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대장염 치료는 마라톤…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의 문 골인할 수 있어”
“궤양성대장염 치료는 마라톤…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의 문 골인할 수 있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12.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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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상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강상범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약제를 선택해 꾸준히 관리하면 증상을 조절하면서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며 “단 이를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병을 인지하고 담당의사의 처방에 따라 적극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과거 우리나라에는 드물었던 염증성장질환(크론병,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늘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은 단순히 앓고 지나가는 장염과 달리 장에 발생한 염증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궤양성대장염환자가 최근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7년 4만939명에 그쳤던 궤양성대장염환자는 지난해 5만5256명까지 늘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약물치료법이 있어 꾸준히 관리하면 얼마든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수많은 궤양성대장염환자와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희망을 전하고 있는 강상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 궤양성대장염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자주 혼동된다. 두 질환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궤양성대장염은 대장 안쪽 점막층에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기질적 질환이다. 반면 과민성장대장증후군은 염증은 없지만 장에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겨 복통, 설사, 복부팽만감 등 여러 불편한 소화기증상을 겪는다. 증후군 자체가 증상의 집합체라는 뜻으로 실질적인 질병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특히 궤양성대장염은 염증범위에 따라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다. 직장에 염증이 생기면 가장 전형적인 점액변, 혈변이 나타난다. 잔변감이 들고 변이 새는 변실금도 발생할 수 있다. 직장에는 변의를 느끼는 수용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염증이 대장 전체를 침범하면 체중감소, 발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 궤양성대장염은 염증범위에 따라 약제 선택도 달라진다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궁금하다. 

궤양성대장염은 염증부위에 따라 직장염, 좌측대장염, 광범위대장염으로 구분한다. 기본적으로 항염증제인 메살라진성분의 5-ASA제제를 사용하는데 이 약제는 혈액으로 흡수되지 않고 장에서 직접 녹아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5-ASA제제는 좌약, 관장액, 경구제 등으로 제형이 다양하다. 우선 직장염은 주로 좌약을 많이 사용한다. 직장은 소화관 맨 끝에 위치해 경구제를 최대 용량으로 먹어도 직장까지 충분히 도달하기 어려워 좌약으로 약물농도를 높인다. 

좌측대장염과 광범위대장염에서는 좌약과 경구형 5-ASA제제를 함께 쓴다. 두 가지를 병용했을 때 치료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먹는 약을 사용하는 환자에게도 좌약 넣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 5-ASA제제는 약효가 전달되는 약물 방출기전도 다양한데. 이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소장 끝부분부터 천천히 녹는 약제, PH농도에 따라 녹는 약제, 대장에서 녹으면서 약효를 장 끝까지 전달하는 약제 등 크게 세 가지 기전으로 나눌 수 있다. 소장 끝부분부터 천천히 녹는 약제는 크론병에도 사용되는데 대장에서 녹으면서 약효를 장 끝까지 전달하는 MMX 작용기전의 메살라진은 궤양성대장염에만 적응증이 있어 현재 궤양성대장염환자들에게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솔직히 약제 간 효과의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궤양성대장염 약물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약을 먹는 것(adherence, 어드히어런스)이다. 5-ASA제제는 오래전부터 사용되며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궤양성대장염의 1차 치료제이지만 환자의 어드히어런스를 높여 충분한 용량을 꾸준히 복용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학회에서도 교육책자, 시청각교육 등을 통해 약물 복용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5-ASA제제를 고용량 복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경증에서는 2g 이상의 표준용량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중등증 이상이나 광범위대장염에서는 4g 이상의 고용량을 사용할 때 효과가 좋고 관해유도·유지에도 좋다고 보고됐다. 과거에는 약을 세 번, 최대 네 번까지도 나눠 처방했다. 하지만 용량을 나눠 복용하나 한꺼번에 복용하나 효과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위해 한번에 모두 복용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환자들에게 불이 난 주변에 방화벽을 높게 치는 것이라고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즉 염증이 더 진행되기 전 울타리를 높게 치자는 것이다. 급성기가 지나 관해에 도달하면 표준용량으로 낮춰볼 순 있지만 이 상태에서도 최소 2g 이상은 복용해야 한다. 그 이하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 5-ASA제제에 효과가 없는 환자들도 분명 있을 텐데. 이들의 치료 대안은.

대부분 5-ASA제제만으로도 치료 가능하지만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 스테로이드로 치료해야 한다. 환자들에게는 집에 불이 났을 때 급하게 출동해 불을 꺼주는 소방차 역할을 하는 약제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스테로이드제는 빠른 효과를 보이지만 문제는 오래 쓰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해 장기간 사용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면역조절제 사용을 고려한다. 면역조절제는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기보다 두세 달 정도 지나야 천천히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면역조절제도 면역력이 약해져 발생하는 기회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고용량의 5-ASA제제를 초기에 사용해 염증 악화를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강상범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의 경우 기본적으로 영양보충을 잘해야 한다”며 “학회에서 펴낸 식사가이드 책자를 직접 보여주면서 환자들에게 도움 되는 식사법과 추천 요리들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 염증성장질환은 복약순응도가 매우 중요한데 환자들이 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환자들의 성향 차이도 있지만 사실 초반에 어떤 전문가에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조기교육이 중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데도 환자를 따로 교육해줄 수 있는 별도의 전문인력이 없는 것이다. 염증성장질환에도 전문 코디네이터가 필요한 이유이다. 당뇨 등 다른 질환에서는 환자 교육을 위한 수가가 있지만 염증성장질환은 아직 교육수가가 없다. 염증성장질환의 필수교육을 위한 별도 수가와 인력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져 이를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 내시경적으로 관해에 도달하면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있나. 

결국은 다시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관해에 도달해도 약을 꾸준히 복용할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증상이 좋아져서 또는 바빠서, 더 이상 진료실을 찾지 않는 등의 여러 이유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 오랜만에 병원을 찾은 환자가 염증이 심해진 경우도 종종 접하는데 전문코디네이터가 있으면 환자들에게 꾸준히 연락해 병원을 방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버 밴드나 SNS채널을 통해 환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면서 약 복용을 당부하고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맺은 인연이 몇십 년간 이어진다. 중학생 때 처음 본 환자는 지금 어엿한 엄마가 됐다. 

- 꾸준한 약 복용이 중요해도 환자 입장에선 내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기에 나타날 수 있는 과민반응을 제외하고는 내성에 대한 우려는 없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 궤양성대장염환자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할 수칙이 있다면.

크론병만큼 음식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염증성장질환은 기본적으로 소모성질환이기 때문에 영양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단백질 섭취를 잘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영양사가 일대일로 코치를 해주지만 국내에서는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한장연구학회에서는 염증성장질환자들에게 도움 되는 음식과 레시피를 담은 식사가이드 책자를 발간했다. 진료 시 환자들에게 이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기도 한다. 

- 궤양성대장염에 경각심을 갖고 조기에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궤양성대장염 초기에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증상들이 있다. 밤에 배가 아파 자주 깨거나 혈변이나 끈끈한 점액변을 보는 경우,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에는 장의 기질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아청소년은 성장지연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때는 소화기내과 중에서도 염증성장질환 전문가를 찾아 진료받는 것이 좋다. 

-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궤양성대장염환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첫 진단을 받고 우울증에 빠지는 환자들도 많다. 이때는 주변에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불치병환자들이 얼마나 많냐고 말한다. 고혈압과 당뇨병도 당장에 큰 문제는 없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치료목표를 세우고 적절한 약제를 복용, 치료목표에 도달하면 이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처럼 염증성장질환도 치료과정은 같다. 못된 친구 한 명 생겼으니 잘 달래며 지내자고 위로한다.  

특히 자녀가 진단받으면 부모님들은 죄책감을 느끼는데 보호자는 죄가 없다. 염증성장질환은 식생활, 생활패턴, 항생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한다. 진단 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과거를 되짚고 후회할 필요는 없다. 

또 궤양성대장염은 처음 1년이 중요한 시기이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지 말고 나를 진단한 의료진을 믿고 치료해야 한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열심히 치료해도 악화될 수 있지만 아이들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훌훌 털고 일어나듯이 내 앞에 있는 전문가를 믿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의 동반자로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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