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달리기, 잘 버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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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예은 기자 (with.sim@k-health.com)
  • 승인 2024.02.26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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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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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지음/한겨레/252쪽/1만7000원

전자레인지 완료음이 울리면 현대인임을 실감한다. 이 경쟁에서 이기면 취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일까?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을 담은 신간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가 출간됐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정한 안정적인 길을 걷는 대기업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12년간 억지로 하는 출근, 지나친 경쟁, 반복되는 일상에 진절머리가 난 저자는 그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난다.

삶을 찾아 떠났지만 연고 없는 낯선 땅에서 꿈꾸던 삶이 앞에 나타날 리 없다. 그는 스트립쇼 공연장, 은행 협력업체 사무실, 경기장 주류판매소 등에 이력서를 내며 최저시급 받는 일을 전전했다.

매일 내디디고 일어나길 3년. 그는 마침내 마흔셋에 캐나다 시골마을에서 유일한 한국인 응급구조사가 됐다. 책은 그의 용기 있는 다짐부터 응급구조현장 이야기까지 다뤄 중반부로 갈수록 생생하게 느껴진다.

반파된 자동차, 자연재해가 휩쓸고 간 자리, 주삿바늘이 널브러져 있는 자리. 더 빠듯하고 간절한 자리이지만 저자는 한국에서의 삶보다 진정한 만족을 누린다고 말한다. 저자는 안정적인 삶을 벗어던졌지만 이로써 그늘을 걷어내고 행복을 얻었다.

많은 사람이 평생 불행하지 않을 것처럼, 평생 아프지 않을 것처럼, 평생 죽지 않을 것처럼 살며 오로지 똑같은 목표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한때 그랬듯, 삶은 결국 유한하다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다

그가 얻은 풍요로움처럼 우리도 이렇게 질문해보길 원한다.

언젠가는 죽어버릴 유한한 삶 나에게 진정 만족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현대인들은 결국 유한한 삶을 잊고 똑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또 좋은 상품과 높은 수준의 서비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세련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자꾸 하루를 ‘버틴다’는 마음이 든다. 다들 열심히, 치열하게. 그로부터 받는 보상이 있어도 여전히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불안은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누군가 말하길 지금 있는 이곳 말고 다른 곳에 있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지금의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했다. 비록 그 행복이라는 녀석이 매번 다른 표정, 다른 모습으로 살그머니 다가와 아주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탓에 항상 눈을 부릅뜨고 끊임없이 행복을 찾지 않으면 그게 자신에게 찾아온 줄도 모른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남들보다 더 잘하고 더 많이 가져야만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매몰돼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다.

무언가를 해냈다면 찾아오는 것은 보상이다. 이 보상을 행복이라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보상은 우리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지 않는다. 대신 기대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만의 성장, 함께라는 가치를 통해 하루하루를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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