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가을 ‘갱년기’ A to Z
여성의 가을 ‘갱년기’ A to Z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12.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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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인은 ‘폐경’, 40대 중후반부터 시작
열성홍조·야간발한 경험…골다공증 위험↑
여성호르몬 치료, 제 시기에 받아야 득(得)
여성 갱년기는 흔히 40대 중후반부터 시작된다. 증상은 개인차가 심한 만큼
갱년기증상은 여성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개인 차가 크다.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다면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흔히 50세 전후 찾아오는 갱년기를 사추기(思秋期)라고 부른다. 청소년기 나타나는 사춘기(思春期)처럼 신체·정신·환경적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때문. 남성·여성 가리지 않고 오는 시기지만 주로 성기능이 떨어지는 수준에 그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월경이 멈추고 생식기능을 상실하는 폐경을 맞이한다.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여성 갱년기 증상은 개인차가 심해 가볍게 1~2년 만에 지나가는 경우부터 길게는 20년 넘게 심하게 고통받는 경우가 있다”며 “증상이 심하면 결코 두고볼 문제가 아니기에 참고 넘기려 하지 말고 적극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인은 ‘폐경’…급격한 신체·심리변화 및 질병 뒤따라

학계에 따르면 여성은 40대 중후반부터 난소노화로 폐경이 시작된다. 폐경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가임기 후반부터 마지막 월경까지의 기간을 갱년기(폐경이행기), 월경이 멈춘 후 1년 이상 지난 시기를 폐경으로 구분한다.

갱년기가 시작되면 여성은 주름살이 부쩍 늘고 질도 건조해진다. 신경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쉽게 내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하기 쉽다.

질병발생도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폐경초기 여성의 75%는 열성홍조와 야간발한을 경험하고 50대 중반에는 급격한 기분변화·기억력감퇴·성기능장애 등을 겪다가 후반에는 골다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기도 한다.

질과 요로계도 영향을 받는다.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성을 잃고 위축되는데 호르몬부족상태가 계속되면 질은 더욱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손상·감염에도 취약해진다. 

아울러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요로상피가 얇아지고 탄력성이 감소되며 방광을 지지하는 조직의 이완으로 방광조절능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밤에도 여러 번 일어나 화장실을 찾게 된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긴장성요실금이 나타나고 요도염이나 방광염에도 쉽게 노출된다.

골다공증도 조심해야 한다. 골다공증은 갱년기증상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꼽힌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송희경 교수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 결핍의 결과로 골교체속도가 증가하고 골흡수와 형성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는 것이 원인”이라며 “폐경 1년 전부터 골소실이 급격히 증가하고 그후 3년간 지속되는데 특히 척추, 대퇴부, 골반부, 장골 등에 골손실이 많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다공증이 심하면 척추에 압박골절이 생겨 요통이 생기고 신장이 줄거나 등이 굽기도 한다”며 “특히 예전에는 고작 멍이 드는 정도였다면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 대퇴부 골절이 발생하는데 이는 사망률이 약 15%에 이를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고 경고했다.

■적절한 여성호르몬 치료, 폐경 후 삶의 질 높여

여성갱년기치료는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주로 진행한다. 초기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등은 먹는 호르몬대체요법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질이 좁아지고 건조해져 성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여성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안면홍조는 규칙적인 운동, 체중조절,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금연 등으로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운동으로 인한 근력강화는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절예방에도 도움되는데 걷기, 등산 등이 권장된다. 또 햇빛을 하루 10분 이상 쬐고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통해 비타민 D와 칼슘 부족량을 채워주는 것도 뼈 건강에 좋다.

갱년기 여성은 미리 증상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송희경 교수는 “떨어지는 기억력은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이는 방법으로 보완하고 요실금은 소변을 보다가 멈춘 듯 골반근육을 10초간 수축, 10초간 이완하는 케겔운동을 꾸준히 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폐경호르몬치료요법은 시작시기가 중요하다. 신정호 교수는 “폐경 후 10년 이내, 60세 이전에 호르몬치료를 받은 여성들이 받지 않은 여성들보다 사망률도 낮고 병치레도 적었다”며 “기본적으로 여성호르몬은 혈관·피부·뼈 등 건강에 이로운데 이미 혈관건강이 나빠져 동맥경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건강할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호르몬치료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잠재적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7년 이상 호르몬치료 시 미미하지만 유방암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미국의 경우 약 0.08% 정도 증가한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국내여성은 유방암 발생비율이 미국의 전반 수준이며 사망률은 1/3 수준이다. 신정호 교수는 “국내여성의 유방암 발생연령은 서구와 달리 40대가 가장 많은데 이 시기는 호르몬치료와 상관없는 폐경 이전 시기”라며 “호르몬치료 영향을 받는 50대 후반 이후로는 국내여성 유방암 발생빈도 자체가 감소하는 만큼 서구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르몬치료는 갱년기 여성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다른 질병 발생도 줄여 전체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며 “유방암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호르몬 사용을 포기하거나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와 적절한 방법을 상의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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