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화장실은 정말 세균의 온상일까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화장실은 정말 세균의 온상일까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1.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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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지난 칼럼에서 소변은 물질과 수분으로 구성돼 있고 세균이 없어 소변본 후 손을 씻기 싫으면 당당하게 그냥 나와도 된다고 언급했다(2023.10.25. 칼럼 ‘소변 본 뒤 손 씻을까, 말까’ 참고). 이후 칼럼을 읽은 독자들로부터 대소변을 처리하는 화장실 자체가 불결한 장소니까 손에 배설물이 묻지 않아도 반드시 씻어야 한다는 항의를 받았다. 정말로 화장실은 다른 장소에 비해 세균이 더 많을까?

우리는 세균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우리 몸에도 수백 종의 세균이 존재한다. 신체에 존재하는 세균들은 유익균과 유해균으로 분류되지만 신체와 건강은 어느 한 종류의 세균이 아니라 전체 미생물의 생태계 균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신체의 여러 부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균들은 대부분 해를 끼치지 않는 상재균(normal flora) 형태로 서식한다. 상재균의 생태계는 개인마다 생활습관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유해성 여부와 관계없이 세균들은 소화기능이나 면역체계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상황이 바뀌면 병원균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 몸에는 수천 종류, 100조개 이상, 무게로는 1kg가량의 세균들이 서식한다. 대부분 상재균으로 병원성이 거의 없고 숫자나 종류는 부위마다 다르다.

미국 국립보건원 인간게놈연구소에 의하면 피부에는 1000종 정도의 세균이 존재하고 콧구멍, 겨드랑이, 팔꿈치 안쪽 등 축축한 환경에 세균수가 가장 많다. 건조한 부위에는 세균 숫자가 적지만 종류는 다양하다. 팔뚝은 44종으로 세균 종류가 가장 많은 부위이다. 기름기가 많은 눈썹 사이, 코 옆, 귀 뒤쪽은 세균의 숫자도 적고 기름진 환경에 적응된 특정 세균만 존재한다. 외부생식기를 포함한 골반 부위는 코나 손에 비해 대체로 세균의 종류나 숫자가 적다.

외부에서 침입한 일시적 오염균은 피부에 장시간 생존하지 못하지만 오염된 부위나 다른 부위로 이동하면 질환을 일으키는 잠재적 병원성이 있다. 세균이 어디에 붙느냐에 따라 생존기간이 달라지는데 피부에서는 5분에서 2일 이상 생존한다. 건조한 피부에서의 최소 생존기간은 대장균 2시간, 협막간균 2시간, 녹농균 6시간, 장구균 5일, 포도상구균 7일 정도이다.

생활환경 어디에나 많은 세균이 있고 손으로 무심코 만지거나 자주 사용하는 물건일수록 세균이 많다. 스마트폰, 리모컨, 젖어있는 칫솔, 수건, 지폐, 문고리, 지하철 손잡이가 대표적이다. 세균학적으로 화장실은 일반 환경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변기보다 세균이 더 많은 물건도 많다. 변기보다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 5배, 엘리베이터 버튼 40배, 마트 카트 200배, 사무실 책상은 400배 더 많은 세균이 존재한다는 연구도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세균들과 접촉해도 대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손에는 외부에서 묻어서 다른 부위로 옮겨지는 일시적 오염 세균이 문제이다. 세균이 묻은 손으로 입이나 코, 눈을 만지면 세균이 점막을 통해 체내로 침투해 질병을 일으킨다. 질이나 요도의 점막도 마찬가지로 오염된 손으로 만지면 외부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많다.

일시적 오염 세균들은 흐르는 물에 제대로 손을 씻으면 대부분 떨어져서 감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물티슈나 손수건으로 닦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손의 위생은 대단히 중요하다. 세균 감염질환의 예방을 위해 자주 또 ‘제대로’ 손을 씻고 평소 손을 입이나 눈에 대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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