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는 ‘제2의 인생’…호르몬치료하면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어
폐경기는 ‘제2의 인생’…호르몬치료하면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0.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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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탁 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탁 교수는 “폐경기 호르몬치료는 남은 인생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김탁 교수는 “폐경기 호르몬치료는 남은 인생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83.6년. OECD국가 평균(80.3년)보다 높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다. 백세시대, 인생의 반을 살아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 것. 특히 여성은 폐경(완경)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 시기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 몸에서 이로운 역할을 하던 여성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폐경증상과 질병이 도미노처럼 찾아올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한폐경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폐경 여성 10명 중 8명(80.3%)이 폐경증상을 경험하고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같은 만성질환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치료를 받는 여성은 24.6%에 불과했다는 것. 세계 폐경의 날(10월 18일)을 앞두고 김탁 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폐경기 호르몬치료에 대해 물었다.    

- 여성들은 50대에 이르러 월경(생리)이 멈추면 자연스럽게 폐경을 의심한다. 정확히 어떤 경우에 폐경으로 진단하나. 

폐경 진단은 자궁의 유무에 따라 다르다. 자궁이 있는 여성은 마지막 생리 후 1년간(12개월) 생리를 하지 않으면 폐경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아무런 검사 없이 문진만으로 폐경을 진단할 수 있다. 

반면 자궁적출수술 등의 이유로 자궁이 없는 여성은 폐경연령인 50대가 됐을 때 피검사를 통해 폐경을 진단한다. 생리를 하지 않아 증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난포자극호르몬(FSH)과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E2)의 수치를 확인하며 FSH가 40 이상, E2가 30미만일 때 폐경으로 진단한다.  

- 폐경기와 갱년기도 혼동돼 쓰이고 있다. 같은 의미인가 아니면 명확히 구분해 써야 하나. 

학술적으로 보면 두 시기는 명확히 다르다. 폐경기는 폐경으로 진단받은 이후 시기이다. 폐경되기 전 생리가 불규칙해지는 시기는 폐경이행기, 마지막 생리로부터 완전한 폐경까지의 1년을 폐경주변기라고 하는데 갱년기는 이 두 시기를 모두 포함한, 즉 폐경을 기점으로 4~7년의 기간을 의미한다. 

- 생리가 불규칙해지면 바로 병원에 오는 것이 좋은가. 

폐경증상은 폐경 전에도 나타난다. 규칙적으로 생리하던 여성이 어느 시점부터 생리를 자주 하거나 드물게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몇 개월에 한 번으로 주기가 띄엄띄엄 나타나다 완전히 생리가 끊어진다. 이렇게 생리가 불규칙한 기간에는 폐경증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증상이 있다면 치료 목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면 굳이 병원에 올 필요는 없다. 대신 마지막 생리 이후 1년이 된 시점에서는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폐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진료받는 것을 권고한다. 

- 폐경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과 질병이 발생하나. 

폐경증상은 초기-중기-말기의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증상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점차 낮아지는 시기로 폐경 전부터 나타날 수 있다. 안면홍조, 가슴두근거림, 야간발한 등이 대표적이며 짜증과 우울감을 포함한 정신적증상과 기억력 감퇴도 발생할 수 있다. 

3~8년 정도 지나면 중기증상이 나타난다. 외음부 건조로 인한 성교통, 잦은 소변과 배뇨통 등 주로 비뇨·부인과 증상들이다. 또 에스트로겐은 콜라겐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주름살도 생기기 시작한다. 10년 정도 되면 말기증상으로 치매,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 폐경기에는 호르몬치료가 특히 강조된다. 모든 여성이 받아야 하나. 

폐경 후 가장 큰 문제는 몸에서 여러 역할을 하며 건강을 지켜준 여성호르몬이 더는 안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폐경 후에는 모든 여성이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폐경 후부터는 노화가 빨라지고 치매,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병 발생위험도 높아진다. 특히나 이들 질병은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돼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미 여러 폐경증상을 겪고 있다면 당연히 치료받아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호르몬치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한다면. 

우선 일상의 크고 작은 불편을 초래하던 폐경증상이 좋아진다. 열감이나 안면홍조, 짜증, 우울감 등이 완화되고 질벽이 두꺼워지면서 성교통이 사라진다. 부부생활이 한결 좋아지니 가족 전체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과 치매,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폐경이 이뤄지는 평균시점을 지나면 남성보다 월등히 높아지는데 이 또한 여성호르몬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 호르몬치료 시점도 궁금하다. 폐경 진단 후 바로 시작해야 하나.

여성의 평균 폐경나이가 50세라고 했을 때 10년 이내 받는 것이 가장 좋다. 60세 이후에는 이미 동맥경화증 등으로 혈관에 나쁜 변화가 시작돼 호르몬치료를 하면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혈관이 건강할 때 호르몬치료를 해야 에스트로겐이 혈관건강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 한마디로 호르몬치료는 양날의 검이다. 시기에 맞게 잘 쓰면 약, 시기를 놓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호르몬치료방법은 환자마다 다른가.

자궁 유무에 따라 다르다.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요법을, 자궁이 없는 여성은 에스트로겐만 단독으로 사용된다. 크게 먹는 경구형, 피부로 투입하는 경피형,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질에 넣는 질정 등으로 구분된다. 제각기 장단점이 있어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한다. 다만 간이 좋지 않거나 중성지방수치가 높은 사람은 약물대사과정에서 혈전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먹는 약 대신 피부로 경피형 호르몬제를 투여한다. 

- 호르몬치료의 부작용위험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유방통, 질출혈 등 호르몬치료의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꼽히는 증상은 치료를 통해 금세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유방암과 심혈관계질환이다. 특히 유방암은 매체에서도 자주 다뤄져 우려가 더욱 크다. 호르몬치료를 통해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은 되려 유방암 발생을 억제한다고 밝혀졌으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요법은 유방암을 발생시키지만 바로가 아닌 치료 시작 후 5~6년부터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히 5.6년까지는 안전하고 그 이후부터 유방암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는데 수치가 1000명 중 0.8명 정도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또 심혈관계 부작용인 혈전색전증은 해외에서는 발병사례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 혈전색전증이 나타나기 위한 조건인 관련 유전인자가 없기 때문이다.

- 그런데도 왜 대중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인가.

연구보고된 수치들이 부풀려 보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이 여전히 정정되지 않고 있다 보니 환자뿐 아니라 몇몇 산부인과 의사들까지도 호르몬치료에 대한 나쁜 인식을 갖고 있다. 매체에서는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인정하는 학회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보도해야 한다. 여성들 또한 보도만 믿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선 안 된다. 불편한 증상을 겪으면서도 호르몬치료가 위험하니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의미이다. 병원을 찾아 전문가와 몇 분만 상담해보면 오해도 풀리고 걱정도 해결할 수 있다.   

- 제 시기에 호르몬치료를 시작했다면 쭉 받아야 하나.

원칙적으로는 이점과 위험도를 파악해 평생 진행할 것을 권고한다. 호르몬치료를 중단하는 순간부터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70세를 넘으면 몸의 대사가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약의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 치료를 지속하는 방법도 취하고 있다. 또 앞서 말한 것처럼 유방암 발생위험이 5~6년 후에 1000명당 0.8명 수준으로 아주 낮게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장기치료를 고려하는 경우 유방암을 발생시키지 않는 치료제로 바꾸거나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고려한다. 

-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 호르몬치료제는 기존 제제들과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인 호르몬치료제는 여성의 질벽을 두껍게 해 성교통을 감소시키는 효과만 있는데 티볼론(선택적 조직 에스트로겐 활성조절제) 같은 호르몬치료제는 폐경증상을 완화하면서 엔도르핀 분비를 증가시켜 성욕을 높인다고 보고됐다. 부작용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이에 개인적으로도 티볼론제제의 호르몬치료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무조건 이 제제를 처방하는 것은 아니다.  

- 이러한 선택지가 있어도 호르몬치료 금기대상이 있다고. 

▲진단이 안 된 질 출혈이 있는 경우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등 에스트로겐 의존성 악성종양이 과거에 있었거나 현재 있는 경우 ▲뇌경색 뇌졸중,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에 문제가 있는 경우▲활동성 혈전색전증이 있는 경우 ▲활동성간질환 또는 담낭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활동성간질환은 현재 간의 상태가 좋지 않아 간의 효소가 증가된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간의 효소가 안정화돼 있으면서 동시에 간경화증이나 만성간염을 앓고 있는, 즉 만성간질환자는 호르몬치료가 가능하다. 이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간 섬유화를 예방하는 등 호르몬치료가 간질환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 금기대상은 어떤 방법으로 치료를 시행하나.

식물성호르몬제 등 호르몬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사용한다. 호르몬치료제만큼 효과가 좋지는 않지만 이들도 폐경증상으로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불편함을 겪는다. 따라서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후 다른 방법으로라도 호르몬치료를 받아야 한다. 

- 홍삼, 석류 등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는 여성들도 많은데.  

해가 되지는 않지만 호르몬치료제와 단기적으로 함께 복용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함께 병용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건강보조식품은 일종의 식물성호르몬제인데 호르몬치료제와 장기간 병용 효과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따라서 2~3년 정도 단기간 병용은 괜찮지만 5~10년 정도의 장기간 병용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폐경기 가장 기본적이면서 효과적인 치료는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치료이다. 

- 세계 폐경의 날을 맞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폐경은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난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호르몬치료를 받으면 폐경 전처럼 활기차고 건강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다. 부부간 성관계도 불편함 없이 가질 수 있고 수영장도 언제든 갈 수 있으며 중장년기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매체 역시 호르몬치료가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어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잘못 보도해선 안 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과거 잘못된 연구자료 해석이 바로잡히길 바란다.  

의사들에게도 당부한다. 50대 여성환자가 다른 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더라도 꼭 폐경 여부를 물어볼 것을 말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폐경증상을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해 참고 견딘다. 하지만 그저 견디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올바른 치료방법을 권해주는 것이 의사로서의 역할이다. 폐경증상이 연령별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더욱 좋다. 50대 초반이라면 안면홍조 등 초기증상이 있는지, 중반이라면 비뇨·부인과증상 등이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많은 여성이 진정한 인생 2막을 펼칠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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