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뇌졸중환자 누가 책임지나…치료체계 붕괴만은 막아야
초고령사회 뇌졸중환자 누가 책임지나…치료체계 붕괴만은 막아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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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졸중학회, 기자간담회서 뇌졸중 치료시스템 개선 역설
대한뇌졸중학회는 오늘(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뇌졸중 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개선방안에 대해 역설했다.

“턱없이 부족한 뇌졸중전문의 인력문제로 뇌졸중 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현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초고령사회 치료체계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뇌졸중환자의 가파른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지만 시스템은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오늘(2월 14일) ‘초고령사회에서 뇌졸중 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현황분석 및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질환으로 인구고령화와 더불어 환자는 지속 증가했다. 통계에 따르면 뇌졸중환자는 2018년 15만837명에서 2023년 18만550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2050년에 이르면 약 35만명 정도의 뇌졸중환자 발생이 예상된다는 것.

학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인력자원 확보, 보상체계 마련, 뇌졸중 질병군 분류체계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물론 정부가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과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계획을 밝혔지만 현재 뇌졸중 치료 현실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내에는 여전히 뇌졸중 취약지가 존재한다.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전체 뇌졸중환자의 50%는 해당하는 진료권에서 정맥내혈전용해술, 동맥내혈전제술 등과 같은 뇌졸중 최종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 치료가 필수인 중증질환으로 의심될 때 가능한 빨리 병원에 도착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정 홍보이사는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뇌졸중환자의 증가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뇌졸중 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초고령사회가 오기 전 치료체계의 붕괴만은 막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뇌졸중 전문의 인력에서 비롯된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병원 뇌졸중 전문의는 209명에 불과하며 일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전문의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학회는 의대정원 확대는 반드시 필수중증의료 전문인력으로 이어져야 하며 특히 뇌졸중 치료를 담당하는 신경과는 최소 수련병원 전공의 각 연차당 최소 2명, 즉 현재의 약 2배 수준인 160명으로 증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정부가 의료인력 확충 일환으로 전공의 수련환경도 개선한다고 발표했지만 필수중증의료 해당과 전공의 증원이 선행되고 수련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높은 업무강도를 고려해 최소한의 보상체계와 정책 수가 신설 역시 강조됐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신경과 의사가 뇌졸중 의심환자를 진료할 경우 진찰료가 없고 24시간 뇌졸중 집중치료실 전담의의 근무수당은 2만7730원에 불과하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은 “현재 40~50대 의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감당하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소위 MZ세대들은 자신이 이 행위를 했을 때 어떠한 보상이 뒤따르는지를 먼저 생각한다”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젊은 세대 의사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뇌졸중이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제한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급종합병원은 지정기준상 전문진료질병군환자를 30% 이상 진료해야 하는데 현재 시술이나 수술받는 일부의 환자만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일반진료질병군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것.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에서 뇌졸중환자 진료에 대한 관심과 진료량이 감소할 수 있다”며 “뇌졸중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아는 필수중증응급질환으로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해 급성기뇌졸중환자를 주로 전담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치료가 소홀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희준 이사장은 “뇌졸중은 우리 모두 언젠가 한 번은 겪게 될 문제”라며 “초고령화사회에서 뇌졸중 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인적 자원 확보, 보상 체계 마련, 질병군 체계 분류 수정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필수의료 문제는 현재 가장 화두인 의대정원 확대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이날 플로어에서도 여러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도대체 어디까지를 ‘필수의료’로 봐야 하는지, 뇌졸중은 과연 어떤 점에서 필수의료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졸중은 환자가 스스로 병원을 찾아올 수도 없고 의사가 이런 환자들을 직접 찾아서 해결할 수도 없는 질환”이라며 “무엇보다 환자의 80%가 후유장해를 얻을 만큼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정부가 나서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돼 결국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경복 정책이사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적정치료를 하지 못했을 때 사망에 이르는 질환이라고 정의 내려 학회가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며 ”적정치료라 함은 골든타임(시간)과 충분한 치료가 가능한 장소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선 말씀처럼 뇌졸중은 후유장해에 따른 의료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필수의료는 사망과 후유장해 모두에 대한 부담이 큰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첨언했다.

기자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119 구급대원 간 네트워크 구축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질문했다.

그간 지역에서 응급심뇌혈관환자가 발생하면 119 구급대원이 각 의료기관에 직접 문의해 일일이 확인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복지부가 추진한 응급심뇌혈관질환 전달체계 개편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현재는 구급대원이 응급심뇌혈관환자를 확인하면 곧바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당직 전문의에게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당직 전문의는 환자의 중증도 및 병원상황 등을 고려해 이송병원을 지정하게 돼 있다. 

학회는 시범사업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는 한편 아쉬운 점도 솔직하게 밝혔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은 ”현재는 시범사업단계라 참여 의료기관의 수가 적고 무엇보다 해당 역할을 하는 전문의에 대한 보상책이 충분치 않다“며 ”이 사업 역시 취지는 좋지만 결국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체계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 취재를 마치며

대한뇌졸중학회는 매년 한두 차례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정부의 정책사업을 공유하고 보완돼야 할 부분들을 기자들에게 공유해왔다. 

사실 여러 진료과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너무 강하게 의견을 내비치는 건 아닐지 우려됐다. 하지만 현장에 참여한 학회 임원들은 비단 뇌졸중분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무엇보다 뇌졸중은 신경과뿐 아니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수많은 진료과와 협업이 필요한 만큼 다른 진료과의 영역과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언급해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다짐한 부분은 필수의료라는 단어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겠다는 것. 학회는 현장에서 뇌졸중이 필수의료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제시했지만 사실 의료영역에서 필수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 기자 역시 이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기사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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