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산균화장품, 살아있는 균 아닌 ‘사균’(죽은 균)
[기자의 눈] 유산균화장품, 살아있는 균 아닌 ‘사균’(죽은 균)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4.02.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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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기자
한정선 기자

최근 먹는 유산균이 큰 호응을 얻자 이에 힘입어 일명 ‘유산균화장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화장품업체들은 ‘프로바이오틱스 유래 바이옴’이나 ‘유산균원액’ ‘바이오틱스’ 등 각각 다른 단어를 사용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유산균이란 ‘발효결과물로 유산을 주로 생성하는 그람양성세균으로 사람과 공생하는 유익균’이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사람과 공생함으로써 도움을 주는 ’살아있는 균’이다. 따라서 유산균화장품은 살아있는 균을 이용해 만든 제품이어야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중에 판매되는 유산균화장품에는 살아있는 생균이 아닌 죽은 유산균인 사균이 들어있다. 즉 죽은 유산균이 함유돼 있어 살아있는 유산균의 효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런데도 화장품업체들은 살아있는 유산균의 효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예컨대 유산균화장품이 ‘장벽강화’를 도와준다고 홍보하는데 이는 유산균의 일반적 효과일 뿐 사균이 포함된 화장품의 기능은 아니다. 또 ‘OO억마리/ml’ 유산균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OO억 마리 유산균이 들어있는 화장품이라고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이는 유산균을 배양해 원심분리한 뒤 여과상태에 있는 유산균을 의미할 뿐 실제로 화장품에 OO억 마리의 살아있는 유산균은 아니다.

더욱이 유산균원액이라고 표기하고 ‘OOO발효용해물’이라고 설명하면서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사균’이라고 써 놓았다. 유산균이 아닌 유산균원액이라고 표현해 놓으니 일반 소비자들은 더욱 헷갈린다. 여기서 말하는 발효용해물은 유산균원액이 아니라 특정성분을 배양하고 난 뒤 용해, 제균, 여과된 성분을 말한다.

또 발효용해물을 고함량으로 표기해 놓음으로써 마치 유산균함량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특정유산균과 특정성분을 ‘바이옴’이나 ‘프로바이오틱스’처리를 해 특정성분발효여과물이 99% 함유돼 있다고 홍보하는 화장품도 있다. 하지만 이는 생균이 아닌 사균인 발효여과물을 함유한 화장품일 뿐이다.

한동안 줄기세포화장품이 유행했지만 정작 줄기세포는 없고 줄기세포배양액만 넣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유산균화장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사균을 마치 생균으로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는 문구가 추가된 것. 더욱이 사균이라는 단어는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게 표기돼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한 확인하기 쉽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표시∙광고관리지침’을 통해 소비자를 허위과장광고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이 지침에는 책임판매업자 등이 화장품표시 또는 광고를 할 때의 금지표현 등 세부사항을 세세히 고시하고 있다. 현재 유산균화장품의 광고를 보면 ‘화장품법 제13조 제1항 제1호’에서 ‘원료 관련 설명 시 완제품에 대한 효능∙효과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에 해당된다.

따라서 앞으로 유산균화장품을 광고할 때는 사균인지 생균인지 명확하게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며 식약처도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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