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위암, 남성에서 발병률 더 높지만 예후 좋아”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위암, 남성에서 발병률 더 높지만 예후 좋아”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2.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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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 ‘EBV 양성 위암’ 분석연구 수행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김지현 전임의.

세계에서 가장 흔한 바이러스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이하 EBV)’는 타액을 통해 전염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이다. ‘키스병’이라고도 불리는 감염성 단핵구증의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EBV는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감염이 되더라도 대부분 큰 증상 없이 지나간다. 또 전체 인구의 90% 이상에서 항체가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위암을 비롯한 비인두암 등 다양한 암 발병의 원인이 된다.

특히 전체 위암의 약 10%가 EBV 양성위암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최근 의학계에서는 위암세포의 분자적 특성을 구분하는 네 가지 기준 중 하나로 이 바이러스의 양성 유무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제1저자 김지현 전임의)은 EBV에 양성반응을 보이는 위암에 대한 남녀 간 양상 차이를 분석·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EBV 양성위암의 특성을 규명하고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연구했다. 연구에는 2003~202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으로 진단·치료 받은 4587명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남성(왼쪽)에서는 EBV 위암(파란색)이 그 외 위암(붉은색)에 비해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반면 여성(오른쪽)에서는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분석결과, 남성 위암환자의 13.3%가 EBV 위암인 반면 여성은 3.3%에 불과했다. 또 EBV 위암은 일반적인 위암에 비해 분화도가 낮았다. 일반적으로 분화도가 낮을수록 침윤이 깊고 조직 형태의 구분이 어려워 미만형(점막 아래 퍼지는 형태의 암)으로 분류된다. 예후가 안 좋은 것으로 예측되지만 EBV 위암은 생존율이 일반 위암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는 남성에만 해당됐다. 남성에서 EBV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0.8%로 그 외의 위암이 85.3%인 것에 비해 높았다. 반면 여성은 EBV 유무에 따라 각각 88.5%, 87.0%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EBV 위암에 대한 남녀 간 면역체계의 차이와 관계가 깊다고 추정했다. 즉 여성은 성호르몬으로 인해 면역기능이 전반적으로 높아 EBV 양성위암 발병률 자체가 낮지만 발생 시에는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남성은 EBV 양성위암의 발생률은 높지만 전이가 잘 안 되며 생존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김나영 교수는 “남녀에 따른 EBV 위암의 양상 차이를 자세하게 밝혀낸 연구”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분화도가 낮은 미만형 점막하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라도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남성 EBV 양성 조기위암이라면 부담이 큰 위절제술 대신 내시경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Gastric Cancer’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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