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정부 한자리에…파킨슨질환, 현장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다
의료계-정부 한자리에…파킨슨질환, 현장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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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KMDS), 전문가 포럼 성료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가 ‘파킨슨질환 극복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 임상현장과 환자들의 어려움을 공론화하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파킨슨병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세포를 비롯해 다양한 신경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질환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환자는 2018년 2018년 10만5882명에서 지난해 12만명을 넘어 최근 5년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중의 인식과 치료환경은 이러한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손이 떨리거나 몸이 점점 굳는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개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단순노화증상이나 치매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진단 후 치료에도 어려움이 많다. 파킨슨병은 늦지 않게 치료를 시작하면 질병 악화를 막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신약에 대한 국내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정작 임상현장에서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목소리가 최근 한자리에서 울려 퍼졌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이하 KMDS)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후원으로 10월 31일 ‘파킨슨질환 극복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진료에서 복지까지 현장의 목소리에서 해답을 찾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파킨슨질환을 앓는 환자들과 임상현장이 직면한 어려움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파킨슨병, 최고의 치료와 최선의 치료는? 

▲1부(의료현장 진료실 : 최고의 치료 vs 최선의 치료)에서는 파킨슨병 전문가들이 연자로 나서 다양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성영희 재무이사(가천대 길병원)는 파킨슨병환자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질병관리청 학술연구용역과제로 개발한 스마트폰앱 닥터파킨슨과 파킨슨병환자를 위한 운동 책자 및 파킨슨병 운동연구소를 소개했다. 또 파킨슨병 인지도 설문연구결과를 공개하면서 파킨슨병에 대한 국민인식 및 인지도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혜원 보험이사(중앙대병원)는 파킨슨병과 증후군 질병체계 재정립 필요성을 주제로 파킨슨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다. 실제로 파킨슨병은 파킨슨증후군과 이차성파킨슨증과 다른 증상을 보여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신혜원 보험이사는 현 질병코드에 근거할 경우 소외되는 중증난치질환 환자군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질병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정책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은 파킨슨병 약물치료의 한계와 이를 넘기 위한 대안을 과감히 제언했다. 박정호 정책이사는 진행된 파킨슨병에서 운동합병증과 비운동증상의 약물치료 한계를 설명하고 기존의 약제들의 국내 철수로 치료제의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항파킨슨약물의 작용기전별 한 품목씩만 급여를 인정하는 규정을 완화하고 신약에 대한 국내 높은 진입장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천상명 기획이사(동아대병원)는 태극권, 저항운동, 트레드밀, 요가 등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파킨슨병에서 중요한 운동치료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재활치료 급여기준의 폭넓은 확대는 물론 지속가능한 파킨슨병 전문운동 및 재활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1부 마지막 강연으로는 허영은 특임이사(분당차병원)가 파킨슨병의 또 다른 비약물치료방법인 경두개전기자극에 대해 설명했다. 경두개전기자극은 미세전류를 흘려 뇌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최근 편두통, 우울증, 경도인지장애 등 다양한 뇌신경계질환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허영은 이사는 파킨슨병환자에서도 경두개전기자극이 도파민 약물치료로 호전이 없는 증상, 특히 보행동결, 자세이상 등을 호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한편, 새로운 치료적 의료기기의 개발과 치료 적응증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 등의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파킨슨병환자가 처한 일상 속 어려움은? 

2부(환자의 일상 속으로 한 발 더)에서는 파킨슨병환자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권겸일 장애평가 특임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는 장애평가와 이동서비스 확충을 주제로 발표, 파킨슨질환 특성에 부합하는 장애평가제도의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장애로 인한 환자들의 이동서비스 확충을 위해서는 장애인 전용 교통수단이 확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정환 교수(서울대병원)는 비대면진료를 주제로 발표, 파킨슨질환 진행에 따라 수반되는 대면진료의 한계를 설명하고 적절한 비대면진료 대상자를 선별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진행된 파킨슨병환자에게는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되 단순문진과 처방을 넘어선 간호, 재활, 투약, 교육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이상범 원장(서울신내의원)이 방문진료를 주제로 경험과 사례에 근거한 파킨슨병환자에 대한 재택의료 필요성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특히 그는 실제 진료경험을 소개하면서 운동장애로 거동이 힘든 파킨슨병환자들의 재택의료를 위해서는 환자 중심의 통합 돌봄의료가 필요하며 방문진료에 참여하는 의사가 많아지도록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치료제 접근성 높이고 복지서비스 강화해야 

3부 패널토의에서는 임상현장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허심탄회한 논의의 장을 펼쳐 의미를 더했다.

먼저 이필휴 부회장(세브란스병원)이 ▲고가의 항파킨슨약제가 국내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과 국가 차원의 희귀난치성질환 지원정책 필요성 ▲국내 제네릭약제 개발로 낮은 시장성에 따른 오리지널 약제 철수문제에 대한 보호정책 필요성 ▲파킨슨병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의 적응증 확대 방안 등 세 가지 안건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항암제의 경우 보장성 확대, 일부 경제성평가를 생략하는 방침을 적용하는 것처럼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서도 당장은 안 되더라도 신약 진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리지널 약제 철수문제에 대해서는 난관이 많지만 오리지널 약제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할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적응증 미승인 약제의 보장성 확대나 작용기전별 한 품목 급여 적용 등의 문제는 학회 차원에서 의견을 전달해주면 심평원과 토의해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심평원 약제관리실 약가산정부 이숙현 과장은 항파킨슨약제와 관련해 약가 조정을 위해 타 부서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파킨슨병환자들의 진료에 불편함이 없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김희선 사무관은 항파킨슨약물 중 제네릭약제에 대한 부작용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신약이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으나 그전에라도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지연되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장애심사팀 이은경 과장은 파킨슨병환자들의 장애심사 및 복지서비스와 관련해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운동장애를 겪는 파킨슨병환자들을 위한 이동서비스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권익지원과에 지속적으로 환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 고영호 과장은 파킨슨병환자 장기코호트사업과 학회가 진행 중인 연구과제들을 통해 파킨슨병의 원인, 진단, 치료 등에서 다면적으로 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이필휴 부회장은 파킨슨병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연구를 통해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결과들을 국가 부처 간에 시스템적으로 공유하고 정책에 반영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범 회장은 포럼을 마무리하면서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이번 포럼에서 나온 다양한 논의와 대안책들이 파킨슨질환 치료환경 개선과 인식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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