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우 노무사의 이로운 산재지식] 산업재해, 함께 일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윤종우 노무사의 이로운 산재지식] 산업재해, 함께 일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 윤종우 이로운 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ㅣ정리·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4.03.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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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한 시대이지만 유독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상과 질병에는 경각심이 약한 실정입니다. 근로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예방교육이 부족한 것은 물론 근로자 역시 사고와 질병 발생 후 보상이나 대처방안에 대해 지식이 전무해 발을 동동 구르곤 합니다. 근로자의 건강은 개인과 가정을 넘어 궁극적으로 국가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격주 화요일마다 ‘윤종우 노무사의 이로운 산재지식’이라는 칼럼을 통해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산업재해 정보들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윤종우 노무사는 이로운 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로서 산업재해 예방교육과 근로자들의 산재 승인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윤종우 이로운 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

우리 시대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대한민국 최악의 산업재해는 1991년 세상에 알려진 원진레이온 사태일 것이다. 인조 비단실(레이온)을 생산하면서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1000여명의 근로자들이 황화수소 가스에 중독된 국내 최대의 직업병 사건이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 씨로부터 비롯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고(2007년)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한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사망사건(2018년)도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온 산업재해 사건이다.

이러한 역대급 산재사고에 가려져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이웃들의 산재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필자가 만난 어떤 재해자의 미망인 A씨는 남편이 감당하기 어려운 근로시간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와 회사 적자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신이 피폐해져 사망했다며 눈물로 하소연하며 산재 신청을 의뢰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60대 산재 피해자 B씨는 젊은 시절부터 철공소에서 일하면서 잦은 굉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지금은 일상생활이 고통스러울 정도의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산재 신청을 미루다 최근 필자와 만나 해결책을 의논하고 있다.

산재는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하며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출퇴근 재해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업무상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를 말하며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행위를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휴게시간 중이거나 행사 참여 중이라도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다면 업무상 사고로 보상받을 수 있다.

업무상 질병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돼 발생하는 질병을 말한다. 크게 심뇌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과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정신질환도 포함된다. 출퇴근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를 말하며 그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

이상 3가지 산재 중 특히 업무상 질병 같은 경우 업무와 질병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며 질병판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해서 경험이 축적된 공인노무사에게 사건을 위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산재 승인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의무 적용되면서 산재에 대한 사업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제 산재는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업주의 예방 의무가 수반돼야 할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현장의 큰 변화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9월 말 현재 산업재해 현황은 ‘산재 없는 일터’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해 1~9월까지 산업 재해자수는 10만1538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5053명(5.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망자수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사고사망자가 발생하는 곳은 건설업이며 가장 많은 질병 재해자가 일어나는 곳은 제조업이다. 여전히 공장과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이 산업재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 사망자와 질병 재해자 중에서 직업성 암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발표자료를 보면 산재는 1차산업에서 4차산업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하는 모든 산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18세 미만에서부터 60세 이상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재해는 일하는 우리 국민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로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진 우리나라이지만 산업현장의 실정을 보니 우울해진다.

필자는 산업재해 예방교육과 산재 승인을 위해 노력해 온 경험을 살려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할 것이다. 모쪼록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산재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재해자와 그 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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