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다가와요…조용한 습격자 ‘당뇨망막병증’
소리없이 다가와요…조용한 습격자 ‘당뇨망막병증’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16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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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유병기간 따라 발병위험 증가
당뇨 첫 진단 시부터 안저검사 권장
레이저,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어
당뇨망막병증은 소리없이 진행되는 만큼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을 때부터 주기적인 안저검사를 통해 대비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당뇨병은 합병증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전신에 여러 합병증을 일으킨다. 특히 장기간 고혈당이 지속되면 몸의 크고 작은 혈관이 손상될 수 있는데 이 중 당뇨망막병증은 대표적인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꼽힌다.

망막은 아주 예민하고 얇아서 약간의 출혈로도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은 망막 전반에 허혈손상을 일으켜 부종, 신생혈관이 발생하고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활동량 감소와 혈액순환 저하 등으로 혈당이 상승하기 쉬운 시기인 만큼 당뇨망막병증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유병기간과 관련이 있다. 즉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발병위험이 높아지는 것. 보고된 바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 당시에는 1.9% ▲유병기간이 5년 이내면 14.6% ▲6~10년 22.9% ▲11년 이상 40.1% ▲15년 이상 66.7% ▲30년 이상이면 약 90%에 달한다. 또 40세 이상 성인 당뇨병환자 중 당뇨망막병증의 유병률은 19.6%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은 당뇨 진단 초기부터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자신도 모르는 새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병이 진행돼 황반부종이 생기면 사물이 찌그러지거나 흐리게 또는 어둡게 보이고 시력저하가 나타난다. 더 심해져 망막혈관이 터져 유리체 출혈이 발생하면 갑자기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거나 얼룩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안구 앞쪽에 신생혈관이 생기면 안압상승을 유발해 안구통증, 두통, 구역, 시력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문상웅 교수는 “이러한 증상들을 느꼈을 때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처음 당뇨병을 진단받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안저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뇨망막병증의 소견이 없거나 혈당조절이 잘 되면 1~2년마다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6개월~1년마다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는 3~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뇨망막병증의 기본적인 치료는 혈당 조절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안과 안소민 교수는 “혈당조절과 더불어 환자 상태에 따라 유리체 내 주사치료를 하거나 스테로이드를 주입해 망막부종을 방지할 수 있다”며 “레이저치료나 수술도 신생혈관막을 만들거나 출혈을 일으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뇨망막병증이 심하면 중심시력과 중심부 망막 보존을 위해 주변부 망막을 희생시켜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주변부의 신경조직을 레이저로 응고시키는 레이저범망막광응고술(레이저광응고술, PRP)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 치료법에 대한 기전을 규명하고 효과를 증명한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중앙대병원 안과 김지택 교수팀은 레이저광응고술을 받은 40명의 당뇨망막병증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치료가 황반부의 맥락막과 맥락막 모세혈관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12개월에 걸쳐 분석했다.

그 결과 레이저광응고술 치료 후 3개월째부터 황반부의 맥락막두께, 맥락막 혈관지수, 맥락막 혈관 내경 및 기질비율이 모두 감소해 1년이 지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김지택 교수팀은 레이저광응고술이 안구 전반의 충혈돼 있던 망막 및 맥락막 혈관들을 안정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김지택 교수는 “당뇨환자에서 시행한 레이저광응고술의 치료기전은 맥락막 혈관의 충혈을 줄임으로써 망막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치료기전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번 연구는 그 치료기전을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이저광응고술을 시행할 때는 안구통증이 동반되고 레이저 후 눈부심, 야맹증상 등이 생겨 꺼리는 환자들이 종종 있는데 당뇨망막병증에서 레이저광응고술은 실명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된 경우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며 “레이저치료 후에도 정기검진을 통해 병이 더 진행하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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