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야당 대표의 헬기이송, 개인의 안위로 책임을 뒤엎는 ‘견리망의’
[기자의 눈] 야당 대표의 헬기이송, 개인의 안위로 책임을 뒤엎는 ‘견리망의’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4.01.15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원국 기자
이원국 기자

“교수님 이건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건 아니지요. 이건 교수님이 책임질 사안이 아닙니다.” 2019년 이국종 교수가 집필했던 ‘골든아워’의 한 문구다.

2011년 당시 이국종 교수는 석해균 선장을 위해 4억4000만원의 에어 앰뷸런스 비용을 자신이 내겠다고 하며 수술을 추진했다. 모든 의료진이 반대했지만 그는 강행했으며 무사히 한국에 도착한 석해균 선장은 의식을 찾는데 성공했다. 일면식 없는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책임감이 그의 행동을 이끌어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일 흉기피습을 당했다. 부산대병원 응급외상센터는 지혈을 위한 응급처치와 혈관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CT촬영을 진행, 경정맥 손상이 의심되며 추가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호자 동의가 필요해 수술의향을 물었지만 이재명 대표 측 요청에 따라 수술은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문제는 피습 직후 부산대병원에서 헬기를 동원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두고 의사단체는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지역의사회 16곳 중 충북과 전남을 제외한 14곳이 비판 성명을 냈다. 또 소셜네트워크에서도 의사와 간호사들의 강력한 질타가 계속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페이스북에 “국립서울대병원에서 진료 거부하면 이재명은 되고 왜 나는 안되냐…당장 헬기를 불러 달라고 하시면 된다. 앞으로 KTX 타지 마세요. 헬기에 양보하세요.“라고 적었다.

부산대병원은 서울대병원보다 외상센터 규모가 크고 의료진이 더 많다. 또 이재명 대표는 이송을 위해 소방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했는데 이번 사건은 관련 구급활동지침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이 부산대병원이 수술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도 지역 내 수술이 가능한 병원에 요청을 하는 것이 합당한 응급의료체계다.

이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사건 이후 응급의학적 관점에서 외상응급의료체계를 부정한 사례며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를 주장하던 민주당으로선 이중적 행태라고 질타했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오벌오피스 책상 위에는 ‘The buck stops here!’란 말이 쓰인 패가 놓여있었다. 직역하면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는 뜻이다. 실제로 트루먼 대통령은 결정을 망설이는 각료들이 있으면 그 패를 가리키며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자신을 갖고 추진하라”고 격려했다.

반면 지역 간 의료인력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야당의 대표가 치료 가능한 지역 제1의 권역외상센터를 뒤로 하고 서울대병원 자체 외상센터로 전원을 갔다. 그러고 보니 교수신문이 정한 2023년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 :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