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법률] ‘마약’을 이용한 식품광고, 이제는 사라져야
[건강과 법률] ‘마약’을 이용한 식품광고, 이제는 사라져야
  • 임원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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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올 7월부터는 김밥, 음료수 등의 식품에 마약이라는 문구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식품접객업소 등 관련 영업자 등에게 정하는 마약류 및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표시광고를 하지 않도록 권고할 수 있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필자는 이번 개정안을 적극 환영한다. 정부와 국회는 마약문제에 대해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법적 수단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 대한 비판과 오해가 있어 칼럼을 통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 내지 홍보·마케팅의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이미 널리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지하면 불필요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 반대논리이다.

헌법 제21조 제4항은 표현의 자유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마약을 통해 침해되는 국민의 건강권과 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형량하면 전자가 훨씬 우월한 가치다. 특히 ‘마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식품광고의 주 대상이 아동과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금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다음으로 이번 개정안에 의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영업자에게 마약류 및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표시 또는 광고를 하지 아니하도록 권고만 할 수 있다. 권고는 법적으로 강제력이 없다. 결국 이번 개정안을 따라 이러한 표현을 적발하더라도 영업금지나 과태료와 같은 불이익한 행정처분은 부과할 수 없다.

일부 언론에서 영업정지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정보다. 이번 개정안은 제재적 행정처분을 규정하지 않는다. 향후 마약 관련 표시광고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일단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명령을 거부할 경우 영업정지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존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르더라도 마약 관련 표시광고는 거짓과장 광고 내지 식품이 아닌 물품을 사용한 광고로서 금지된다고 봐야 한다. 어느 식품이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할 수 있을까. 전형적인 과장광고이다. 어린이 중에는 마약이 무슨 맛일까 궁금해하는 이가 새로 생길 수도 있다. 마약의 유해성은 그 어떤 논리를 가져오더라도 긍정적 이미지로 치환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식약처 등은 기존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약은 한 개인을 넘어 주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사회를 파괴한다. 마약중독자는 혼자만 쓰러지지 않는다. 마약을 사려고 돈을 훔치고 가족을 괴롭힌다. 마약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효과는 불확실하다.

이번 개정안이 마약 범죄를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누군가에게 서서히 스며들어 효과를 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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