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심심풀이 ‘땅콩’?…건조한 계절엔 기침 잡는 명약
[한동하의 식의보감] 심심풀이 ‘땅콩’?…건조한 계절엔 기침 잡는 명약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1.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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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땅콩만 한 간식이 없다.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말도 있듯이 별로 할 일이 없을 때 땅콩이 제격이다. 요즘은 많은 먹거리로 심심풀이 땅콩이 옛말이 됐다. 하지만 땅콩은 일부러라도 챙겨 먹어야 한다. 심심풀이 간식 이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땅콩(Arachis hypogaea)은 콩목 콩과 땅콩속 땅콩종에 속한 한해살이 풀이다. 뿌리에 붙은 종자를 땅에서 나는 콩이라고 해서 ‘땅콩’이라고 한다. 한자로 토두(土豆)라는 이름도 있다. 땅콩은 한꺼번에 많은 종자가 달려있어 예로부터 오래 복용하면 아들을 많이 난다고 해서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땅콩은 남미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거쳐서 조선후기에 유입됐다. 남미에서 중국으로의 유입도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중국 청나라나 조선후기 이전의 고전 한의서에는 땅콩의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과 조선중기의 <동의보감>에는 땅콩의 기록이 없다.

땅콩은 한자로 낙화생(落花生)이라고 한다. <본초강목습유>에는 ‘꽃이 떨어질 때 그 속에서 실이 나와 땅속으로 들어가 열매를 맺기 때문에 이름 지어졌다’고 했다. 이밖에 장생과(長生果), 낙지생(落地生), 번두(番豆), 향우(香芋), 토로자(土露子) 등 많은 이름이 있다.

땅콩은 맛이 달고 성질은 평이하다. <본초구진>에는 ‘비경(脾經)와 폐경(肺經)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소화기와 호흡기에 좋다는 말이다. 역시나 <본초종신>에는 ‘맛은 맵고 달면서 향기롭고 폐를 자윤하거나 비(脾)를 보해 주기 때문에 화평하게 하는 것이 가히 귀하다’라고 했다.

땅콩의 전반적인 효능은 다음과 같다. <중약대사전>에는 ‘윤폐(潤肺), 화위(和胃)하는 효능이 있다. 조해(燥咳), 반위(反胃), 각기(脚氣), 포유기 여성의 젖분비를 촉진한다’고 했다. 이를 보면 땅콩은 ▲폐기관지를 윤택하게 해서 마른기침에 좋고 ▲위를 편하게 해서 음식물을 잘 삼키게 하고 ▲구역감이나 구토를 멎게 하고 ▲각기병에 좋고 ▲수유 중인 여성이 섭취하면 모유분비를 촉진하는 작용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땅콩은 특히 기침에 좋다. <본초비요>에는 ‘폐를 보하고 윤택하게 한다’고 했다. <행림의학>에는 ‘만성해수, 가을철 건조, 백일해에 뾰족한 끝을 제거한 땅콩을 달여서 복용한다’고 했다. 폐는 기침을 유발하는 장기이면서 폐주피모(肺主皮毛)라고 해서 피부건조와도 관련이 있다. 즉 땅콩은 폐를 건강하게 해서 가을철 기침과 피부건조증 등에 도움이 된다.

땅콩은 위장병에 좋다. <본경봉원>에는 ‘장생과(땅콩)은 비위(脾胃)를 배우 건강하게 하며 음식물이 소화하지 못할 때에 좋다’라고 했다. 또 반위증(反胃症)도 치료하는데 연하장애나 위산역류, 구토를 동반하는 증상에 효과적이다.

땅콩은 각기병에도 좋다. <현대실용중약>에는 ‘각기병에는 신선한 땅콩(껍질째)을 갈아서 팥, 대추 100g 정도씩을 함께 끓인 물에 복용한다’고 했다. 각기병은 티아민이라고 하는 비타민B1 결핍이 원인이다. 티아민은 땅콩뿐 아니라 보리, 밀, 해바라기씨, 밤, 돼지고기, 완두콩 등에도 많다. 참고로 티아민은 열에 약해서 필자는 땅콩을 함께 끓이지 않고 생으로 먹도록 변경했다.

땅콩의 속껍질도 약이 된다. 땅콩의 붉은 속껍질을 화생의(化生衣)라고 한다. 맛이 달고 떫으며 성질은 평하다. 조혈 및 지혈작용이 있어 혈우병, 혈소판감소성 자반증, 기능성 자궁출혈 등 각종 출혈성질환에 도움이 된다. 땅콩은 실제로 지혈에 관여하는 혈소판 수를 늘리며 활성을 증가시키는 효능이 있다.

땅콩은 생으로 먹는 것, 삶아 먹는 것, 볶아 먹는 것에 따라 효능의 차이가 있다. <약성고>에는 ‘생것을 갈아 먹으면 가래를 삭인다. 볶아서 익혀 먹으면 위를 열고 비(脾)를 깨우며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마른기침이 있는 자가 먹으면 건조함을 막고 화를 잠재운다’고 했다. <전남본초>에는 ‘소금물로 삶아 먹으면 폐로(肺癆)를 치료하고 볶아서 먹으면 일체의 뱃속의 냉적(冷積)과 복통(腹痛)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볶으면 기운이 보다 따뜻해진다.

그런데 볶아서 먹으면 오히려 가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본초강목습유>에는 ‘땅콩은 본래 담(痰, 가래)을 쓸어내리는 효능이 있는데 우리 집안에 기침을 앓는 자들은 생땅콩의 껍질과 막을 제거하고 깨끗한 속살만 뜨거운 물에 타서 복용하면 담과 기침이 저절로 진정되니 어찌 담을 사그라들게 하는 효능이 과루인나 패모보다 좋지 않겠는가. 세속에서는 불에 볶아 먹기 때문에 도리어 가래가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가래를 제거하고 싶으면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땅콩을 삶아 먹을 때는 소금물에 삶아 먹는 것이 좋다. <전남본초도설>에는 ‘중기(中氣)를 보충하는데 소금물로 삶아 먹으면 폐를 자양한다’고 했다. 소금물에 삶은 것은 간을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소금의 짠맛이 수기(水氣)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땅콩의 자윤(滋潤)하는 효능을 상승시킨다.

땅콩은 기름을 내서도 먹는다. 보통 낙화생유(落花生油)라고 한다. <본초강목습유>에는 ‘색은 희고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비린내가 난다. 장을 매끄럽게 하여 쌓인 것을 내린다’고 했다. 이를 보면 땅콩기름은 배변을 촉진하고 장 해독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많이 먹으면 흉격을 기름지게 하여 담이 생긴다’고 했다.

땅콩은 강정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산약(마)이나 멥쌀과 함께 죽을 쒀 먹어도 좋다. 땅콩은 불포화지방산과 올레인산, 리놀산 등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단백질도 풍부해 소화흡수가 잘되며 피부노화 방지, 빈혈예방, 기억력향상 등에도 도움이 되며 비타민B군이 많아 피로해소에도 좋은 장수식품이다. 콩을 ‘밭에 나는 쇠고기’라고 부르는데 땅콩도 단백질이 풍부해 ‘땅속에 나는 쇠고기’다.

땅콩은 몸이 냉하거나 습이 많고 체기가 심한 자는 복용하지 않는다. 또 과민성장증후군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체질도 삼가야 한다. 곰팡이가 생긴 땅콩은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이 생기기 때문에 절대 먹어선 안 된다. 특히 아나필락시스로 인해 급성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제는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라 기침 잡는 땅콩 또는 변비탈출 땅콩이라고 부를 만하다. 땅콩은 폐·기관지, 장점막, 피부 등 할 것 없이 몸의 이곳저곳을 촉촉하고 윤택하게 한다. 건조한 계절에는 땅콩이 좋은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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