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AI신약개발, 소리없는 아우성은 이제 그만!
[기자의 눈] AI신약개발, 소리없는 아우성은 이제 그만!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1.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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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국 기자
이원국 기자

2023년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하 AI)’이다. 특히 생성형 AI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생성형 AI는 대화, 이야기, 이미지, 동영상, 음악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준다. 쉽게 얘기하면 사람이 AI에게 특정 입력(프롬프트)을 통해 어떤 것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 맞춤형 결과를 만들어준다.

이에 많은 업종이 AI로 대체되고 있다. 제약산업 역시 AI 접목이 활발하다. 하지만 초창기 노도(怒濤)와 같은 기세는 사라지고 소리 없는 아우성만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신약개발과정은 녹록지 않다.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임상시험 ▲상용화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며 10~15년이라는 시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또 신약개발의 최종 성공률은 0.01%에 불과하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신약후보물질이 품목허가 승인을 받을 확률은 7.9%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대안책이 바로 AI신약개발이다. AI는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을 탐색할 수 있다. 수십 명의 연구진이 몇 년에 걸쳐 해야 할 단계를 단 며칠 안에 해결하는 것. 이에 전문가들은 AI가 신약개발 전 단계에 활용될 경우 개발주기가 15년에서 7년으로 단축되고 비용 또한 크게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AI신약개발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했지만 아직까지 승인받은 사례는 없다. 2019년 홍콩 바이오기업 인실리코메디신과 캐나다 토론토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AI로 섬유증치료제 후보물질을 46일 만에 도출했다는 보고만 있을 뿐이다. 이는 AI신약개발이 대부분 약물 스크리닝 과정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사실 약물 스크리닝은 신약후보물질 도출과정 중 하나지만 신약개발 전체 과정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은 아니다.

최근 AI신약개발 바이오 신테카바이오와 파로스아이바이오의 주가가 나란히 급락했다. 모두 AI열풍으로 단기간 주가가 급등한 기업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AI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별개로 아직 상업화 성과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신약개발의 장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현재는 시작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다. 글로벌 빅파마들 역시 AI기술을 후보물질 도출, 임상시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중이다. 노바티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고 있으며 얀센은 베네볼렌트와 난치성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모두 시작단계로 아직 상용화된 바는 없다.

우리나라 역시 2023년 5월 기준 AI신약 개발 누적 투자유치 금액이 6000억원에 달했다. 매우 큰 금액이지만 글로벌 빅파마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불모지를 개척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큰 성과다.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동아에스티, 삼진제약,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AI신약 개발에 뛰어든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AI는 의료데이터와 밀접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도 아닌 일개 기업이 의료데이터를 모으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외양간이 필수다. 소가 AI신약개발이라면 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외양간은 ‘정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더는 안 된다. 부디 국내 제약사가 AI 신약개발이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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