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남녀 차이 고려해 진단·치료해야 하는 이유
심장질환, 남녀 차이 고려해 진단·치료해야 하는 이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0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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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안암병원 박상미 교수팀, 세계 최초 관상동맥 미세혈관기능 남녀 차이 규명
(왼쪽부터)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상미·김소리·김미나 교수

같은 질병이라도 남녀 차이를 고려해 다르게 치료해야 한다는 성차의학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에서의 남녀 차이를 규명해 심장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팀(김소리·김미나 교수)이 협심증 의심환자에서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과 부하에 따른 미세혈류 속도의 남녀 차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흉통이 발생한다. 다만 흉통은 있으나 증상을 유발할 만한 관상동맥에 협착이 없으면 상당수는 관상동맥 미세혈관 장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관상동맥 미세혈관장애는 미세혈관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거나 내피기능장애로 인한 혈관 확장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혈관의 연축반응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심장크기가 작아 한 번 박동 시 전신으로 내보내는 혈류량이 적다. 따라서 휴식 시에도 적절한 심박출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좌심실 박출률과 맥박수를 보인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비특이적인 흉부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미세혈관장애를 동반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미세혈관 장애 발생에도 남녀 간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지만 지금까지 관상동맥 미세혈관장애에서 남녀 간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박성미 교수팀은 이 점에 주목해 연구에 착안했다. 교수팀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흉부 증상으로 외래를 방문한 환자들 중 관상동맥조영술상 유의미한 협착이 없는 환자들 202명을 대상으로 미세혈관 기능장애의 동반 비율과 아데노신 부하 심초음파를 통해 측정한 관상동맥 미세혈류속도의 시간적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여성 138명과 남성 64명의 환자에게 단시간 동안 관상동맥을 확장시키는 약물인 아데노신을 주입 후 시간 경과에 따른 관상동맥 혈류속도 변화를 주입 후 1분, 2분, 3분에 심초음파를 통해 측정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관상동맥 협착이 없는 협심증환자 중 약 40%에서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동반됐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관상동맥 미세혈관장애 유병률이 약 48% 높았다(여 46% : 남31%). 성별에 따른 좌심실 질량 지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아데노신 주입 전 혈류속도 또한 차이가 없었으나 아데노신 주입 후 여성에서는 관상동맥 혈류속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했고 남성의 경우 급격히 증가했다.

관상동맥 미세혈류 속도의 시간에 따른 변화에서도 남녀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데노신 주입 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관상동맥 혈류속도 예비능(이완기 평균 혈류속도의 변동 비율)은 남성에서 1분 후 평균 2.44, 2분 후 2.63, 3분 후 2.68로 확인된 데 반해, 여성에서는 1분 후 평균 2.09, 2분 후 2.39, 3분 후 2.45로 지속적으로 낮게 확인됐다. 여성에서는 부하를 받아도 미세혈류의 속도가 천천히 증가하고 지속적으로 낮음을 확인함으로써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에서 남녀 간 차이가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박성미 교수는 “여성이 산소 소비량과 좌심실 박출률이 더 높은데도 관상동맥 미세혈류 속도는 더 느리고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확인했다”며 “이는 남성보다 여성이 허혈성손상 및 협심증 증상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근거”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심장질환에서 무증상 또는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 병원 방문이 늦거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성별 간 질환과 증상 양상 차이를 이해하고 그 근거에 기반한 진단·치료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2023년 12월 스프링거 네이처(Springer Nature) SCI급 국제학술지(‘Clinical Research in Cardiology’)에 게재돼 국내외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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