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유전자가위 치료법 ‘카스제비’ 美 FDA 승인…비싼 가격 걸림돌
세계 첫 유전자가위 치료법 ‘카스제비’ 美 FDA 승인…비싼 가격 걸림돌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2.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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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혈액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증(SCD)치료제 ‘카스제비(Casgevy)’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유전성 혈액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증(SCD)치료제 ‘카스제비(Casgevy)’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 세계 최초로 게놈편집기술이 활용된 치료제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유전성 혈액질환인 겸상적혈구빈혈증(SCD)치료제 ‘카스제비(Casgevy)’가 그 주인공이다. 카스제비는 ‘크리스퍼 캐스9’으로 불리는 방법이 적용됐다. ‘캐스9’는 DNA를 자를 수 있는 효소단백질이다. 즉 캐스9을 사용해 마치 가위질을 하듯이 유전자의 특정 염기를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게놈편집기술은 유전자가위를 활용한다. 유전자가위는 질병의 원인인 돌연변이유전자를 제거하고 정상DNA를 붙여 유전자가 본래의 기능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교정해준다.

유전자가위는 과거라면 몇 년이 걸렸을 유전자편집을 1~2일까지 단축시켜준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유전자기술은 비정상적 유전자가 원인인 치매, 난치성·유전성질환에 대한 근본치료방법의 실마리를 제공, 차세대의료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또 암과 에이즈바이러스(HIV) 등 치료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단장이 유전자가위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카스제비는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동개발했다. 카스제비는 겸상적혈구빈혈증환자에서 혈관폐색성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12세 이상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미국 FDA에 따르면 겸상적혈구빈혈증환자는 미국에서만 약 10만명에 이르고 주로 흑인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은 원반형 적혈구가 낫 모양처럼 변형하는 질환이다. 변형된 적혈구가 혈관에 막혀 극심한 통증과 장기손상을 일으킨다.

카스제비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게놈편집기술로 유전자조작한다. 세부적으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낫 모양 헤모글로빈을 생성하는 BCL11A를 제거, 주사로 체내에 되돌린다. 사전에 항암제를 투여해 원래 갖고 있던 조혈모세포를 제거한다.

카스제비는 54명이 참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치료 1년 후 93%가 적혈구 수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치료효과가 높았다. 또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피로, 발열 등으로 심각한 안전성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

이 치료는 영국에서도 11월 승인을 취득했다. 지금까지 겸상적혈구빈혈증환자에게는 백혈구 형인 HLA형이 일치하는 제공자로부터 받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만 상용화되더라도 걸림돌은 남아있다. 치료제가 수백만 달러에 달하고 편집된 줄기세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골수에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 겸상적혈구나 베타 지중해 빈혈로 인한 손상이 더 많이 누적된 고령층의 경우 해당 치료제를 투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힘들다.아직 장기추적관찰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부작용 위험도 남아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엄격한 안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FDA 관계자는 “겸상적혈구빈혈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혈액질환”이라며 “이번 승인으로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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