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아이보다 높은 87%가 정상…정서발달 큰 영향 X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 전념하는 것이 훨씬 중요”
우리나라 유방암은 서구와 달리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한창 엄마의 역할을 할 시기에 발생하다 보니 자녀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정서적으로도 아픔을 겪는다. 특히 자녀가 어리다면 마음의 무게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마음의 무게를 내려두는 것이 자신과 아이를 위해서도 훨씬 좋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엄마가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되더라도 자녀들의 정서발달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와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팀이 20~45세까지 젊은 유방암으로 진단된 환자 499명을 분석,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의 12세 미만 어린 자녀들에게 행동평가척도(CBCL)검사를 실시했다. 행동평가척도검사는 아동 청소년의 사회적응 및 정서 행동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신뢰도가 높은 검사방법이다. 불안, 우울, 규칙위반성, 공격행동성 등을 전체적으로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검사결과 수검자 중 84% 정도가 정상범위에 속하고 나머지 중 8%는 임상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검사결과 젊은 유방암환자 자녀들의 정서발달정도는 정상 범위에 있는 아이들이 87%로 일반 아이들에 비해 오히려 3%가 높게 나타났다. 즉 유방암 진단이 자녀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반대로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환자들의 우울감은 뚜렷했다. 연구팀이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 200명의 우울증 발생위험을 비교한 결과 어린 자녀가 있는 환자들에서 약 2.3배 우울증 발생위험이 높게 나타나 정서적으로 더 불안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육아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는 한국판 양육 스트레스검사K-PSI-SF) 점수가 높을수록 환자들의 우울증 발생위험이 1.06배 높아졌다. 자녀가 6세~12세인 경우 6세 미만인 경우에 비해 육아 스트레스 점수가 3.1배 높았으며 엄마와 다른 가족이 양육할 수 있는 환자들은 엄마만 주 양육자인 경우에 비해 육아 스트레스 점수가 3.4배 떨어졌다.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유방암을 오래 앓았다고 해서 우울증이 심해지지는 않고 오히려 완화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유방암 유병기간에 따라 우울증 자가진단 검사법인 역학연구 우울척도(CESD-R) 평균 점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유병기간 1년 미만의 환자들의 평균 점수가 약 11점이었는데 5년이 넘는 환자들은 평균 5점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유방암환자들은 암 치료에 전념하다 보니 보살펴줘야 할 자녀들을 더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들의 유방암 진단과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는 큰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좌절감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어린 자녀까지 있으면 우울증과 육아스트레스 등 정서적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진다”며 “환자들의 정서적문제는 치료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녀에 대한 미안함 대신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F=13.8)’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