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극복,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불면증 극복,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2.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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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긴장 이완으로 신체각성↓
다른 수면질환과 오인하지 말아야
ASMR 도움 안 돼…아침 햇빛 도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불면증은 신체·정신적 문제를 포함해 많은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운동을 시작하기 전 스트레칭이 필요하듯 잠드는 데도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불면증은 적절한 환경과 잠잘 수 있는 조건이 구비됐지만 2주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잠드는 것 자체가 힘들거나, 야간에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어나 잠을 설치기도 한다.

불면증은 급성불면증, 단기 불면증, 장기 또는 만성불면증으로 나뉜다. 급성불면증은 수면주기의 변화, 스트레스, 단기 질병에 의해 발생한다. 단기 불면증은 불면증이 2~3주 지속되며 스트레스, 신체·정신적 질병과 연관이 깊다. 장기·만성불면증은 불면증이 몇 주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매일 밤이나 대부분의 야간 시간대, 한 달에 여러 번 밤에 잠을 설친다. 신체·정신적 문제를 포함해 많은 원인이 있다.

■급성불면증, 방치하면 만성으로 발전

급성불면증은 낮에 ▲피로 ▲무기력 ▲주의‧집중‧기억장애 ▲생활 및 학습장애 ▲기분장애 ▲주간 졸음 ▲행동장애 ▲활력과 동기 감소 ▲잦은 실수 ▲수면 불만족 ▲잠에 대한 걱정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방치하면 만성으로 발전해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불면증은 다음날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 등 신경 쓰이는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 우울, 불안, 통증, 카페인, 술, 질병, 환경 등이 주요 원인이다. 원인을 제거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지만 유발요인이 없는데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수면위생을 잘 지키고 불면증을 악화하는 심리적·인지적·행동적 요인들을 중재하는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잠자리라는 환경적 자극과 수면에 대한 부적절한 인지 및 행동 간 조건화를 끊어주는 방법, 실제 수면시간에 가깝게 잠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여주는 방법, 스트레스 및 긴장을 이완해 신체적 각성을 줄여주는 방법 등이 포함된다.

■만성불면증, 다른 질환과 구분 필요해

만성불면증은 불면증 외에도 다른 수면질환이 동반되거나 다른 수면질환이 불면증처럼 보일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주기적사지운동증*, 렘수면행동장애, 일주기리듬수면장애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질환들은 단순 불면증과는 치료방법이 달라 명확히 구분해 치료해야 한다. 수면질환 말고도 다른 만성질환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주로 관절염, 근골격계질환과 같은 통증, 위장질환, 심부전‧부정맥 등 심혈관질환, 우울증‧불안증 등 정신질환이 있다.

*다리, 팔, 몸통이 움찔움찔 거리는 증상으로 ▲간지러운 느낌 ▲차가운 느낌 ▲뜨거운 느낌 ▲저린 느낌 ▲쥐난 것 같은 느낌 등이 잠들기 전이나 아침 일찍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주기적사지운동증 자체가 잠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잠이 자꾸 깨거나 잠들기 어렵다면 치료해야 한다.

만성불면증이 있다면 지나친 낮잠, 이른 입면시간, 부적절한 잠자리 환경, 지나친 음주나 카페인 섭취 등 수면위생에 반하는 행동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환자가 언제 자고 일어나는지, 몇 번 정도 깨는지, 증상이 얼마나 지속됐는지, 다음날 얼마나 졸음이 오고 피곤한지, 삶의 질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불면증에 영향을 주는 다른 질환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1~2주 동안 전체 수면시간과 수면효율에 대해 일기를 작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낮잠, 약물, 카페인, 술, 항우울제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함께 표시해서 어떤 불면증인지 확인하고 불면증과 비슷한 일주기 리듬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객관적으로 움직임을 감지하는 수면각성활동량검사(actigraphy)도 시행해볼 수 있다. 수면각성활동량검사는 누워있을 때 정말로 잠을 자는 것인지, 활동을 하는 중인지 등 수면패턴을 파악해준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신경과 윤지은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는 다른 수면질환이 동반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 다른 수면질환이 불면증처럼 보이는 경우, 만성불면증을 치료했지만 잘 치료되지 않는 경우 시행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행동치료로 교정…심하면 약물치료

만성불면증은 자극조절요법, 수면제한요법, 이완훈련 등 인지행동치료부터 권고한다. 자극조절요법은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들어가고 잠이 안 올 때는 잠자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잠을 자려 노력해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잠을 자려는 행동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잠자리에서 TV를 보거나 걱정을 하는 등 수면에 부적합한 행동을 해 불면증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극조절은 잠자리와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치료법이다.

수면제한요법은 실제 수면시간에 가깝게 잠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주로 입면시간을 늦게 조정해 수면효율을 높인다. 수면효율이 높아지면 자신감을 갖게 되며 수면스케줄을 규칙적으로 고정함으로써 점차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다. 근육이완요법은 복식호흡, 점진적 이완요법 등이 있으며 근육긴장을 줄여주고 정신적 각성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만일 비약물적치료를 충분히 했는데도 불면증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약물요법을 통해 수면을 조절해야 한다.

윤지은 교수는 “약물요법은 만성불면증보다는 급성불면증에서 4주 이내로 사용해야 한다고 식약처에서 권고하고 있지만 만성불면증에서도 필요하면 복용해야 한다”며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약을 쓰면서 수면을 조절하고 약을 줄이면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자기 전에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면일기 작성, 휴대폰 멀리하기도 방법

스스로 만성불면증을 극복하고 싶다면 수면일기를 작성해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되 잠자기 1~2시간 전에는 피해야 한다. 낮에는 햇빛을 많이 보고 되도록 누워있지 않아야 한다. 담배나 커피, 홍차, 콜라, 술 등 카페인이 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밝은 빛이 생체 시계를 지연시켜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자게 만들기 때문에 조명은 꼭 끄고 자는 것이 좋다.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잠을 자려고 ASMR을 틀어놓는 것 자체가 잠을 자는 데 방해될 수 있어 취침 시에는 가급적 휴대폰을 멀리 두는 것이 좋다”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 햇빛을 충분히 보면 생체시계를 앞당겨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TIP. 불면증 피하는 8가지 방법(도움말=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①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부터는 커피나 홍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을 피한다.

②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③ 규칙적으로 적당한 운동을 하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단 자기 전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④ 낮잠을 자지 않는다.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자도록 한다.

⑤ 잠자리에 들기 전 온수 목욕이나 독서를 하는 등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면 도움이 된다.

⑥ 졸음이 오기 시작할 때만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에서 일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야 한다. 침대는 잠을 자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⑦ 언제 잠들었는지에 상관없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⑧ 되도록 수면제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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