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여성을 남성으로 착각할 수 있을까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여성을 남성으로 착각할 수 있을까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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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메타버스에서 사이버 섹스로 쾌감을 얻을 수 있고 현실의 남녀 간에도 별일들이 일어나는 요지경세상이 됐다. 하지만 전청조 사건에서 알려진 남녀상열지사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남성 행세를 한 여성에게 왜 속았을까’하는 의아함이 크다. 결혼과 임신·출산의 경험이 있는 여성조차 두 사람 사이의 성관계를 일반적인 남녀 간의 섹스라고 믿었다고 한다. 

남성화 성전환수술로 만들어진 인공 음경은 일반 남성의 음경과 과연 구분이 어려울까? 오늘은 지난 칼럼에 이어 남성호르몬이 성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고자 한다. 

여성 외음부의 남성화 성기 성형수술법은 복부나 팔뚝의 피부와 근육을 떼어 김밥처럼 말아 음경 형태를 구성하고 음낭은 대음순 피부를 늘려 주머니를 만들어 실리콘 고환을 삽입한다. 음경이나 고환은 형태만 있을 뿐 발기능력이나 정자 생성기능은 없고 성관계를 위해서는 음경 내부에 뼈나 보형물을 삽입해 강직도를 유지한다.

인공 음경의 피부는 일반 음경에 비해 두껍고 탄력이 없으며 모양과 색이 다르다. 남성 음경보다 배 가까이 퉁퉁하고 촉감도 딱딱하다(발기된 음경과는 다른 느낌이다). 또 골반과 연결된 지지인대가 없어 인공 음경이 덜렁거려 삽입이 쉽지 않다. 성관계 시 여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해 어느 정도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일반 음경과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현재 전청조는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았고 남성호르몬주사만 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여성에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 정말 남성스럽게 변화할까?

테스토스테론은 고환, 부고환, 정관, 정낭과 생식기관 분비선 형성에 필수적이다. 남성생식기관이 제대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용량의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지만 이는 태생기의 경우이다. 2차성징이 완료된 성인이라면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다고 해서 여성 생식기가 남성으로 바뀌지 않는다.

동성애와 같은 성소수 경향도 단지 개인적인 취향일 뿐 테스토스테론이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테스토스테론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폭력적이라는 것도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다리와 신체의 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는 테스토스테론보다 유전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성대가 완전히 성장한 사춘기 이후에는 테스토스테론이 목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남성호르몬을 투여한다고 해서 성격, 목소리, 체모 등에 있어 남성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단 체형, 즉 근육이나 지방 분포에 있어서는 테스토스테론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단백동화 스테로이드호르몬으로 단백질 생산과 저장에 작용하는데 특히 근육과 뼈를 증가시킨다. 테스토스테론이 많을수록 근육의 크기와 강도가 증가하고 뼈의 성장과 유지에도 관여한다. 스포츠에서 테스토스테론을 금기약물로 지정해 도핑검사에서 항상 확인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춘기 이후 청년기에서는 남녀 몸에서 나는 냄새가 다르다. 남성 특유의 체취는 테스토스테론이 활발히 분비되면서 음경과 고환의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지질이나 유기물질이 섞인 땀으로 인한 것이다. 인공 성기에서는 아포크린 땀샘이 없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해도 이런 냄새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결론적으로 남성화 성전환수술을 했든,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했든 비뇨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여성을 남성으로 착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으로 속일 수도 있고 더구나 남녀 간 성생활문제는 당사자 외에는 알 수가 없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이어 얘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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