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다 갑자기 멍…짧게 지나가는 이 증상, ‘소아뇌전증’ 신호?
잘 놀다 갑자기 멍…짧게 지나가는 이 증상, ‘소아뇌전증’ 신호?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0.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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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멈추고 갑자기 멍한 모습…10초간 짧게 나타나
첫 치료는 약물…상태에 따라 식이요법, 수술도 고려
조기진단·치료 시 예후 좋아…잘 먹고 잘 자는 것도 중요
2021년 연령별 뇌전증 진료인원. 뇌전증은 어린 아이와 노인에서 발병률이 높아 U자형태의 패턴을 보인다((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근 육아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미처 몰랐던 아이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다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도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질환이 바로 ‘뇌전증’이다. 이 질환은 뇌 신경세포의 과흥분으로 인해 갑작스레 발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으로 절반이 소아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발작이 2회 이상 반복되면 뇌전증으로 진단하는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 교수는 “특히 소아뇌전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발작의 모습(쓰러져 고개가 돌아가고 온몸이 뻣뻣해지다가 팔다리가 씰룩거리며 떨리는 모습)과 달리 행동을 갑자기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짓거나 입을 오물거리고 침을 흘리는 소발작(작게 발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증상은 10초간의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이뤄져 아이는 물론 부모조차 인지하기 어렵다는 설명.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운 교수는 “이러한 점에서 가족은 물론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소아기에 나타나는 소발작은 조기에 진단·치료하면 예후가 좋다”고 강조했다.

소아뇌전증은 원인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저산소뇌증, 감염, 외상, 선천성 기형 등 뇌의 손상이나 구조적문제가 있는 경우, 뇌구조는 정상이나 유전적소인이 있는 경우 또는 아직 밝히지 못한 문제가 있는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

소아뇌전증에서 나타나는 발작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멍한 모습을 보이는 소발작이 특징이다. 10초간 짧은 시간 내 지나가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나타날 수 있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료는 약물치료, 식이요법, 수술 등으로 다양하지만 이 중 첫 번째는 약물치료이다. 이지원 교수는 “약물치료의 효과가 좋아 전체 환자의 60~70%는 약이 잘 듣는다”며 “약으로 증상이 잘 조절되고 이 시점부터 3년간 증상 없이 잘 지내면 약을 줄이면서 끊는 시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두 가지 약으로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은 나머지 30%의 환자는 식이요법이나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식이요법으로는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고 지방과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케톤 생성식이요법이 대표적이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이 부족하면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데 이때 나오는 케톤체라는 유기화합물이 소아뇌전증환자의 경련과 발작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즉 뇌 신경세포가 포도당(탄수화물) 대신에 케톤체(지방)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해 케톤체의 항경련효과를 이용하는 원리이다. 단 전문가들은 식이요법의 경우 어디까지나 약물치료의 보조수단으로서 병행할 수 있는 치료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약물이나 식이요법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발작 유발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수술하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수술은 가장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일상 속 관리도 중요하다. 이지원 교수는 “케톤생성 식이요법을 하지 않는 아이라 할지라도 따로 조심해야 할 음식은 없다”며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규칙적으로 적당 시간 잘 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은 뇌가 쉬면서 회복하는 시간으로 충분하지 않으면 뇌의 흥분성이 높아지고 발작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교운 교수는 “뇌전증을 두렵고 무서운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진단 후 잘 치료받아 3년간 발작이 없으면 약의 중단을 고려해볼 수 있는, 즉 완치 가능한 병”이라며 “소발작은 짧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세심하게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소아청소년과 뇌전증 전문의에게 빨리 진료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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