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 P양의 결혼소식을 들었다. 연애소식이 채 알려지기도 전 급하게 치러진 결혼식에 주위사람 대다수가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원인은 다름 아닌 ‘속도위반’이었다. 계획 없는 임신을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많은 커플이 원치 않았던 임신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급속도로 결혼을 추진한다. 철저한 피임이 중요한 이유다. 흔히 알려진 피임법은 자연주기법, 경구피임약 복용, 콘돔사용 등이지만 이밖에도 다양한 피임방법이 존재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피임법을 ▲자연주기법 ▲먹는 피임약 ▲콘돔 ▲자궁 내 장치와 미레나 ▲기타 호르몬피임법 ▲불임수술 ▲살정제 ▲응급피임약 등으로 분류했다.
자연주기법은 여성의 생리주기를 이용해 배란기에 성관계를 피하는 방법으로 성공률은 75% 정도이며 실패확률이 큰 편이다. 먹는 피임약(경구피임약)의 원리는 난포의 성숙과 배란을 막고 자궁내막을 얇게 유지시켜 수정란 착상을 어렵게 만들어 정자가 자궁내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복용법을 정확히 지킬 경우 99.8%의 높은 피임성공률을 보인다. 5개월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자궁내막암 예방효과도 누릴 수 있다.
콘돔은 가장 보편적인 피임법으로 얇은 고무막 혹은 라텍스로 만든 튜브를 발기된 남성성기 위에 덧씌우는 방법이다. 단 소량의 쿠퍼액을 통해서도 임신할 수 있기 때문에 꼭 관계 전부터 콘돔을 착용해야 한다. 피임성공률은 85% 정도. 자궁 내 장치를 이용한 피임법으로는 구리루프와 미레나가 있다. 두 장치 모두 피임성공률은 99% 정도로 높은 편이며 착용 후 5년까지 높은 피임효과를 나타낸다.
임플라논이라는 피하이식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임플라논은 에토노게스트렐이라는 프로게스테론제제를 포함하고 있는 성냥개비 정도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막대다. 이를 팔 안쪽에 이식하면 3년간 효과가 지속된다. 누바링이라는 질내 삽입링을 이용한 피임법도 있다. 유연하고 부드러워 스스로 질 안에 삽입해 사용할 수 있으며 매일 에스트라디올(에스트로겐)과 에토노게스트렐(프로게스테론)이 방출돼 피임효과 뿐 아니라 생리주기조절효과까지 나타낸다.
난관절제술, 정관절제술 등 수술을 통한 피임법도 있다. 난관절제술은 나팔관을 묶거나 절단해 영구적으로 수정을 막는 방법으로 최근에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정관절제술은 남성의 음낭을 절개해 정자운반을 담당하는 정관을 잘라내는 수술이다.
살정제는 질 안에서 정자의 활동을 약화시키거나 죽이는 역할을 하는 약제로 좌약이나 젤리 등의 형태가 있다. 피임성공률은 75%로 비교적 실패율이 높다.
응급피임약은 성교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배란을 방해하거나 수정란 착상을 차단한다. 이 약은 복용 시 고용량호르몬에 노출되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워 반드시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남용하면 안 된다. 반복복용할수록 효과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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