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마지막 단추까지 제대로 끼우길
[기자의 눈]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마지막 단추까지 제대로 끼우길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02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인선 기자 

보건의료계와 정부는 주요사안을 놓고 여전히 갈등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지만 보건의료분야에 꼭 먹구름만 드리운 건 아니다. 새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할 만한 소식도 있어서다. 간병비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적 간병비 부담이 치솟자 정부가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그간 검토해오던 ‘국민 간병 부담 경감방안’을 마침내 확정·발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운 변화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확대. 2015년 법제화 이후 첫 개편이다. 무엇보다 그간 지적돼온 경증질환 위주의 운영을 개선해 기대가 크다. 기존에는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한 경증질환 환자 위주로 적용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중증질환 환자와 가족들은 정작 통합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중증수술환자, 치매, 섬망환자 등을 전담할 수 있는 중증환자 전담병실이 도입되고 이에 따른 간호인력도 확대된다. 간병문제로 발을 동동 굴렀던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중증환자 전담병실에 해당하는 중증질환이 예로 제시됐지만 질환의 중증도를 판별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서다. 물론 제도 개편의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정부가 차차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믿지만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민원도 많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통합서비스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악용사례 근절에도 더 철저히 신경 써야 할 것이다. 2019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운영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입원환자의 53.1%만 돌봄이 필요하고 나머지 47%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환자였다.

중증질환 환자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간병서비스가 필요한 경증질환 환자들을 배제할 순 없지만 스스로 관리 가능한 환자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서비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근절돼야 할 것이다. 악용사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법적조치를 마련하는 등 관리감독망을 탄탄하게 구축해 정말 필요한 환자들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변화에 걸맞게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하는 건 국민도 마찬가지. 병원 측의 잘못이 분명하다면 그에 맞는 보상을 요구할 수 있으나 앞뒤를 따져보지도 않고 목소리부터 높이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을 취재할 때마다 해당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환자와 가족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비단 직업에 따른 업무 수행을 넘어 자신이 돌봐야 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삶에 스며들고 있었다. 보호자와 가족들도 이들의 진정성에 부합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점에서 일단 정부가 변화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은 칭찬해주고 싶다. 이제 변화된 제도가 의료기관에 잘 정착·운영될 수 있도록 추가로 필요한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 물론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 변화된 내용을 잘 안내하는 홍보 노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부디 마지막 단추까지 잘 끼워 포근한 겨울옷처럼 간병부담으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