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응급실 대기시간 9년째 6.7시간…우리에게 ‘필요한 의사’는 현실에 없다
[기자의 눈] 응급실 대기시간 9년째 6.7시간…우리에게 ‘필요한 의사’는 현실에 없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1.08 18: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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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국 기자
이원국 기자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지금 이 환자에게 물어보면 어떤 의사를 원한다고 할 거 같냐. 필요한 의사야.”

SBS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나오는 대사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김사부, 아니 모든 의료진은 픽션이다. 하지만 국민의 공감대를 아우를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실에서도 이런 의사 한 명쯤은 꼭 있어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7일 오후 1시쯤이었다. 한 환자가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당시 환자는 독감과 폐렴을 앓고 있었으며 상태가 좋지 않아 응급실을 방문했다.

환자는 엑스레이와 채혈을 진행했으며 이후 CT촬영을 위해 대기했다. 총 7시간.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소요된 시간이다. 오후 3시경에 환자는 CT를 촬영했으며 오후 8시가 돼서야 ‘내일 아침 외래로 오시라’는 말을 들었다.

환자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당시 병원에 호흡기내과 당직의는 1명뿐이었으며 응급환자 발생으로 진료가 계속 지연됐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비단 부천성모병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에 따르면 당시 전국 414개 응급의료기관의 중증환자 응급실 대기시간은 평균 6.7시간이었다. 2024년 현재 7시간 정도 소요됐으니 개선이 요즘 말로 1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말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가 따로 없다.

정부는 매년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119응급의료상담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119로 전화하면 긴급처치법을 24시간 안내받고 증상에 대한 질문에도 답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6명은 이 서비스에 대해 알지 못한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2022년 대국민 응급의료 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20~80세 성인 남녀 6000명 중 42.1%만이 119 응급의료 상담제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알지 못한다’는 국민이 절반 이상인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강원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대기하던 70대 환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당일 밤 8시 36분쯤 A씨(74세)는 어지럼증과 두통 등을 호소했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강원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당시 응급실에는 환자 19명이 있었다. 위중한 환자를 우선 진료하기 위해 중증도를 살핀 의료진은 A씨를 경증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A씨는 병원을 찾은 지 7시간여 만인 14일 오전 4시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제는 정말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경증환자를 사전에 분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비응급환자 상담을 위한 전화가 절실하다. 또 소방청과는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 운영현황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는 누구든 자신의 상황이 급할 수밖에 없다. 환자 분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진료시간이 늦어진다고 하지만 이를 깊게 이해하는 환자는 몇 없을 것이다. 결국 선행돼야 하는 것은 응급실 방문 전 환자들에게 안내하는 것뿐이다. 물론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를 이어간다해도 지금 바로 응급실 대기시간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다. 

현재 모든 집중이 ‘의대정원’에 쏠려있다. 의대정원확대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들이 의료현장으로 투입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전에 갈 길을 잃은 환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뭔가를 잘못한 후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거나 변명하는 사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다. 어떤 유형이 바람직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의사를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접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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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09:26:15
드라마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