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언론이 바라본 정신질환, 자극만 있고 해결책은 없다
[기자의 눈] 언론이 바라본 정신질환, 자극만 있고 해결책은 없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2.0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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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국 기자
이원국 기자

올해에는 끔찍한 사건들이 많았다. 서현역 흉기난동, 대전 교사 피습 사건 등은 국민들에게 큰 두려움을 줬다. 당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환자의 치료 중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에 정부는 서둘러 중증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사법입원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옳은 방향일까. 왜 치료 중단을 결정해야 했는지 그 이면을 바라보는 기사는 전무(全無)하다. 결국 정신질환을 향한 대중들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졌다. 치료를 받고 싶어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이 찍힐까 병원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물론 과거와 달리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조금 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편견들로 환자들의 치료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오해로는 ‘정신과 기록이 향후 취업·승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진료기록은 민감한 개인정보로 본인의 동의 없이 누구도 열람할 수 없다.

글로벌 마케팅 기업 Ipsos와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정책연구소는 2019년 세계 29개국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태도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설문을 진행한 바 있다. 조사결과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에 대해 우리 사회는 보다 관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이 31%로 29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언론’의 책임이 크다. 정신질환 관련 언론보도 대부분이 공격성과 위험성에 연관된 것들이기 때문. 실제 기사 속에는 ‘묻지마 칼부림’ ‘난동’ 등 자극적인 단어가 대부분이다. 대중은 보통 언론을 통해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여러 사건과 정책, 연구결과들을 보고 듣는다. 즉 ‘인간적 흥미 프레임 형식’의 언론보도는 사람의 무의식을 자극, 정신질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게 만든다.

건강보도의 뉴스 프레임과 연관해 2006년 히긴스, 네일러, 베리, 오코너, 맥클레인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질병, 라이프스타일, 행동, 사회적 프레임의 총 4개의 프레임을 제시한 바 있다.

질병 프레임은 의학적 발견이나 진단 및 치료를 다루며 라이프스타일 프레임은 질병 관련 생활 유형에 집중한다. 또 행동 프레임은 건강해지기 위한 행동의 변화를 강조하고 사회적 프레임은 정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한다. 과연 우리나라 언론은 4가지 프레임을 준수하고 있는 것일까. 질문에 관한 답은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BBC, 뉴욕타임즈에 ‘조현병’을 키워드로 검색해봤다. 기사의 제목은 우리나라와 매우 달랐다. BBC의 경우 ‘건강체크 : 한 음악가의 조현병을 극복하는 이야기’ ‘아들의 조현병을 지지하기’ 등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뉴욕타임즈는 ‘판사는 조현병과 환각이 살인 일으킨다는 주장을 거절했다’ ‘병원이 정신질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치료방법’ 등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기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 개선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일까.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유독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행태가 언제쯤 나아질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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