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안 해도 아이 눈앞은 흐릿…새 학기 전 ‘약시’ 점검하세요
말은 안 해도 아이 눈앞은 흐릿…새 학기 전 ‘약시’ 점검하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2.27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약시의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시력검사와 더불어 아이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이들의 새 학기 준비에 한창인 부모들. 아이 건강도 점검해야 하는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눈 건강이다. 특히 영유아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 약시를 점검해야 한다. 약시는 어릴 때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양쪽 눈의 시력이 시력표에서 두 줄 이상 차이 나고 안경을 써도 시력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로 시력 발달이 완성되는 만7세 이전에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력은 서서히 발달해 만7~8세에 이르러야 완성된다. 시력 발달을 위해서는 사물을 선명하게 보는 시각 자극이 필요한데 근시, 난시, 원시 등 굴절이상이나 사시, 안검하수 등이 있으면 시력발달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약시이다.

약시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정기적인 시력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최다예 전문의는 “한 눈 약시의 경우 시력이 좋은 다른 눈으로 보기 때문에 아이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고 양안 약시인 경우에도 아이들이 표현하지 못하거나 어릴 때부터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익숙해 불편함을 못 느낄 수 있다”며 “약시 발견을 위해서는 나이에 맞게 시력발달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이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이가 책을 너무 가까이에서 보거나 ▲먼 곳을 볼 때 한쪽 눈을 자주 감는 경우 ▲뭔가를 볼 때 고개를 돌리거나 갸웃거리는 경우 약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잘 보이는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다 넘어지기도 한다.

원시, 근시, 난시 등 굴절이상이 약시의 주원인인 경우 안경 착용으로도 약시가 치료될 수 있다. 한 눈 약시는 안경으로도 교정시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가림치료를 시행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약시는 어릴 때 발견해 치료할수록 성공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골든타임은 시력발달이 완성되는 만7~8세 이전.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만4세에 약시를 치료하면 성공률이 95%로 높지만 만8세에는 23%로 떨어진다. 

최다예 전문의는 “치료시기를 놓쳐 약시 치료에 실패하면 영구적인 시력장애가 남을 수 있다”며 “성인이 돼 시력교정술을 하면 시력이 좋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약시는 안경, 렌즈 등으로 굴절이상을 교정한 후에도 시력이 나오지 않는 상태로 시력교정술을 하더라도 수술 전 안경 착용 시 나오는 교정시력 이상으로 시력이 호전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약시는 일반적으로 안경과 가림치료를 병행해 치료한다. 특히 안경 착용은 약시 치료의 기본이다. 하지만 안경으로도 두 눈의 교정시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눈 약시는 가림치료를 시행한다. 가림치료는 시력이 좋은 눈을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가려 시력이 약한 눈을 더 사용하게 만드는 원리로 가림 패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찍 태어나거나 저체중인 아이들은 눈 건강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편 약시의 발생인자에는 안과적요인과 비안과적요인이 있는데 최근에는 출생체중이 적을수록 약시 발병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명지병원 안과 이주연 교수팀은 영국인 50만명의 유전정보가 담긴 영국 바이오뱅크의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멘델식 무작위분석법으로 약시와 출생체중, 산모의 흡연, 모유수유의 유전적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출생체중과 약시 위험도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출생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약시 발생위험이 높게 나타난 것. 반면 산모의 흡연과 모유수유 여부는 약시위험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었다.

그간 이른둥이(37주 미만 또는 출생체중 2.5kg 이하)의 경우 망막혈관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미숙아망막병증 등 안과적문제와 함께 시력장애 발생위험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조산 자체가 아닌 출생체중과 약시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힌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주연 교수는 “이른둥이의 경우 출생 당시 안과 및 신경학적 이상이 없더다고 해도 약시 등 시력이상 위험이 높기 때문에 더욱 주의깊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가천대 길병원 안과 백혜정 교수는 “너무 일찍 안경을 쓰면 안 좋다는 항간의 얘기는 잘못된 정보”라며 “약시는 오히려 아이의 건강한 시력 형성을 발목 잡기 때문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도 만3세부터 정기적인 안과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