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술 장착한 진단검사의학, 의료의 새 지평 열다
디지털기술 장착한 진단검사의학, 의료의 새 지평 열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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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L, 창립 4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개최
국내외 석학들과 진단검사의학 최신지견 조명
SCL헬스케어그룹 이경률 회장이 인사말을 전하며 학술대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신종감염병의 유행과 환자의 특성을 분석해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환자 맞춤형의료(정밀의료)가 확대되면서 진단검사의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나아가 최근 진단검사·병리분야에도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접목되면서 진단검사의학은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의 든든한 성장축으로 떠올랐다. 마침 이러한 변화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제 학술의 장이 활짝 열렸다.

오늘(11월 1일) SCL(재단법인 서울의과학연구소)은 롯데호텔에서 창립 4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국내외 석학들과 진단검사·병리분야의 최신지견을 교류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의료지평의 새 진입’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디지털 헬스케어와 인공지능 ▲헬스케어의 새로운 경향인 환자맞춤형 의학 ▲마이크로바이옴 등 의학분야의 최신흐름을 조명할 수 있는 3개의 세션으로 구성돼 참석자들의 눈을 반짝이게 했다.

SCL헬스케어그룹 이경률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차산업혁명시대 그 어느 분야보다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의료환경 안에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자 오늘과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SCL은 대표검사기관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검사분석기술, 임상시험 등 연구사업 외에도 기관이 보유한 의료 빅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분야의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하는 선도기업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혜숙 의원이 SCL의 창립 40주년 축하와 학술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축사를 전하고 있다.

이날은 정부 및 의료계인사 등 여러 내빈들도 참석, SCL의 창립 40주년 축하와 학술대회의 성공을 함께 기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SCL은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의료현장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며 국민 건강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며 “기관의 노력에 발맞춰 헬스케어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도 함께 모색하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팬데믹기간 구슬땀을 흘린 SCL의 노고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기간 최전선에서 애써준 SCL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또 다른 신종감염병 대비를 위해 진단검사분야의 역량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SCL이 명실상부 모범기관으로서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규창 원장은 SCL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과 확신을 표하며 한림원 또한 그 발걸음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왕규창 원장은 “SCL이 40년간 국내외에서 보여준 활약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의료산업의 국부 창출이 아쉬웠던 부분을 달래준 쾌거가 아닐 수 없다”며 “앞으로도 근거중심의 의학, 세계 굴지의 검사기관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힘을 실었다.

윤동섭 원장은 의료기관이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데 힘을 실어주길 당부했다.

연세의료원 윤동섭 원장(대한병원협회장)은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인 만큼 앞으로 의료기관들이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구축하는 데도 동행해주길 당부한다”며 “미래의료의 방향성을 짚어보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디지털전환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학술대회의 첫 문을 연 디지털 헬스케어와 인공지능 세션에서 연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메시지이다. 디지털기술과 인공지능이 의료현장에 주는 이점은 결국 환자에게도 득이 된다는 것.

치치울라 박사는 ‘디지털병리학 입문 조직병리학의 미래’를 주제로 학술대회 첫 강연을 펼쳤다.

첫 연자로 나선 호주 멜버른 치치울라 병리학 박사(Dr. John Ciciulla, Melbourne Pathology, Australia)는 ‘디지털병리학 입문 조직병리학의 미래’를 주제로 진단검사 병리분야에 찾아온 새로운 변화들을 소개했다.

디지털병리는 환자의 조직이나 세포가 담긴 슬라이드를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 현미경이 아닌 고화질 모니터로 판독하는 것을 말한다. 업무효율성은 물론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여 질 높은 맞춤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글로벌 디지털병리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장밋빛 성장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치치울라 박사는 “현미경으로 보던 것을 한 슬라이드에 띄워 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집에서도 여러 작업이 가능해졌다”며 “디지털병리가 구현되면서 업무효율성이 확실하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비용, 환자정보 유출, 디지털기술 활용에 대한 반대 의견 등 디지털병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들이 아직 많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치치울라 교수는 “디지털병리는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여러 의료AI기업들과 협력하는 등 병리학자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디지털병리가 활성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우어 교수는 질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서의 유전자변이 중요성과 정밀의학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두 번째 연자로 나선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원 바우어 교수(Prof. Denis C. Bauer, CSIRO, Australia)는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디지털솔루션을 통한 정밀의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질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서 유전자변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정밀의학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바우어 교수는 “개인이 보유한 유전자는 다르며 이에 따라 질병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며 “정밀의학 구현에 있어 개인의 유전자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은 윤리적이어야 하며 항상 핵심은 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석학으로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최민혁 교수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요로감염의 다양한 원인균을 분석, 고령층에서 요로감염이 증가한 것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AI가 진단검사의학에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최민혁 교수는 다양한 요로감염의 원인에 맞는 항생제도 AI가 제시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정밀의학 패러다임 안에서 AI가 결국 가야 하는 방향이 바로 그것”이라며 “AI가 진단검사·병리분야에 더욱 폭넓게 적용되면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을 넘어 치료방향을 제시해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최민혁 교수는 직접 수행한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진단검사에 어떻게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소개했다.

현 의료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환자 맞춤형의학은 오후에 진행된 해외 석학들의 강연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됐다. 특히 유전체학분야의 저명한 석학 미국 메이요클리닉 리니아 엠 보드휜 교수(Prof. Linnea M Baudhuin, Mayo Clinic, USA)는 ‘심혈관 유전체학을 통한 개인 맞춤형의학 발전’을 주제로 강연하며 현장 전문가들에게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그는 “심혈관질환 역시 서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이 많아 오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임상증상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다수의 질환이 의심될 때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니아 엠 보드휜 교수는 심혈관질환의 정확한 진단을 위한 유전자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최근에는 미생물과 암 발생 간의 연관성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의 군집) 기반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마지막 세션을 장식한 마이크로바이옴 강연은 단연 주목받았다.

특히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진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의 롭 나이트(Rob Knight) 교수는 ‘머신러닝(인공지능) 접근을 통한 암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 역할 조명’을 주제로 강연을 펼쳐 청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축적된 장내미생물 데이터는 인공지능기술과 만나 질병위험도와 장내미생물 유형분석으로 활용되며 최근 각광받고 있다.

또 ▲정밀의료의 미래를 창조하는 병리학의 역할(Prof. Anthony Magliocco, CEO, Protean biodiagnostics, USA) ▲대사건강 개선을 위한 장내미생물의 영양조절(Prof. Liping Zhao, Rutgers,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 USA) ▲구강 미생물군집과 전신염증성질환과의 연관성(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김백일 교수) 등의 강연이 진행,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경률 회장이 프레스룸에서 기관의 목표와 포부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한편 이날 SCL 이경률 회장은 프레스룸에서 기자들과 소통시간도 가졌다. 그는 해당 자리에서 기관의 목표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진단검사의학의 역할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경률 회장은 “과거에는 주관적인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환자들을 치료했지만 의학이라는 것은 근거가 있어야 하고 결국 근거중심의학이 확립되려면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를 수집해 객관화하는 학문이 바로 진단검사의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CL 역시 과거 병리검사만 했다면 이제는 디지털기술과 융합해 구축 가능해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겨냥하고자 한다”며 “환자들이 어디에 있든 누구나 공평하게 의료데이터에 접근해 필요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접근성을 균일하게 높이는 데도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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