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국민 인식 바꾸고 남녀 모두 백신접종해야”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국민 인식 바꾸고 남녀 모두 백신접종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1.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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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의원,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질환의 국가적 예방 필요성에 대한 국회 정책 토론회’ 개최
최영희 의원
오늘 국회에서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질환의 국가적 예방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는 자궁경부암, 항문·생식기암, 두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바이러스이다. 다행히 HPV백신접종으로 이들 질환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부터 12~17세 여성청소년,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HPV백신 무료접종을 지원하고 있지만 남성은 해당되지 않는다. 여성에 대한 지원 역시 2가(HPV 16·18형), 4가(HPV 6·11·16·18형) 백신만 해당돼 9가(HPV 6·11·16·18·31·33·45·52·58형)백신은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당시 9가백신 접종에 보험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남성 접종 및 지원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비용효과성 분석이라는 경제적 논리를 이유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오늘(21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HPV백신접종 지원확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국민의힘)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질환의 국가적 예방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영희 의원(국민의힘)은 “HPV백신접종 남아 확대가 비용효과성 분석이라는 경제논리에 가로막혀 표류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HPV백신접종 지원확대의 사회적 필요성을 확인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지원대상 확대를 신속히 추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
이재갑 교수는 자궁경부암백신이 아닌 HPV백신으로 명칭을 변경해 남성도 HPV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 토론회 좌장은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이승주 회장(비뇨의학과 교수)이 좌장을 맡았다. 첫 주제발표는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가 ‘임상현장에서 바라본 HPV백신 예방접종 확대의 필요성 : 남성접종 중심으로’에 대해 설명했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원인바이러스로 알려져 여성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성에서도 암을 유발하는 원인바이러스이다. 특히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두경부암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아 남성도 HPV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갑 교수는 “남성에게도 백신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비용효과성이 높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허들이 되고 있다”며 “남성에만 한정할 시 비용효과성이 당연히 없겠지만 남녀 구분 없이 따져보면 비용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있는 만큼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접종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HPV백신접종은 성경험 전 접종해야 큰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남성접종률을 높이면 여성접종률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이재갑 교수는 남녀 모두 HPV백신을 접종하면 여성만 접종할 때보다 유병률이 감소하고 집단면역 형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HPV백신 지원 확대와 관련해 세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비용효과 분석, 비싼 백신 가격, 국민 인식 등이다. 이재갑 교수는 “백신 비용이 비싸 예산 편성에 부담이 되는 만큼 정부가 정책화하는 것에 미온적”이라며 “국민조차도 자궁경부암에 매여 있고 남성에서 생소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민경진 교수
민경진 교수는 암 예방을 위해서라도 남녀 모두 HPV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고려대안산병원 산부인과 민경진 교수가 ‘치료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 전환 : 자궁경부암 퇴치를 향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다른 암들은 생존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반면 자궁경부암은 생존율이 정체돼 있으며 암이 진행될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조기발견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HPV는 200여개의 유형이 확인됐으며 특히 40여개 유형이 항문·생식기 주위 감염을 일으킨다고 밝혀졌다. 대부분의 감염은 자연스럽게 소멸되지만 일부 유형은 지속감염을 유발, 암이나 다른 질환을 촉발한다. 또 HPV 6·11·16·18·31·33·45·52·58형은 약 90%의 전 세계 자궁경부암과 관련된다.

전 세계적으로 HPV가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되지만 병을 일으키는 인자는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16형에 이어 52·58형이 꾸준히 높은 수치로 발견되고 있다. 특히 58형은 16형에 비해 고등급 편평상피내 병변(HSIL)이 생길 확률이 약 2.8배 증가했다. 이는 오히려 16형보다 58형이 위험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58형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연구자들의 제안이다.

외국사례를 보면 미국, 호주 등 국가들은 국가면역프로그램(National Immunisation Program, 이하 NIP)에 HPV백신을 도입했다. 그 결과 HPV로 인한 감염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민경진 교수는 “결국 HPV백신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낮출 뿐 아니라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두경부암, 항문·생식기질환 등을 예방하는 백신이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며 “상황이 바뀐 만큼 암예방을 목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자궁경부암과 관련해 충분히 검진을 잘 하고 있고 발견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치료에서 예방으로 정책패러다임을 전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패널토론에서는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HPV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패널토론에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배상락 교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김수연 교수, 암질환 유경험자인 류하교 씨, 국민일보 민태원 기자,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기획과 권근용 과장 등이 참석했다.

배상락 교수는 백신의 비용효용성 연구와 관련해 유독 HPV백신은 비용효과, 감염기간, 비용평가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진행한 ‘HPV백신의 국가접종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분석’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설명했다. 연구는 12세 여아 대상 9가 백신접종(시나리오 A), 12세 남녀 대상 9가 백신접종(시나리오 B), 현행 국가예방접종사업에 12세 남아 대상 4가 백신접종 추가(시나리오C)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비용효과가 없었다.

반면 해외의 경우 성별과 관계없이 질병으로부터 보호받는 것, 예방의 형평성과 포용성 등이 NIP를 승인하는 데 작용했다. 물론 남성 HPV백신을 추가하는 것이 낮은 비용효과성을 보여 성중립백신(Gender Neutral Vaccination, 이하 GNV) 진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HPV백신이 남녀 모두에 건강상 이점이 명확해 경제성 평가는 GNV를 추진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

또 HPV 관련 질환은 직접적인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10~20년 후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등으로 나타나는 등 질환으로 나타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GNV를 도입한 국가들은 여성이 남성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 HPV감염으로 인한 미래의 암 발생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반영했다.

배상락 교수는 “우리나라도 남성 HPV백신에 대한 필요성과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국내 남성 HPV에 대한 선행 연구가 부족하고 건강상 이점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며 “남성의 잠재적인 질병위험과 여성에 미칠 위험률에 대한 반영도 부족한 만큼 관련 기초연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김수연 교수는 ‘국가별 HPV 남아 백신 NIP(국가필수예방접종)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OECD 국가 중 상위 GDP 20개국 중 우리나라와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남·여아에 HPV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HPV백신에 남아접종을 포함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국가예방접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며 결국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1회 접종과 함께 국가예방접종으로 할 것인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2회 접종을 하면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근용 과장은 “HPV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의학적 근거, 사회적 요구, 재정확보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한데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HPV백신 이외에도 다른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대한 요구도 있어 이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사안은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질병청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결국 문제는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남아접종과 국가백신 전환 등 여러 사안을 종합해 연말까지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HPV백신이란?

HPV백신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국내에는 2·4·9가백신 세 가지가 있다. 백신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5세 미만에서는 2~3회 접종이 가능하되 2회 접종이 권장되며 15세 이상에서는 3회 접종만 가능하다.

2가백신은 2가지, 4가는 4가지 HPV 감염을 예방한다는 의미이다. 2가백신에는 항원으로 고위험형인 HPV 16·18형의 바이러스 유사 입자(VLP)가 함유돼 있다. 4가백신에는 고위험형 HPV 16·18형과 저위험형 HPV 6·11의 VLP가 함유돼 있다. 9가백신은 4가 백신에 다른 고위험형인 HPV 31·33·45·52·58형의 VLP가 추가된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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