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이탈 가속화, 결국 의대도 영향 받을 것”
“이공계 이탈 가속화, 결국 의대도 영향 받을 것”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2.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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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의원,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이공계 이탈현상 :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측면, 바람직한 현상인가?’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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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4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는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이공계 이탈현상’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정원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의대정원 확대를 통해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반응도 있지만 인재들이 의대에만 쏠려 이공계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응도 있다.

이에 오늘(14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이공계 이탈현상 :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측면, 바람직한 현상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오늘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대병원 임재준 공공부원장(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의약학부 정회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토론회 패널에는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최세휴 회장(경북대 공과대학장),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학과장, 임재준 공공부원장, 연세대의대 약리학 김철훈 교수,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순정 미래인재정책과장, 보건복지부 홍승령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등이 참석했다.

신현영 의원은 “국민들이 소아과나 응급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때인데도 논의 자체가 실종된 상황”이라며 “의대정원 문제를 넘어 정부 부처와 관계자들이 현 상황을 면밀히 논의하고 향후 방향에 대해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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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들은 의대정원이 확대되면 이공계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최세휴 회장은 “기술패권의 시대에서 우리나라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산업현장에는 첨단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급인력들은 공대가 아닌 의대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상황에서 의대정원마저 확대된다면 과연 우리나라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훈 교수는 “연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의과대학 연구파트에서는 인재가 오겠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다”며 “하지만 이공계 재원이 줄어들면 결국 의대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전체를 놓고 생각하면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준 공공부원장은 “어쨌든 의대정원은 확대될 것이고 이공계는 당연히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공계 이탈현상을 최소화하는 의대정원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준 공공부원장은 이공계 이탈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지방소재대학 중심 의대정원 확대이다. 젊은 세대들은 수도권 거주를 선호하기 때문에 수도권 의대증원은 이공계 인재의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지역인재전형 중심 의대증원을 강조했다. 지역인재전형으로 졸업한 지방의대 출신 졸업생들이 해당 지역에 남아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실증적인 데이터가 있는 만큼 지역인재전형 중심 의대증원은 현재 부족한 지방의료인력을 보충할 뿐 아니라 이공계 이탈현상을 완화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임재준 공공부원장은 의사과학자 양성과 관련해 “젊은 의사과학자들은 기초의학교실 소속으로 연구하는 것보다 병원에서 임상교수로 연구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일단 대형병원에 들어오면 연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되면 애써 배출한 의사과학자가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연구에 충분한 시간을 쏟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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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공론화되면 다른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일 교수는 “제발 우수한 인력이 다른 곳으로 이탈한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근본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국가적으로는 인력이 어떻게 배분돼야 하고 어린 아이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다양성을 논의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강민구 회장은 “의대에 일단 진입하면 의사과학자 양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며 병원에 들어가더라도 일이 너무 많아 연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며 “의사과학자가 되더라도 자리 잡을 곳이 없는 경우도 많아 진료중심교원, 연구중심교원을 나눠 선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홍승령 과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공론화된다면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진료를 넘어 연구역량도 필요로 하는 의사과학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의사과학자가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순정 과장은 “의대정원 확대로 이공계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과기부도 고민하고 있다”며 “좋은 인력이 의대에만 몰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그에 맞는 국가적 노력과 사회적 분위기 전환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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