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자궁이식 성공…최종목표 ‘임신’ 향한 여정 시작
국내 최초 자궁이식 성공…최종목표 ‘임신’ 향한 여정 시작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1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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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자궁이식팀, 국내 첫 성공사례 발표
MRKH증후군환자에 성공…첫 월경 후 주기 유지
거부반응 없어 시험관시술 통해 임신 준비 중
삼성서울병원 자궁이식팀이 체계작인 다학제진료와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국내 최초로 자궁이식에 성공했다. 박재범 삼이식외과 교수(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는 17일 열린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Asian Transplantation Week 2023)에서 이 소식을 발표했다.

환자와 의료진의 의기투합이 빛을 발해 국내 첫 자궁이식 성공사례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1월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해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이식상태를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환자는 월경주기가 규칙적이고 거부반응도 없어 이식된 자궁이 정상기능 중임을 판단, 최종목표인 임신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RKH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는 질환으로 학계에서는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개 청소년기 생리를 시작하지 않아 병원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난소기능은 정상적이어서 호르몬 등의 영향이 없고 배란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과 출산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자궁이식에 성공한 환자 역시 MRHK증후군환자로 결혼 이후 임신을 결심하고 2021년 삼성서울병원의 문을 두드렸다. 마침 삼성서울병원은 2019년부터 준비한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이듬해 정식으로 팀을 꾸리고 관련 임상연구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될 때였다.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에 자궁이식팀은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를 진행하고 기관 생명윤리위원회(IRB)심사까지 모두 마치는 등 절차 진행에 속도를 냈다. 해외논문과 사례를 조사하면서 이식수술계획도 신중하게 세웠다. 

자궁이식팀이 다학제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궁이식팀은 이번 성공사례를 계기로 또 다른 환자의 자궁이식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에서 새로운 수술의 시도는 임상연구라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어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환자와 의료진의 뜻에 공감한 많은 후원자가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진은 극중 인물인 채송화 교수의 롤모델이자 제작 자문을 맡았던 자궁이식팀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와의 인연으로 임상연구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자궁이식팀은 연구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지만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식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결국 2주 만에 자궁을 제거해야 했던 것.

그래도 간절함은 통하는 법. 모두의 염원에 힘입어 첫 이식 실패 6개월 여 만인 올해 1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고대하던 뇌사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이식수수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특히 기증자 자궁과 연결된 작고 긴 혈관 하나까지 손상되지 않게 정교한 수술을 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의료진은 이 부분에 세심하게 신경쓰며 수술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환자는 이식 후 29일 만에 생애 최초로 월경을 경험했다. 자궁이 환자 몸에 안착했다는 신호. 환자는 첫 월경 이후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 중이며 이식 후 2, 4, 6주, 4개월, 6개월째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식외과 박재범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식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박재범 교수는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진은 이식한 자궁이 환자 몸에 완전히 자리잡은 것으로 보고 다음 목표인 임신을 향해 환자와 또 힘찬 여정을 시작했다. 자궁이식팀 이동윤·김성은 교수(산부인과)는 이식수술에 앞서 미리 환자의 난소로부터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를 이식한 자궁에서 착상을 유도하고 있으며 임신 이후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이동윤·김성은 교수는 “해외 성공사례를 봤을 때 기대감이 높다”며 “착상에 성공하면 이후에는 환자의 임신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식외과 박재범 교수는 “자궁이식은 국내 첫 사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면서 “첫 실패의 과정은 참담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무사히 자궁이 안착, 환자가 그토록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이유영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뿐 아니라 연구에 아낌없이 지원해준 후원자들까지 많은 분이 도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어려운 선택을 한 환자와 이를 응원한 많은 사람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남은 과정 역시 희망이 계속되길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20년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 처음으로 면역관용유도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의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는 등 장기이식 환자의 출산 경험이 풍부하다.

국제 자궁이식학회에 따르면 자궁이식 성공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삼성서울병원 사례를 포함, 109건에 이르며 특히 세계적으로 재이식시도는 삼성서울병원의 이번 사례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또 다른 환자의 자궁이식을 준비 중이다. 병원 측은 국내에서도 자궁이식 성공경험이 계속 쌓이면 아이를 갖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임신과 출산이라는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했다. 

TIP. 자궁이식 Q&A

우리나라는 간, 신장, 심장, 폐 등 여러 장기에서 이식수술성과를 내고 있지만 자궁이식은 아직 좀 생소하다. 다음은 삼성서울병원 자궁이식팀과의 질의응답.  

Q. 자궁이식이 필요한 이유는?

아이를 맞이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자궁이식은 MRKH환자 등 자궁 요인에 의한 불임으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환자들이 임신과 출산을 통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자궁이식이 꾸준히 시도돼왔고 최근에는 성공사례도 늘고 있다. 의학적으로 못하는 것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환자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Q. 자궁이식 후 아이를 낳으면 부모는 누구로 봐야 하나?

생명은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잉태된다. 일반적으로 자궁이식 대상환자의 경우 난소가 제 기능을 하는 만큼 환자의 난자와 배우자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를 이식한 자궁에서 키워 출산한다. 이번에 성공한 환자 역시 정상 난소를 갖고 있고 무자궁 상태였다. 향후 임신 후 출산까지 마치면 유전적으로 두말 할 것 없이 환자와 환자의 배우자가 부모가 된다. 이식한 자궁은 태아가 잠시 빌려 쓰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Q.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나?

장기이식분야에는 제한이 많다. 생명존중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적 절차이지만 현실이 뒤늦게 따라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미 해외에서는 사망후 장기기증제도가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뇌사자에만 장기기증이 한정돼 있다. 

기존 이식분야에서 다른 장기로 분야를 넓혀가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사회적 논의를 거쳐 꼭 해결돼야 할 일이다. 이번 자궁이식 건도 환자에게 간절한 일이라 법적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에 따라 일차적으로 임상연구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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