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 유방암 진단…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내려놓으세요
젊은 나이 유방암 진단…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내려놓으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1.31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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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유방암환자 12세 미만 자녀 행동평가척도검사 분석
일반아이보다 높은 87%가 정상…정서발달 큰 영향 X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 전념하는 것이 훨씬 중요”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

우리나라 유방암은 서구와 달리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한창 엄마의 역할을 할 시기에 발생하다 보니 자녀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정서적으로도 아픔을 겪는다. 특히 자녀가 어리다면 마음의 무게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마음의 무게를 내려두는 것이 자신과 아이를 위해서도 훨씬 좋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엄마가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되더라도 자녀들의 정서발달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와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팀이 20~45세까지 젊은 유방암으로 진단된 환자 499명을 분석,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의 12세 미만 어린 자녀들에게 행동평가척도(CBCL)검사를 실시했다. 행동평가척도검사는 아동 청소년의 사회적응 및 정서 행동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신뢰도가 높은 검사방법이다. 불안, 우울, 규칙위반성, 공격행동성 등을 전체적으로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검사결과 수검자 중 84% 정도가 정상범위에 속하고 나머지 중 8%는 임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검사결과 젊은 유방암환자 자녀들의 정서발달정도는 정상 범위에 있는 아이들이 87%로 일반 아이들에 비해 오히려 3%가 높게 나타났다. 즉 유방암 진단이 자녀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김희정 교수는 “유방암환자의 정서적문제는 치료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녀에 대한 미안함 대신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환자들의 우울감은 뚜렷했다. 연구팀이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 200명의 우울증 발생위험을 비교한 결과 어린 자녀가 있는 환자들에서 약 2.3배 우울증 발생위험이 높게 나타나 정서적으로 더 불안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육아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는 한국판 양육 스트레스검사K-PSI-SF) 점수가 높을수록 환자들의 우울증 발생위험이 1.06배 높아졌다. 자녀가 6세~12세인 경우 6세 미만인 경우에 비해 육아 스트레스 점수가 3.1배 높았으며 엄마와 다른 가족이 양육할 수 있는 환자들은 엄마만 주 양육자인 경우에 비해 육아 스트레스 점수가 3.4배 떨어졌다.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유방암을 오래 앓았다고 해서 우울증이 심해지지는 않고 오히려 완화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유방암 유병기간에 따라 우울증 자가진단 검사법인 역학연구 우울척도(CESD-R) 평균 점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유병기간 1년 미만의 환자들의 평균 점수가 약 11점이었는데 5년이 넘는 환자들은 평균 5점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유방암환자들은 암 치료에 전념하다 보니 보살펴줘야 할 자녀들을 더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들의 유방암 진단과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는 큰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좌절감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어린 자녀까지 있으면 우울증과 육아스트레스 등 정서적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진다”며 “환자들의 정서적문제는 치료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녀에 대한 미안함 대신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F=13.8)’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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