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필수의료의 정의는 없다…현실과는 다른 슬기로운 의사생활
[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필수의료의 정의는 없다…현실과는 다른 슬기로운 의사생활
  •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ㅣ정리·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3.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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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병원을 배경으로 한 메디컬 드라마는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긴장, 의료인의 갈등, 생명에 대한 존중 등이 주제이다. 나름 전문적인 의학용어를 사용하고 실제 병원에서 촬영도 해 의료현장을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권력 다툼이나 갈등, 만화 같은 사랑 등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대 동기생 다섯 명을 중심으로 병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제작사 측은 주인공들을 평범한 의사라고 소개하는데 그들의 전공은 간담췌외과, 소아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로 소위 말하는 평범하지 않은 필수의료 전문의이다.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등으로 ‘필수의료’라는 용어가 화두이다. 필수의료란 생명과 직결돼 심신에 위해를 줄 수 있는 고위험, 고난이도의 중증질환이나 응급질환으로 업무량이 과다하고 당직을 많이 하고 의료소송을 자주 당해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확립된 필수의료의 정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필수의료 개념의 ‘Essential health service’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산모 관리, 금연이나 비만 예방 등에 관한 분야를 의미한다. 중증질환이 아닌 만성성인 질환이나 노화, 갱년기 같은 수명과 삶의 질과 관련된 의료분야를 필수의료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충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의료분야로 규정하고 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메디컬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외과 계열 의사이다. 수술적 긴장감이 극적인 효과가 크고 수술실의 정경이 그럴듯한 화면을 만들기 때문이겠지만 분초를 다투는 위급환자 중에는 심장마비나 협심증, 쇼크 등 내과 계열 질환도 많다. 외과나 내과 말고도 병원에는 환자 진료를 위해 수많은 전문과목과 진료를 지원하는 부서가 존재한다.

교과서적 정의로 비뇨의학과는 남성의 비뇨생식기관(genito-urinary system)과 여성의 비뇨기관(urinary system)의 질병을 다루는 학문이다. 쉽게 얘기해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이에 관계 없이 소변의 생성과 이동, 저장, 배출에 관련된 문제와 남성의 불임, 성기능장애, 외부생식기 이상을 치료하는 전문과목이다.

비뇨의학과에도 위급한 상황은 많다. 하루종일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아 아랫배가 임산부처럼 부풀어서 응급실을 찾는 어르신들도 많고 요로결석으로 죽을 것 같은 격렬한 통증에 옆구리를 부여잡고 진료실 바닥에서 뒹구는 젊은 환자들도 있다. 뇌출혈이나 대동맥류로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데 방광으로 소변줄이 들어가지 않아 수술을 시작하지 못하고 비뇨의학과 의사를 급하게 부르는 경우도 있다.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아요.” 직장암으로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받고 완치된 40대 남성환자가 후유증으로 발기부전이 발생해 비뇨의학과를 찾아와 한 말이다. 생사를 다투는 마당에 그깟 성생활이 대수냐 하고 생각하겠지만 인간의 성은 삶의 질과 밀접한 행복지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고 발기부전 당사자에게는 인생 최악의 고민일 수 있다.

드라마에는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고 별거 없는 것 같은 비뇨의학과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 삶에 직결된 의료분야의 한 부분인 것이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일상의 건강함과 편안한 삶에는 소변 건강과 행복한 성생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뇨의학과뿐 아니라 의학의 모든 분야가 인간의 삶, 생명과 관련돼 있고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의학은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의학의 모든 분야가 필수의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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