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부러진 뼈 붙여주는 속단(續斷), 부인병에도 특효
[한동하의 식의보감] 부러진 뼈 붙여주는 속단(續斷), 부인병에도 특효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1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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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지난주 칼럼에서는 허리와 무릎에 좋다는 두충과 속단의 궁합에 대해 알아봤다. 두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한 탓인지 속단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속단(續斷)은 이름 그대로 끊어진 것[단(斷)]을 이어준다[속(續)]는 의미다. 두충 못지않게 근골격질환에 도움이 되는 속단. 오늘은 속단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속단은 다소 복잡한 기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모두 산토끼꽃과(Dipsacaceae)에 속한 식물인 천속단(川續斷, Dipsacus asper Wall. ex DC.)의 뿌리를 기원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별도로 꿀풀과(Lamaiaceae)에 속한 것을 한속단(韓續斷, Phlomoides umbrosa Turcz.) 또는 토속단이라고 하면서 속단으로 부른다. 하지만 천속단과 한속단은 서로 다른 식물이다. 중국은 한속단을 ‘조소(糙蘇)’라고 칭하면서 공정서에는 수재되지 않았다.

한의서에 기록된 속단(續斷)은 중국에서 유래한 천속단(Dipsacus asperoides)이다. 천속단은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는다. 반면 한속단(韓續斷)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고 있는 꿀풀과의 식물을 기원식물로 하고 있으며 뿌리와 잎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돼 있다. 하지만 한속단은 (천)속단과 다른 식물이다.

따라서 한속단(토속단)의 효능을 설명할 때 고전 한의서의 속단의 효능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반면에 한의사들이 고전 처방에 수록된 속단은 모두 토끼풀과에 속한 천속단으로 사용해야 하고 꿀풀과 한속단을 사용하면 안 된다. 본 칼럼에서 설명하는 속단도 모두 천속단이다.

속단(續斷)이란 이름은 효능 때문에 지어졌다. <본초강목>에는 ‘속단(續斷), 속절(屬折), 접골(接骨)은 모두 효능으로 이름을 명한 것이다’라고 했다. 속단(續斷)은 속절(屬折)이나 접골(接骨)이라고도 불렸다. 이 글자들은 모두 ‘끊어지고 부러진 것을 이어주고 뼈를 붙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속단의 맛은 쓰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이 없다. <명의별록>에는 ‘맛이 맵다’라고 했고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쓰고 매우며 독이 없다’고 했다.

속단은 외상에 다용됐다. <본초강목>에는 ‘금창(金瘡), 옹저(癰疽)의 창양(瘡瘍), 헛디뎌 부러진 것을 치료한다. 근골을 이어준다’고 했다. 또 ‘통증을 멎게 하고 새살이 돋게 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넘어져 어혈이 생긴 경우를 치료한다. 근육과 뼈를 잘 이어준다. 달인 물은 마시고 찧은 것은 밖에 붙인다’고 했다. <의감중마>에는 ‘뼈와 힘줄을 이어주는 효능이 있으므로 타박, 골절상에 쓴다’고 했다.

옛날에는 외상에 의해서 상처가 생기고 뼈가 부러졌을 때 외과적인 처치와 함께 약초를 많이 활용했다. 이때 속단은 조직을 재생하면서 상처회복을 촉진시키고 골절된 뼈의 신속한 융합에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내용약으로도 복용했고 다른 약초들과 함께 가루로 만들어 반죽한 다음에 상처나 골절부위의 피부에 붙이는 방법으로도 활용했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속단에는 골재생효과가 있어서 어린아이들의 성장발육을 촉진하며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골조소증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속단은 허리와 관절을 튼튼하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넘어져서 생긴 악혈로 허리가 아픈 증상을 치료하고 관절을 부드럽게 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요통에 주로 쓴다’고 했다. 속단은 두충과 함께 사용하면 척추나 무릎관절을 튼튼하게 하고 강직도를 개선하면서 통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노인들의 퇴행성관절염에 효과적이다.

속단은 부인병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부인이 젖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부인의 출산 전후에 생기는 온갖 병증, 태루(胎漏), 자궁이 차가운 증상, 얼굴이 누렇고 허하면서 붓는 증상, 소변이 새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속단은 여성들의 비뇨생식기 증상과 자궁관련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장기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빈뇨나 유뇨증상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남성의 경우에도 전립선질환으로 인해 방울방울 떨어지는 소변이나 빈뇨에도 도움이 된다.

속단은 지혈작용이 있다. <본초강목>에는 ‘부인의 붕중(崩中)으로 인한 하혈, 금창으로 안에서 출혈이 생긴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정액이 새어나오는 증상이나 요혈을 멎게 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부인의 붕루(崩漏), 대하(帶下), 혈뇨 등에 가장 좋다’고 했다. 속단은 일반적으로 지혈을 시키기 때문에 코피에도 도움이 되지만 하초와 관련된 자궁, 요혈 등에 특히 도움이 된다. 여성의 과다월경에도 사용한다.

속단은 보(補)하는 작용을 한다. <본초강목>에는 ‘상한(傷寒)을 치료하고 부족한 것을 보해 준다. 오래 복용하면 기력을 북돋아준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경맥(經脈)을 통하게 하고 근골을 이어주며 기를 도와주고 혈맥을 고르게 한다’고 했다. 즉 속단은 보약에도 다용된다.

이화학적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속단에는 다양한 사포닌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밖에도 다당류, 알칼로이드, 페놀 화합물 등 다양한 생리활성성분이 포함돼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이에 항산화·항염증효과가 실험적으로 확인됐다.

속단의 효능으로는 뼈건강과 관련해 류마티스관절염 억제, 흰쥐의 장골길이 성장 촉진, 태아 골모세포의 골형성 유도작용, 흰쥐의 두개골 세포의 분화촉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치은섬유세포의 세포주기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며 골형성을 촉진하고 골흡수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과 관련해서는 자궁흥분을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속단은 찬 성질의 약재와는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맛이 쓰면서 성질이 찬 약과 함께 쓸 수 없다’고 했다. 속단의 약성은 따뜻하기 때문에 서늘한 기운의 약성의 약재와 함께 사용하면 기운이 상쇄되면서 약효가 반감될 수 있다. 또 속단은 전신 소양, 피부발적, 구진 등의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쉽게도 국내에서 자생하는 한속단(토속단)은 원래의 속단이 아니다. 속단이라고 하면 천속단(川續斷)이다. 한속단(韓續斷)을 속단(續斷)으로 속단(速斷)하면 안 된다. 한속단 또한 식품으로서 나름의 효능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한속단의 효능을 문헌에 기록된 속단의 효능으로 과장해서도 안 된다. 아무튼 속단은 부러진 뼈도 붙여주지만 건강도 끊어지지 않게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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