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터 노인까지…누구나 ‘잘 자는’ 사회 돼야
아이부터 노인까지…누구나 ‘잘 자는’ 사회 돼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4.03.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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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면연구학회, ‘세계 수면의 날’ 심포지엄 개최
심포지엄 말미 진행된 질의응답시간에서 정기영 회장이 청중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매년 3월 셋째 주 금요일‘세계 수면의 날’이다. 적정 수면시간은 청소년의 경우 8~10시간, 성인은 7~9시간이라고 알려졌지만 생애주기별로 겪는 생리적변화는 물론 주변 환경, 직업 등의 영향으로 이를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도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건강한 수면이 곧 건강한 삶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보다 가까이에서 전달하고자 수면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세계 수면의 날인 오늘(15일) ‘모두가 잘 자는 건강한 사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전달했다.

특히 이날 전문가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잠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인간은 스스로 자는 시간을 줄이는 유일한 동물”이라며 “아이부터 노인까지 국민 누구나 수면이 건강의 필수요소임을 인식하고 자는 시간 의식적으로 늘리기, 취침 전 스마트폰을 멀리 하기 등 스스로 노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면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졸음운전, 안전사고 등으로 결국 국가 전체의 생산성도 떨어뜨린다”며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지원정책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승수 교수는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수면현황을 소개하며 어려서부터 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수면부족국가로 꼽힌다. 특히 국내 청소년의 평균수면시간은 7.2시간으로 OECD국가 평균보다 1시간이나 적다. 미국 수면학회에서 권장하는 13~18세 청소년의 수면시간인 8~10시간에도 못 미친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승수 교수는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주중 평균수면시간은 중학생의 경우 2013년 7.2시간에서 2022년 6.7시간으로, 고등학생은 5.7시간에서 5.6시간으로 감소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면시간이 더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청소년기 수면부족은 사춘기 일주기리듬의 지연(2시간) 등 생리적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빛 공해, 이른 등교시간, 과제 및 학원 등 환경적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김승수 교수는 “생리적 변화는 바꿀 수 없지만 환경적 요인은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며 “특히 학습한 내용이 자는 동안 장기기억으로 고착화되기 때문에 충분히 자는 것도 학습의 일환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선정 교수는 교대근무자의 경우 수면부족으로 인한 각종 질병과 사고에 취약하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수면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인이 돼서는 직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밤낮이 뒤바뀌는 교대근무자는 낮 근무자(통상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하는 사람)보다 불면증 등 수면장애는 물론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다고 보고됐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졸음운전, 안전사고 등의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원광대산본병원 신경과 한선정 교수는 “직종에 따라 수면의 차이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어떤 직업이라도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근로형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 수면시간 7시간 이상 유지하기(퇴근하자마자 자기 어렵다면 4시간 정도 먼저 자고 출근 전 3시간 자기) ▲퇴근 시 어두운 선글라스 착용하기 ▲카페인음료는 근무시간 전반부에 마시고 후반부에는 마시지 않기 등 교대근무자가 실천하면 좋은 수면관리법에 대해 설명했다.

신원철 교수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생명에 치명적인 다양한 질병과 연관이 깊어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년기에 이르면 각종 수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폐쇄성수면무호흡증(상부 기도가 막히면서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5번 이상 나타나는 질환)은 단순히 호흡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치매, 심혈관질환, 고혈압, 돌연사 등의 위험을 높여 빨리 진단· 치료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특히 여성은 폐경 후 혀의 긴장도를 높여주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크게 감소해 코골이는 물론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당뇨병환자도 말초신경의 손상으로 기관지의 압력 조절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이 올 수 있다.

신원철 교수는 “무호흡증으로 잠을 충분히 못 자면 포만감을 일으키는 렙틴호르몬이 충분히 생성되지 못해 비만위험도 높아진다”며 “성인뿐 아니라 소아청소년에서도 비만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아이들에서도 무호흡증 동반여부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은연 교수는 기면병환자들의 어려움을 전하는 한편 주간졸음을 보이는 환자들에서 기면병환자들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주간졸음을 보이는 환자들 가운데 기면병환자들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주간졸음은 말 그대로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것으로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기면병은 자가면역체계 이상과 각성을 유지하게 하는 히포크레틴이 부족해 발생하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주간졸음이 나타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는 “하지만 주간졸음의 원인이 기면병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주간졸음을 평가하는 도구인 다중수면잠복기검사와 더불어 검사 전 반드시 수면일기와 활동기록기 등을 통해 2주 이상 충분한 야간수면을 정상적인 시간대에 취했는지 확인 후 주간졸음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면병은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질병이기 때문에 만일 주간졸음의 원인이 기면병 때문이었다면 증상에 따라 알맞은 약제를 선택해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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