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도 화학물질 안전지대 아냐…과불화화합물 쌓여 건강 위협
콘택트렌즈도 화학물질 안전지대 아냐…과불화화합물 쌓여 건강 위협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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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연구팀, 콘택트렌즈 사용-과불화화합물 노출 간 연관성 밝혀
(왼쪽부터)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최윤형 교수, 고려대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 제1저자로 참여한 강하병 보건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일상 속 화학물질이 우리 건강을 조용히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콘택트렌즈 사용에도 경각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콘택트렌즈로 인한 지속적인 화학물질 노출이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최윤형 교수와 고려대안암병원은 안과 김동현 교수는 콘택트렌즈 사용과 과불화화합물 노출 간의 연관성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과불화화합물은 아웃도어 의류, 식품 포장재, 종이빨대, 프라이팬,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방수코팅제 물질군이다. 화학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고 환경과 생체 내에 오래 잔류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이라고 불린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몸속에 축적돼 갑상선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 임신성고혈압, 신장암, 당뇨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콘택트렌즈 제품에서 과불화화합물로 추정되는 유기불소가 검출된다는 미국 소비자단체의 최근 조사결과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즉 콘택트렌즈를 주로 많이 사용하는 20~30대 청년 인구에서 과불화화합물 노출이 부가될 가능성을 고려해 실제 청년층의 콘택트렌즈 사용이 체내 과불화화합물 축적농도를 높이는지 확인한 것이다.

연구는 1999년부터 2008년 사이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를 바탕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콘택트렌즈를 자주 사용하는 20~39세까지의 미국인 7270명을 대상으로 혈중 과불화화합물의 체내 축적량을 확인했다.

콘택트렌즈 사용자가 미사용자에 비해 혈중 과불화화합물의 체내 축적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콘택트렌즈 사용자는 미사용자에 비해 혈중 과불화화합물의 총 바디버든(body burden, 체내 축적 유해물질)이 1.2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개별 과불화화합물의 혈중 농도는 콘택트렌즈 사용자에서 PFOA 0.41 ng/ml, PFHxS 0.28 ng/ml, PFOS 1.75 ng/ml로 높게 검출됐다다. 이는 과불화화합물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교란요인들을 통계적으로 제거하고 관찰한 결과이다.

 과불화화합물 노출로 인해 건강이 위험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콘택트렌즈 사용자 중 4.5 %, 콘택트렌즈 미사용자 중 3.9%로 추정됐다. 과불화화합물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콘택트렌즈 사용자 중 5.8%, 콘택트렌즈 미사용자 중 16.4%로 추정됐다.

새로운 과불화화합물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 수천 종 이상의 과불화화합물이 산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본 연구는 과거자료(1999~2008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과거 주로 사용되던 과불화화합물 검출에 집중해 연구를 수행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최근 새롭게 개발돼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을 포함한 추가 연구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윤형 교수는 “콘택트렌즈 같은 의료기기는 일반생활용품과 달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으로 소비자가 과불화화합물의 위험정보를 인지하더라도 안전한 콘택트렌즈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의료기기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환경유해물질의 규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한 제품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동현 교수는 “콘택트렌즈는 안구표면과 접촉하기 때문에 렌즈 내 유해물질이 있더라도 렌즈 착용으로 인한 전신 영향을 우려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하지만 본 연구를 통해 콘택트렌즈 착용에 의해 과불화화합물이 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콘택트렌즈는 10~20대 청년들이 많이 착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건강 위해 가능성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환경과학분야 저명 학술지 ‘Chemosphere’에 게재돼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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