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과음이 부르는 질병은?
연말연시 과음이 부르는 질병은?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1.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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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잦은 술자리는 몸은 물론 정신건강에까지 적신호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해 가기 전에 모여서 한잔해야지~” 연말이 다가오며 지나온 한 해를 추억하기 위한 각종 술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잦은 술자리에서 지속적으로 과음할 경우 몸은 물론 정신까지 빨간불이 켜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알코올성치매‘ 주의

지나친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장기간 술을 먹으면 알코올이 뇌세포에 손상을 가해 알코올성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성치매의 대표적 증상은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현상이다. 이 현상이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뇌가 심각하게 손상돼 치매에 이를 수 있다. 초기에는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며 진행될수록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뇌의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데 알코올에 의해 손상돼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급성 알코올성치매는 바로 금주하면 회복될 수 있지만 대체로 뇌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다”며 “금주가 가장 바람직한 예방법이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술 마실 때 물을 자주 섭취하고 흡연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빈속, 수면부족, 컨디션이 나쁠 때, 과음 후 3일 이내에는 금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장…‘알코올성심근병증’ 주의

적당히 마시면 심혈관질환에 좋다며 음주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일부는 사실이다. 적정량 음주 시 심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에 한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이 연구결과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정해진 양만 마시는 것은 쉽지 않다”며 “심혈관질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다른 심장질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꾸준히 과음하면 술 독성으로 심장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알코올성심근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부정맥인 심방세동위험성도 5배 이상 높아지며 간질환·뇌질환을 비롯해 일부 암 발병위험까지 증가시킨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면 심장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이상철 교수는 “적당량의 음주가 심혈관질환에 좋다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내용”이라며 “술은 절대 약이 될 수 없고 무조건 과음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알코올성간질환’ 주의

알코올성간질환은 과음으로 인한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이다. 술을 자주 마시면 간에 지방이 쌓여 정상적인 에너지대사를 방해해 지방간·간염·간경변증을 넘어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간센터 김지훈 교수(소화기내과)는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만큼 황달·복수 등이 나타날 때까지 별 증상이 없다”며 “만성음주자조차 이를 자각하지 못해 질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술을 끊으면 알코올성지방간은 완치될 수 있다. 알코올성간염이나 간경변까지 진행됐어도 금주하면서 충분한 영양과 비타민을 공급하면 호전된다. 단 복수, 정맥류출혈, 간 기능저하로 인한 의식상실 등 합병증이 발생했다면 약물 또는 내시경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지훈 교수는 “술자리를 거부하기 어렵다면 여성은 소주 1잔, 남성은 소주 4잔 정도만 마시고 주 2회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 술을 마셨다면 적어도 3일은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리…‘통풍’ 주의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 과다축적돼 관절 또는 다른 조직에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대부분 소변을 통해 배출되지만 유전자변이로 잘 배출하지 못하거나 퓨린함량이 높은 음식(술, 동물내장, 등푸른생선, 붉은 고기, 액상과당음료 등)을 지나치게 먹으면 체내에 축적돼 결정을 이루고 관절에 쌓여 염증을 유발한다.

통풍은 갑자기 통증이 발생해 급성통풍발작이라고도 부른다. 대개 상대적으로 체온이 낮고 물리적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발부터 찾아오는데 어느 관절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하유정 교수는 “통풍은 주로 약물로 치료하지만 식이·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며 “특히 알코올성분 자체가 요산배설을 억제시킬 수 있어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알코올중독’ 주의

‘2022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음주율은 2020년 기준 78.1%에 달했다. 알코올중독은 알코올남용·알코올의존 등으로 불리는데 정확한 병명은 알코올사용장애이다. 음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장애를 초래하고 가정·직업·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음주조절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알코올중독자는 2018년 150만5390명에서 2020년 152만6841명으로 증가했지만 진료환자는 2018년 7만1719명에서 2020년 6만4765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환자 스스로 알코올에 중독됐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알코올중독치료의 시작은 스스로 중독임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갖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를 위해서는 ▲동기를 최대화하는 개입 ▲신체·정신상태를 안정시키고 장기치료를 돕는 해독 ▲일상에 다시 적응할 수 있게 돕고 재발을 막는 재활의 3단계가 필요하다”며 “주변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설득보다 공감으로 환자의 말을 듣고 격려를 통해 변화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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