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치료의 첫 단추는 수술…나이는 장애물 아냐”
“대장암치료의 첫 단추는 수술…나이는 장애물 아냐”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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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이윤석 교수는 “대장암은 치료법이 다양하고 수술법의 발전으로 고령환자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며 “의료진을 믿고 적극 치료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대장암수술에서 나이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저는 97세 어르신도 수술했는걸요.”

가히 대장암수술 5000여례를 집도한 전문가다운 당부 메시지였다.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복강경·로봇수술 전문가로서 “현재는 수술법이 발전해 고령환자도 훨씬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와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효과적인 수술법을 국내외로 전파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이렇다 할 기준이 없던 직장암 측면골반림프절 박리술의 수술기준을 새롭게 제시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 대장암과 직장암은 한국인의 다빈도암이다. 최근의 발병추이는.

먼저 정확히 짚자면 직장암은 다른 부위에 발생한 암이 아니라 대장암에 속하는 암이다. 대장은 크게 맹장, 결장, 직장으로 이뤄진 소화기관으로 결장에 암이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이라고 하며 이를 통칭한 것이 바로 대장암이다. 

최신 국가암등록통계결과(2021) 대장암은 발병순위 2위를 차지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 발병률은 과거보다 확실히 늘었다. 적극적인 국가검진으로 증가 속도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상위권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아무래도 환자들은 진단 후 수술 가능여부를 가장 궁금해할 것 같다. 

초기에 진단되면 내시경으로 절제할 수 있지만 대장암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1~3기 환자에서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전이된 환자라도 절망은 이르다. 최근에는 항암요법과 방사선치료로 종양 크기를 최소화한 후 수술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복강경수술과 더불어 로봇수술도 적극 하고 있다고. 

로봇수술은 특히 직장암수술 시 이점이 있다. 직장은 좁은 골반 뼈에 둘러싸여 있어 복강경 수술기구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로봇으로 수술하면 확대된 시야는 물론 로봇 팔이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좁은 골반 안에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복강경수술과 합병증 차이는 크지 않지만 로봇으로 수술하면 암을 더 완벽하고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같은 목적지라도 버스보다 택시를 이용하면 더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임상경험과 노하우 전파에도 열심이다.

모든 암이 그렇지만 대장암은 소화와 배변활동과 직결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환자의 병기에 적합하면서도 삶의 질을 고려한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의료진과 최신지견 및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대장항문외과팀이 1년간 준비한 ‘제11회 아시아 대장암 로봇수술 캠프(ARCCS 2023)’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자리에서 단일공 로봇시스템(SP로봇)을 이용한 직장암수술, Xi로봇을 이용한 측방골반림프절박리술 등을 선보였다. 경험이 적은 젊은 외과의사들에게는 배움의 장이, 이미 수술을 많이 한 경험 많은 외과의사들에게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 

- 최근 직장암의 선택적 측면골반림프절 박리술 기준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는데. 

국소진행성 직장암의 10~20%는 골반 쪽으로 암세포가 퍼져나간다. 과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지만 최근에는 측면골반지역의 림프절까지 절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수술 자체가 매우 어려운 데다 과연 어떤 환자에게 시행할 것인지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고난도수술인 만큼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시행돼야 한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 

총직장간막 절제술에 더해 측면골반림프절 박리술을 추가로 시행한 직장암환자들(가톨릭의과대학 3개 부속병원 환자 대상)을 분석해 ▲항문연에서 5cm 이내 위치한 경우 ▲6mm 이상 크기의 측면골반림프절비대가 있는 경우 ▲항문연에서 5cm보다 멀리 떨어진 경우 ▲8mm 이상 크기의 측면골반림프절비대가 있는 경우 측면골반림프절 박리술을 시행하면 100%의 민감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나아가 로봇으로 측면골반림프절 박리술을 시행하면 더 많은 측면골반림프절을 절제할 수 있으며 복강경수술과 합병증, 생존율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 이번 성과가 임상현장에 어떤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나.

측면골반림프절 박리술을 시행해야 하는 환자들과 로봇수술의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표준화된 수술기준과 방법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다기관 연구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 다학제진료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대장암이 ‘다학제진료의 꽃’인 이유는 외과의사뿐 아니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생각보다 많은 진료과가 의기투합해 최적의 치료를 찾기 때문이다. 고령환자인 경우 심장내과,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가 참여해 전신상태를 세심하게 점검한 후 수술에 들어간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의료진을 믿었으면 좋겠다. 임상경험상 90대 환자도 성공적으로 수술했으며 제 스승은 104세 환자까지도 수술했다고 들었다. 

- 본인만의 수술 철학이 있나. 

대장암의 치료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첫 단추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술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면 아래 단추들도 모두 어긋나는 것처럼 다음 치료를 진행해도 재발과 전이가 잘 된다. 첫 단추부터 잘 끼자는 마음으로 수술에 임하고 있다. 

특히 대장암수술에서는 전이가 의심되는 주변 림프절까지 최대한 넓게 절제하는 것이 중요해 이 부분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처럼 종양과 멀리 떨어진 곳까지 충분히 절제하는 것이다. 또 직장암은 암을 깔끔하게 제거하면서도 항문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가능하면 로봇수술을 시행해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 의료계가 여러 사안으로 시끄럽다. 외과의사로서 더 생각이 많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후배 양성에 관심이 많아 이번 사안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저를 포함해 한창 뛰고 있는 40~50대 외과의사들이 은퇴하고 나면 그 자리를 누가 메꿀지 마음이 착잡하다. 특히 외과는 손기술이 필요한 분야이다. 아무리 로봇 같은 좋은 시스템이 도입돼도 수술은 사람이 한다. 여기에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이 필요하니 지금부터 열심히 배워도 시간이 부족하다.  

끝으로 필수의료와 관련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의료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분야는 없다. 대장암은 필수의료 영역에서 빠져 있는데 대장암수술도 이 분야를 전공하고 열심히 술기를 익힌 외과의사만이 할 수 있다. 제발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공감 가는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TIP. 이윤석 교수가 짚어주는 대장암 이것만은!

1. 대장암&직장암 의심증상

- 변비가 지속되거나 배변습관이 변한 경우
- 점액성 변을 보거나 변을 볼 때 피가 묻어나오는 경우
-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거나 복통이 있는 경우
- 직장암은 변을 본 후에도 덜 본 것처럼 항문 뒤가 묵직한 느낌이 듦
- 우측 결장에 암이 생긴 경우 빈혈증상 나타나기도 함(금이 간 장독대처럼 출혈이 계속 발생해 빈혈로 이어짐)

2. 대장내시경검사는 언제?

- 분변잠혈검사는 민감도가 많이 떨어져 40세부터 받는 것을 권장
- 암에 걸린 가족의 나이보다 10년 일찍 받기(가족이 40대에 암에 걸렸다면 30대부터 검사 권장)

3. 대장암 예방하는 식습관

- 음식을 약으로 생각하고 좋은 것만 먹고 안 좋은 것은 배제하는 식습관은 지양
-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먹되 붉은 육류와 탄 음식 과다 섭취하지 않기
-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고루 섭취하기
-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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