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①‘구강노쇠’ 병명 도입, 도대체 왜 필요한가
[특별기고] ①‘구강노쇠’ 병명 도입, 도대체 왜 필요한가
  • 이성근 대한노년치의학회 명예회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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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근 대한노년치의학회 명예회장

구강은 먹고 말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에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한다. 입안의 치아, 타액, 미생물과 혀-입술 등 주변 조직이 조화롭게 작동해서다. 문제는 노인에서는 이러한 구강 기능이 조화롭게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활동 감소에 따른 구강관리 소홀, 다약제 복용에 따른 구강건조, 이로 인한 다발성의 치아 우식과 치주염 발생 및 다수 치아 상실과 교합력 저하, 뇌병변에 따른 혀-입술운동 기능 저하 등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구강노쇠와 신체노쇠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의 약 80%는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3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노년치의학회를 중심으로 ‘한국형 구강노쇠 진단기준 개발 및 효율적 관리 방안 연구’ 공청회가 개최됐다. 공청회에서는 구강노쇠 병명 도입의 해법을 찾고자 체계적 문헌 고찰, 빅데이터 조사, 델파이 설문, 해외사례 분석결과를 공유하고 관련 직역들 간 패널 토의를 진행했다. 

구강노쇠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 있는 지금, 필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구강노쇠 병명 도입의 필요성을 다뤄보고자 한다.

첫 번째 기고에서 다룰 내용은 구강환경적 측면이다.

노인의 건조하고 불결한 구강은 흡인성폐렴 발생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음식을 입으로 먹는 이상 하루에 최소 2~3회 구강위생관리를 해야 한다. 노인의 입안은 만성질환과 이에 따른 다약제 복용으로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또 퇴행성 또는 류마티스성관절염 등으로 칫솔질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구강위생이 불결해지기도 한다. 특히 요양시설, 재가 및 요양병원 노인들(최소 80만명)은 와상(臥牀, 신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해 침대에서 생활하는 것) 상태로 치과 방문이 어렵고 칫솔질 자체도 스스로 할 수 없다. 심지어 뇌병변 부작용으로 혀-입술 등 구강주변 근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고 칫솔질 자체도 망각한다. 

이로 인해  불결해진 입안과 심한 구취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의 접근을 꺼리게 한다. 노인들의 흡인성폐렴 발생 증가와 이로 인한 입퇴원 반복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이유이다. 게다가 분절적 의료체계로 인해 의사-치과의사 간 협업은 어렵고 구강위생관리 없이 구강간호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돌봄 노인의 구강위생관리에는 다음과 같은 어려운 점들이 있다. 구강관리 시 입을 잘 열지 않거나(전두-측두엽 치매) 열더라도 교상(咬傷, 물려서 생긴 상처)의 위험과 흡인위험(뇌졸중,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자세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고 구강관리를 해야 한다. 또 뇌병변으로 인한 설하신경(XII)장애는 혀의 배면에 끈적끈적한 설태 형성을 초래해 제거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듯 노인 구강위생관리에는 밀착 보조인력의 도움이 필요하고 거의 투쟁에 가까운 노력과 시간 소요가 많아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구강위생관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구강위생관리는 요양재원일수와 사망률 감소는 물론 연명과 웰다잉(well-dying)을 위한 중환자관리(critical care) 측면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요양시설 치과계약의사제도 활성화와 재택 방문 구강관리를 위한 구강노쇠 병명 도입은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생각된다. 

다음 기고문에서는 구강질환적 측면에서 구강노쇠 병명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겠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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