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장애, 우울증으로 속단하지 마세요!
양극성장애, 우울증으로 속단하지 마세요!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2.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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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요인 70~80%, 스트레스 요인 20~30%
우울상태에선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 나타나
양극성장애는 증상이 일정기간 나타났다 호전되기를 반복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15세 중학생에게 피습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병원에서 양극성장애 소견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흔히 ‘두 얼굴을 가졌다’고 말하는 양극성장애는 어떤 질환일까? 이번 사건으로 또 한 번 부각된 양극성장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 

양극성장애(양극성정동장애)는 단순히 감정기복이 심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되지 않고 일정기간 나타났다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삽화’의 개념이 더 정확하다.

양극성장애는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거나 들뜨는 ‘조증·경조증삽화’의 기간, 기분이 축 가라앉아 무기력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우울삽화’의 기간을 갖는 질환이다. 보통 기분이 들뜰 때는 최소 1주 이상, 가라앉을 때는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때 삽화로 판단한다. 하루에도 기분이 좋았다 우울했다 하는 것은 양극성장애가 아니다.

양극성장애는 1형과 2형으로 구분된다. 1형은 조증삽화를 특징으로 하며 ▲과장된 자신감 ▲팽창된 자존심 ▲수면욕구 감소 ▲목표지향적 활동증가 ▲쾌락적 활동에 몰두(도박, 투자 등) 등의 양상을 보인다. 1형환자는 병식(환자 자신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병원을 잘 찾지 않는데 이 경우 빠른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2형은 경조증삽화를 특징으로 한다. 경조증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이후 나타나는 우울증이 문제이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는 “양극성장애환자가 조증상태일 땐 평소와 달리 기분이 매우 들뜨고 고양될 뿐 아니라 과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할 땐 환각과 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며 “조증‧경조증삽화일 때 행동이 극적이어서 주목받지만 실제로는 우울삽화가 더 길고 괴로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용민 교수는 “경조증 이후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보다 치료가 더 어렵고 기간도 더 길며 자살위험도 더 높다”며 “이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경조증부터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극성장애는 생물학적 요인이 70~80%이며 스트레스 요인이 20~30% 정도로 추정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양극성장애는 유전적‧생물학적‧환경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다른 요인보다 생물학적 원인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양극성장애는 우울증과 임상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만 우울상태에서는 우울증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 상태에서는 양극성장애와 우울증을 구분하기 어렵다. 특히 환자들이 우울한 상태일 때 병원을 주로 찾는 경우가 많아 자칫 우울증으로 속단할 수 있다.

이때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오히려 우울증상이 악화되고 충동성, 감정기복 심화, 때에 따라 자살시도를 촉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감별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또 규칙적인 수면, 적절한 운동 등 좋은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안용민 교수는 “조증상태일 때 병원에 온다면 확실히 구분하겠지만 문제는 조증일 때는 병원에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빠른 치료를 위해서는 처음 병원에 방문했을 때 우울증인지 조울증인지 가리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극성장애는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 증상이 호전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행히 양극성장애는 꾸준히 치료받으면 증상이 전혀 없거나 증상이 있어도 잘 지낼 수 있다. 단 꾸준히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사회생활,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지만 약을 임의로 끊으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윤현철 교수는 “증상이 나아지면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기도 한다”며 “재발률이 높은 만큼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관리와 재발방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안용민 교수는 “양극성장애환자는 수면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음주는 기분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양극성장애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증삽화 진단기준(증상이 3개 이상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경우)

1.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2. 수면욕구 감소(단 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사고의 비약 및 과다사고

5. 주의산만

6. 목표지향적 활동 증가(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성적인 활동)

또는 정신운동성 초조

7. 고통스런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

(예 : 흥청망청 물건 사기,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투자)

■우울삽화 진단기준(증상이 5개 이상, 2주일 넘게 지속되는 경우)

1. 지속되는 우울감

2. 흥미 및 즐거움 저하

3. 극심한 체중변화 및 식욕변화

4. 불면 및 과다수면

5. 정신운동 초조 및 지연

6. 피로 및 활력의 상실

7. 무가치감 및 죄책감

8. 사고력과 집중력의 감소

9. 죽음과 자살에 대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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