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소변 본 뒤 손 씻을까, 말까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소변 본 뒤 손 씻을까, 말까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0.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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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착용 등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생활의 하나가 됐던 많은 규제가 해제됐지만 함께 강조됐던 손 씻기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원래 손 씻기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위생과 감염질환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습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하고 당연한 손 씻기가 종종 논란이 되곤 한다. 바로 소변 본 이후 손을 꼭 씻어야 하는지이다. 일반적으로 소변에는 세균이 많고 더러운 배설물이기 때문에 소변 본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화장실 이용 후 손을 씻느냐는 설문조사에서 남녀 모두 70%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 씻는 경우는 20% 이하에 불과했다. 화장실은 세균이 많은 장소여서 소변만 봐도 손을 씻어야 할 텐데 이렇게 씻지 않아도 괜찮을지 의문이 든다.

화장실에서 처리되는 대변과 소변에는 세균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양분이 흡수되고 남은 찌꺼기가 장내세균과 함께 배출되는 대변에는 많은 세균이 존재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정상 소변에는 세균이 없다.

신장, 요관, 방광, 요도로 구성된 요로기관은 대사 결과물의 배설과 수분 및 전해질 조절을 하는 신체 유지의 필수기관이다. 소변은 혈액 내의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피에 들어있다가 신장에서 걸러져 물에 녹아있는 것이고 외부에서 침입하지 않는 한 세균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다른 배설물과는 다른 점이다. 간혹 소변검사에서 발견되는 세균은 항문 주변에 있던 장내세균이 요도를 통해 침입한 것이고 이 세균으로 인해 방광에 염증이 생기는 감염질환이 바로 방광염이다.

소변 본 뒤 손에 좀 묻는다고 하더라고 소변에는 세균도 없고 특별히 해를 끼치는 물질들도 없어 이론적으로는 손을 씻을 필요가 없다. 소변은 원칙적으로 무균상태이고 무색무취이다. 특유의 지린내는 외부세균에 의해 소변에 포함된 요소가 암모니아로 변성돼 풍기는 냄새이다. 몇 방울의 소변이 손에 묻어도 활동하는 동안 바로 증발해 날아가 버리고 수분이 없으면 세균에 의해 변질되지 않는다. 즉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가 단지 소변이 더럽고 세균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소변 보고 난 후 구태여 손을 씻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소변이 묻을 수 있어 조심하는 것이 좋다.

남성들이 소변이 튀어 손에 묻는 경우는 소변 보고 난 후 음경부 요도에 남아 있는 소변을 털어서 마무리할 때이다. 특히 방광기능이 떨어지거나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남성은 소변 양이 많아 손에 묻기 쉽다. 이때 음경을 잘 터는 것이 요령인데 소변줄기가 끝나자마자 1~2번 털고 후딱 집어넣지 말고 5초 정도 기다려서 후부요도에 있는 소변을 앞으로 나오게 한 후 다시 한 번 털어야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다.

다행히도 여성은 요도에 소변이 남는 불편함은 생기지 않지만 소변 보고 난 후에는 잘 닦아야 한다. 여성 외부생식기의 특성상 배뇨 후 질 입구와 소음순에 소변이 묻어 있을 수 있는데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리듯이 닦아야 방광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손에 묻지 않는다.

소변에는 세균이 없고 설령 손에 조금 묻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소변이 손에 좀 튀든 말든 손을 씻기 싫으면 당당하게 그냥 나오면 되고 찜찜하면 씻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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