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두통 ‘뇌정맥혈전증’…드물지만 빨리 병원으로 와야
위험한 두통 ‘뇌정맥혈전증’…드물지만 빨리 병원으로 와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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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남성 박 씨는 며칠 전부터 두통을 느꼈다. 워낙 일상적인 증상이다 보니 조금 무리했나 싶어 타이레놀을 복용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참을 만하던 통증은 3일 새 극심해져 결국 응급실을 찾았고 뜻밖의 뇌정맥혈전증 진단을 받았다.

뇌정맥혈전증은 가벼운 두통으로 오인해 진단시기를 놓치기 쉽다. 약을 먹어도 두통이 가라앉지 않거나 시야장애 등이 동반되는 경우 빨리 가까운 응급실로 오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뇌정맥혈전증은 뇌혈관 중에서도 뇌정맥에 혈전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혈관은 뇌동맥과 모세혈관, 뇌정맥으로 이뤄져 있으며 다양한 원인에 의해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을 수 있다. 보통 뇌동맥이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뇌정맥이 막힐 수수도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뇌정맥 주변 감염, 두부외상으로 인한 뇌정맥손상이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경구피임제, 염증성질환, 선천적·후천적으로 혈전성향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감염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기도 했다.

증상도 다양하지만 환자의 70~90%는 두통을 호소한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해 일단 진통제를 복용하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장동규 교수는 “뇌정맥이 막히면 혈류가 정체돼 뇌압이 상승하기 때문에 두통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막힌 혈관 위치에 따라 구토나 경련, 시야장애, 언어장애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

뇌정맥혈전증의 진단이 늦어지면 뇌압이 급격히 상승해 위험하다. 중앙대광명병원 신경과 배정훈 교수는 “위험한 두통신호를 알고 있으면 병원에 좀 더 빨리 올 수 있다”며 “▲약을 먹었는데도 두통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심해지거나 ▲수분 이내 두통 강도가 최고에 도달하는 경우 ▲운동하거나 힘 줄 때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 ▲예전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 ▲시야장애, 언어장애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즉시 응급실로 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뇌정맥은 뇌혈관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할 뿐 아니라 뇌혈류가 빠져나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곳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뇌혈류가 정체돼 뇌압이 상승, 심한 두통이 발생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뇌정맥혈전증이 의심되면 뇌CT나 MRI 등의 영상검사를 시행하며 정확한 진단은 주로 뇌혈관조영술을 통해 이뤄진다. 뇌혈관조영술은 조영제를 주입해 뇌혈관의 영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검사방법으로 막힌 정맥의 위치와 범위를 볼 수 있다. 뇌정맥혈전증의 원인을 찾기 위한 피검사도 진행한다.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이철영 교수는 “진단 직후에는 헤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사용해 막힌 혈관을 뚫는 재개통 치료를 진행하고 증상이 안정되거나 호전되면 경구용 항응고제를 사용한다”며 “만일 약물치료로 호전이 어려운 경우 혈전제거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위험인자들은 다행히 밝혀졌다. 뇌수막염, 중이염, 뇌수막염, 코로나19 감염, 당뇨, 알코올중독 등이 대표적이며 여성은 경구피임제를 복용하거나 출산 전후 발생위험이 높다고 보고됐다. 루푸스병이나 베체트병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혈액암 등 암환자, 신장이식환자, 장시간 비행하는 경우에도 발생위험이 높다. 장동규 교수는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 주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혈전 생성위험이 높지 않은지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뇌혈관질환의 신속 대처가 가능한 병원과 1차·2차·3차병원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아두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현명하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

뇌혈관질환을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주변 병원을 알아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홈페이지와 뇌졸중 119앱을 통해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전국 병원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1차·2차·3차병원 등 기본적인 병원분류법에 대해 알고 있으면 처음부터 각 질환에 맞는 병원을 선택, 애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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