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여기저기 ‘아파’
여성,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여기저기 ‘아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0.25 0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제5차 여성건강통계결과’ 발표
골다공증 등 질병부담↑…주관적인 건강수준은 더 낮아
여성은 남성보다 기대수명이 길지만 생애주기별로 겪는 여러 신체·정신적인 문제로 주관적인 건강수준은 더 낮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성은 남성보다 기대수명이 길지만 생애주기별로 겪는 여러 신체·정신적인 문제로 주관적인 건강수준은 더 낮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성의 기대수명은 86.6세로 남성(80.6세)보다 더 길지만 심신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로 주관적인 건강수준(자신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우리나라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현황과 주요 이슈분석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24일 ‘제5차 여성건강통계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통계는 여성의 전 생애주기별로 전반적인 건강수준, 만성질환, 건강행태, 정신건강, 성 재생산건강 등 다양한 영역의 통계를 종합 분석한 결과로 특히 질병 부분에서는 약 10년간의 추이 변화를 제시했다.

먼저 여성은 다양한 만성질환 중에서도 골관절염과 골다공증 유병률이 남성보다 매우 높아 질병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9~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 유병률은 여성 10.3%, 남성 8.3%로 여성이 남성의 3배에 달했다. 골다공증은 여성이 7.1%, 남성이 0.7%로 무려 10배 더 많았다.

골관절염과 골다공증은 여성을 노리는 대표 만성질환이다. 골관절염은 지난해 417만8974명이 진료받았으며 이 중 66%가 여성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93%를 차지했다.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안중경 교수는 “골관절염은 대부분 무릎관절에 찾아오는데 특히 여성은 무릎관절을 지지하는 허벅지근육이 취약해 관절이 불안정하고 관절염 증상도 더 심해져 치료가 필요한 사례가 많다”며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에 설명했다. 이어 “50대 이후 ▲양쪽 무릎이 붙지 않는 O자형 다리이거나 ▲무릎 사이에 주먹이 들어가는 공간이 있거나 ▲걸을 때 관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영 무릎이 불편한 경우에는 빨리 진료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골다공증은 단연 조심해야 할 질환이다. 여성은 50대 초반, 즉 폐경을 전후로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해 골밀도가 크게 낮아지기 때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전상현 교수는 “나이 들면 자연스레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다고 생각하지만 골다공증은 단순한 노화현상이 아닌 골밀도 감소로 뼈에 구멍이 생겨 결국 골절될 수 있는 병”이라며 “다만 뼈가 부러지기 전까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자신의 뼈 상태를 알 수 있는 골밀도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5세, 64세 여성은 국가건강검진대상으로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

암 발생률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2000년도 여성 암 발생 4위를 기록했던 자궁경부암은 2020년 10위로 감소했다. 반면 자궁체부암과 난소암 발생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유방암은 여전히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과 췌장암 발생률도 꾸준히 증가했다.

이 중 자궁체부암(자궁체부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이 중 90% 이상이 자궁내막암에 해당)은 자궁경부암, 난소암과 더불어 3대 부인암에 속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아 관심 밖에 놓여 있다. 하지만 3대 부인암 중 증가세가 가장 뚜렷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서구화된 생활습관, 비만, 당뇨병 증가 등을 증가의 원인으로 꼽는다.

다행히 자궁체부암은 ▲자궁 또는 질 출혈(생리기간이 아니거나 또는 폐경 후 등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점액 또는 농 분비 ▲복부, 골반 등의 통증과 압박감이 나타나는 등 의심증상이 있다. 또 자궁내막암으로 진행되기 전 암이 증식하는 전암단계가 존재한다. 즉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예방과 조기발견이 가능한 것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산부인과 민경진 교수는 “자궁체부암은 초기에 치료하면 5년 상대생존율이 80% 이상일 만큼 예후가 좋다”며 조기진단·치료를 당부했다.

마음건강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소년 및 성인 여성에서의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장애 유병률, 자살생각률이 모두 남성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었으며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는 25~34세 젊은 여성에서 우울장애 유병률이 11.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

젊은 여성은 흡연과 음주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영영조사(2013~2021) 비교분석결과 여성의 연령대별 현재흡연율은 25~34세에서 10.3%로 가장 높았으며 고위험음주율은 35~44세에서 큰 폭으로 증가(6.1%→9%)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우울감에서 벗어나고자 담배와 술에 기대면 건강의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술은 우울감을 악화시키고 알코올사용장애 같은 중독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형근 교수는 “우울하다고 느끼는 건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며 “혼자 해소하기보다 가족, 친구, 주변 사람에게 우울하다고 말하고 병원을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즉시 찾아가 전문가의 손을 잡는 것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은 신체활동량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인여성의 근력운동 실천율은 16.4%로 과거보다 개선됐으나 남성(32.7%)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 또한 남성의 87% 수준이었다.

전상현 교수는 “여성은 몸에서 이로운 역할을 하던 에스트로겐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으면서 체중이 늘고 폐경기 여러 가지 질병이 도미노처럼 찾아온다”며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규칙적인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산소운동으로는 단연 걷기를 추천한다. 조깅, 자전거도 좋다. 근력운동은 초기 팔굽혀쳐기, 윗몸일으키기, 요가, 필라테스 등을 권하며 익숙해지면 기구를 이용하는 웨이트트레이닝도 가능하다. 단 웨이트트트레이닝은 부상위험이 있는 만큼 저강도에서 시작해 차차 늘리는 것이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