는 내려와서[화강(火降)] 아래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환이다. 만일 수승화강이 안 되면 얼굴은 뜨거워지고 다리는 차가워진다. 이는 갱년기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향부자는 수승화강을 시켜 갱년기증상에도 좋다.

향부자는 부인병의 선약(仙藥)이다. <본초강목>에는 ‘부인의 붕루(崩漏, 자궁출혈)와 대하(帶下, 냉대하), 월경이 고르지 못한 증상, 출산 전후의 온갖 병증을 치료한다’고 했다. 특히 몸이 차고 예민한 성격의 부인병에 좋다. 역시 붕루나 대하에는 초탄해서 사용하고 기타 병증에는 생향부자나 한 번 쪄서 말린 것을 사용하면 좋다.

향부자는 여성난임을 치료하는 처방에도 들어간다. 여성의 임신을 촉진하는 조경종옥탕(調經種玉湯)과 옥약계영환(玉鑰啓榮丸) 등의 주재료가 바로 향부자다. <동의보감>에는 ‘조경종옥탕은 부인이 자식이 없는 것을 다스리는데 대부분 칠정(七情)이 상해 생리가 고르지 못해 수태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향부자는 위의 답답함을 풀어준다. <본초강목>에는 ‘육울(六鬱)을 풀어주고, 음식이 쌓여 뭉친 것이나 담음(痰飮)으로 막히고 그득한 것을 없앤다’고 했다. 사실 향부자는 소화제가 아니다. 소화제라고 하면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향부자는 그렇지 않다. 향부자는 교감신경의 흥분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해 위장운동을 촉진하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위가 갑자기 뭉치는 느낌이 있으면서 답답할 때 효과적이다.

향부자는 장이나 신장, 방광의 불편함을 없앤다. <본초강목>에는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면서 배가 아픈 증상, 신기(腎氣)나 방광의 냉기를 치료한다’고 했다. 향부자는 배가 차고 냉기가 느껴지면서 사르르 아프고 설사증상이 있을 때도 좋다. 또 아랫배와 생식기 부위가 냉하면서 나타나는 통증에 좋다.

향부자는 온몸의 통증을 멎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각기를 치료하고 가슴과 배, 팔다리와 몸통, 머리와 눈, 이와 귀 등의 여러 가지 통증을 멎게 한다’고 했다. 한의학에서는 ‘기불통즉통(氣不通則痛)’이라는 말이 있다. 기가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향부자는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켜서 진통작용을 나타낸다. 향부자에는 실제로 진통작용이 있다.

향부자는 지혈작용이 있다. <본초강목>에는 ‘옹저(癰疽)와 창양(瘡瘍), 토혈(吐血), 하혈(下血, 장출혈, 자궁출혈), 요혈(尿血)을 그치게 한다’고 했다. 향부자는 기를 조화롭게 해서 혈액이 망행(妄行)하는 것을 막아준다. 한의학에서는 ‘기행즉혈행(氣行則血行)’이라고 했는데 기가 흐르는 곳을 따라 혈이 이동한다는 개념이다. 향부자는 기를 정상적으로 순환시키면서 출혈을 막는 것이다. 더욱이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상처회복을 촉진한다.

향부자를 출혈성질환에 사용하고자 하면 검게 볶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지혈작용이 있는 약재를 초탄(炒炭)하면 지혈작용이 강해진다. 지유(地楡)나 건강(乾薑), 형개(荊芥) 등도 초탄하면 지혈작용이 촉진된다.

향부자에는 1%가량의 세스퀴테르펜이라는 향을 내는 휘발성 정유성분이 있다. 세스퀴데르펜 계열 성분으로는 사이페론(cyperone), 누카톤(nootkatone), 발렌센(valencene) 등이 있고 올레아놀산과 같은 트리터펜과 로툰딘 A,B,C(rotundine A,B,C) 등과 같은 알칼로이드 계열의 성분도 포함돼 있다. 이에 ▲위장긴장억제 ▲진통작용 ▲생리통완화 ▲항스트레스 ▲항비만 ▲항알레르기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향부자는 생리주기를 빠르게 한다. <본초정화>에는 ‘일반적으로 월경이 제 주기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혈열(血熱)이 원인이기 때문에 치료는 마땅히 양혈(凉血)해야 한다. 하지만 잘못해 향부자를 쓰면 월경이 더욱 빨라진다’라고 했다. 향부자는 생리량이 너무 많거나 생리불순, 주기가 늦어지는 경우에 적합하다.

향부자는 부인만을 위한 약초가 아니다. 남성들의 화병과 스트레스 조절에도 좋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스트레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향부자는 부인들의 요약(要藥)이 됐다. 특히 부인의 화병과 여성들의 자궁건강에는 향부자만 한 것이 없다. 여성이 향부자를 즐기면 몸에 건강한 향이 풍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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