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여성의 고민 ‘골반장기탈출증’, 더 이상 치료 미루면 안 돼
고령여성의 고민 ‘골반장기탈출증’, 더 이상 치료 미루면 안 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1.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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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폐경·노화 등 원인
복부지방 늘지 않도록 주의
수술로 자신감·성기능 회복
골반장기탈출증은 임신·출산·폐경·노화 등을 겪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발생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골반장기탈출증은 임신·출산·폐경·노화 등을 겪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발생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선생님, 밑이 빠질 것처럼 아파요.”

골반장기탈출증을 앓는 중년 여성이 표현하는 증상 중 하나이다. 골반장기탈출증은 골반 내 근육과 인대 등을 지지하는 구조가 약화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임신·출산·폐경·노화 등을 겪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발생할 수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출산 이후 중장년층에서 발생빈도가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2022년 직장류를 제외한 방광류 및 상세불명의 자궁질탈출, 상세불명의 여성생식기탈출은 60세 이후 급증했다. 따라서 향후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고령여성에서의 유병률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골반장기 처지면서 다양한 증상 발생…성생활에도 악영향

골반장기탈출증은 직장, 자궁, 방광 등 골반장기가 아래로 처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증상도 다양하다. 요실금,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변실금, 골반통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길 수 있고 성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질점막이 빠져나오고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을 일으킬 수 있고 골반 근육이 이완되면서 성관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성관계 시 소변이 찔끔 흐르는 요실금 때문에 수치심을 느껴 성관계를 피하기도 일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유은희 교수는 “수치스럽다고 병원 방문을 피하기보다 나을 수 있는 병으로 인식하고 의심증상이 있으면 빨리 진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경 이후 증가하는 복부지방도 영향…가족력 있으면 발생위험↑ 

노화와 함께 폐경 이후 복부지방이 늘어나는 것도 골반장기탈출증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변비가 심하거나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도 위험하다. 또 가족력이 있다면 발생위험이 3~4배 더 높다.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배뇨나 보행 등이 힘들어질 수 있고 질 출혈과 골반통증 등 다양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삶의 질을 나빠지게 하는 만큼 가급적 빨리 치료받아야 하며 치료를 망설이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반장기탈출증
평소와 달리 거동이 불편하고 기침을 자주 하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골반장기탈출증을 의심해야 한다.

■평소 생활습관 교정…수술 시 성기능 고려

골반장기탈출증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복부압력을 가중시키는 일을 피하고 쪼그려 앉기, 무거운 물건 들기 등을 피하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수술은 장기가 빠진 위치나 정도, 환자 나이, 전신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수술할 때는 골반 내 장기의 구조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과 함께 요실금, 변실금 등 동반질환도 함께 치료한다. 이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성적 만족감도 개선한다. 유은희 교수는 “수술을 통해 고령여성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며 “성생활도 중요한 만큼 성기능도 충분히 고려해 수술한다”고 말했다.

기존 골반장기탈출증 수술은 개복수술, 복강경수술로 진행됐다. 하지만 절개부위가 크고 수술시간도 4~5시간씩 소요돼 환자에게 큰 부담이었다. 특히 치료를 망설이다 뒤늦게 수술을 결정한 고령환자는 다른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체력이 약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최근에는 골반경 또는 로봇보조 골반경수술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로봇으로 인조그물망을 질에 부착하고 천골에 고정하는 ‘천골질고정수술’은 더 튼튼하게 장기를 고정해 재발, 수술 후 합병증, 통증 발생위험이 낮고 회복기간이 짧다. 천골질고정수술은 ▲골반장기탈출증 수술 후 재발한 경우 ▲65세 이하 여성 ▲성기능보전을 원하는 경우 ▲재발위험이 높은 경우 등에서 시행한다.

신정호 교수는 “아직까지 질병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말하기 꺼려하며 가슴앓이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반드시 병원을 찾기를 바라며 주변에 거동이 불편하고 기침을 자주 하거나 대소변을 보기가 어려운 분을 보면 꼭 병원에 함께 방문하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TIP. 골반장기탈출증 예방법(도움말=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

1. 복부압력을 증가시키는 습관 버리기(쪼그려 앉기, 무거운 것 들기 등)

2. 한쪽 무릎을 괴고 허리 숙이지 않기(가급적 의자 활용하기)

3. 가벼운 운동 꾸준히 하기(탁구, 배드민턴, 헬스 등은 피하고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권장)

4. 기침을 일으키는 흡연 피하기

5. 변비 조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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