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의 전지적 비뇨의학과 시점] 남성들이 금주·금연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심봉석의 전지적 비뇨의학과 시점] 남성들이 금주·금연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2.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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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좀 마셔도 되나요?”

연말이면 환자들이 종종 물어보는 질문이다. 심지어는 수술하고 퇴원하는 환자들이 물어보기도 한다. 사실 질문이라기보다 술 좀 마셔도 된다고 동의해달라는 은근한 바람이다. 하지만 어떤 의사라도 “술 편하게 맘껏 드세요”라고 답하지는 않는다.

과음이나 빈번한 음주가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비뇨기과적으로 술은 섹스능력과 관련이 많다. 약간의 알코올이 혈액순환을 좋게 해 성욕을 자극하고 성감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포도주 한잔은 로맨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한두 잔을 넘어 폭음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남성이 과음하면 알코올이 뇌를 포함한 신경계를 마비시켜 성욕이 사라지고 발기를 어렵게 만드는데 설사 억지로 발기가 된다 하더라도 사정까지 가기 힘들어 정상적인 섹스가 불가능해진다. 매일 과음해 간장이 손상되면 혈중 남성호르몬의 분해생성물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하고 고환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이 줄어 성욕이 저하되고 발기부전이 발생한다.

기분을 좋게 해주는 약간의 알코올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일까? 30mg 이하의 알코올 섭취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소주 3잔 정도이다. 하지만 적당량을 마신다고 하더라도 매일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성기능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3배 이상 증가한다.

갱년기 이전인 40대 남성에서 발기부전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가장 심각한 영향은 혈관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흡연하면 발기에 작용하는 음경의 혈관과 해면체가 손상돼 발기부전이 된다. 여러 나라에서 담뱃갑에 다양한 흡연경고를 써놓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러시아에서는 “흡연은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해 큰 효과를 봤다. 담배는 술과 달리 하루 적당량이 없다. 무조건 한 개비도 피우지 않아야 한다.

술과 담배는 성기능장애뿐 아니라 고환에서의 정자 생성을 감소시키고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려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흡연은 방광암과 신장암의 위험요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또 술과 담배는 중년 이후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으로 증상을 악화시킨다.

중년의 부인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남성의 질환은 배뇨장애이다. 물론 남성 스스로도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성기능장애이다. 40대에 접어든 남성이라면 이 두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절주와 금연을 해야 한다.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 ‘금주’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로 끊어야 생각한다면 일부러 1월부터 시작할 필요 없이 당장 실천하면 된다. 새해부터 또는 다음 달부터라고 결심하는 사람일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남성 자존감인 소변과 성기능을 위해서도 금연과 금주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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