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나 냉동고를 열면 정체 모를 까만 봉투에 꽁꽁 언 음식이 쌓여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꽁꽁 얼려 보관하면 몇 년이 지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냉장고 안에서도 세균은 증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음식물은 수분과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영양소가 가득해 미생물이 서식하기 좋다. 따라서 보관시간과 온도에 유의하지 않으면 발효, 부패, 식중독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겨울철 식중독 원인 1위인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에서도 살아남는 대표적인 저온균이다. 리스테리아, 슈도모나스, 여시니아 등의 식중독균 역시 0~10℃에서 생존 가능한 저온균으로 육류, 유제품, 달걀, 채소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들 저온성세균은 냉장·냉동고가 오히려 활약하기 더 좋은 장소이다.

한양대병원 영양팀 조미예 영양사는 “저온저장은 균의 성장속도를 늦춰 저장기간을 연장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에 무한정 보관할 수 없다”며 “온도를 낮춤으로써 품질변화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미생물 증식과 지방산패 등 화학변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 역시 제품표시사항에 따라 보관하고 따로 보존·유통온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면 직사광선을 피한 실온(1~35℃)에서 보관한다. 냉동식품은 해동하면 급격히 부패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먹고 한 번 해동한 제품은 다시 냉동하지 않아야 한다.

한편 음식물쓰레기를 냉동실에 얼려서 보관하기도 하는데 이는 냉동실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 조미예 영양사는 “가정용 냉동고는 자주 여닫기 때문에 일정온도가 유지되지 않고 냉동실 전체에 세균이 증식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안훈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