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쓰겠지…물건 계속 쌓아두는 ‘저장강박증’
언젠간 쓰겠지…물건 계속 쌓아두는 ‘저장강박증’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12.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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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부터 사회생활에 문제 발생
스스로 심각성 인지하는 것 중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장강박증은 물건을 버리거나 정리하는 데 강박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보인다. 문제가 쌓이다 보면 위생문제뿐 아니라 대인관계, 일상생활,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언젠간 쓰겠지’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서’ ‘버리기 아까워서’ 등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는 사람들이 있다. 사용 여부를 떠나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상이 심하면 위생은 물론 대인관계, 일상생활,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부분 악취로 인해 주변에서 신고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저장강박증은 생물학적·환경적·발달학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며 “우울이나 불안, 어린 시절 트라우마, 전두엽기능 저하 등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단은 미국정신과학 기준에 따르며 중증도가 중요하다. 단 중증도는 구체적인 측정이 어려운 만큼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장강박증은 인지행동치료로 먼저 교정하며 필요한 경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를 투약한다. SSRI는 강박증을 치료하는 주요 항우울·항불안약물이다.

조철현 교수는 “문제는 환자들이 병원에 잘 안 온다는 것”이라며 “주변과 마찰을 빚은 뒤 구청직원이 데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병원에 와도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과한지, 정상범주에 속해 수용가능한 수준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며 “걱정된다면 주변사람들에게 물어 자신을 체크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진, 업무문서 등 데이터를 지우지 못하는 디지털 저장강박증도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는 수년이 지나도 꺼내보지 않지만 대부분 언젠가 쓸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갖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거나 굳이 버릴 필요가 없다고 인식한다. 이를 해소해야 문제가 해결되지만 정식진단명으로 정해지지 않은 이상 아직 정식질환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저장강박증처럼 일상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기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갈등이나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 빨리 해결해야 한다. 조철현 교수는 “계절마다 옷 정리를 하듯이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며 “정리하다 보면 자신이 어떤 것에 불필요하게 집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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